[이규화 칼럼] '문재인 보유'로 잃어버린 것들

이규화 2021. 1. 2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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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문재인 보유국' 발언이 국민 심기를 건드렸다. 지난 24일 박영선 전 중기벤처부 장관이 트위터에 "오늘 문재인 대통령님 생신, 많이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입니다!!!"라고 올린 것을 두고 기사 댓글과 SNS에는 "재앙이 있는 나라" "문재인 보유국 맞음, 제거가 시급함" 같은 조롱 글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박 전 장관 마음이야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생일날 욕바가지를 뒤집어써야 했다. 한번 따져보자. 과연 문재인 대통령을 보유해서 대한민국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나. 문 대통령으로 인해 잃어선 안 될 것들을 너무 많이 잃어버리고 있다.

우선 의식주의 하나인 주거안정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 3년 반 동안 서울 집값은 폭등했다. 서울 아파트 절반 이상이 9억 원이 넘었다. 집 없는 사람들과 집 팔고 이민을 가거나 서울을 떠날 바가 아니라면 집 한 채 있는 사람들은 달가울 리 없다. 재산세 종부세 등 보유세가 크게 올라 세부담만 늘었다. 주거불안은 결혼과 출산 기피를 가속화했다. 작년 우리나라는 첫 인구 자연감소를 기록했다. 인구감소는 '국가가 집단 자살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공급을 늘려야 할 때 공급은 않고 수요를 억제하는 억지를 부렸다. 시장을 잘못 읽은 임대차보호법 같은 실책들은 국민 주거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탈원전도 문재인 정부가 초래한 대표적 손실이다. 안정성·경제성·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대응 측면에서 원전만한 발전원이 없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다. 원전 기술은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이 왜 일어났겠나. 원전을 아무리 죽이려 해도 원전이 가진 경제성 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품질 좋은 값싼 전력은 산업경쟁력의 근간이었고 우리는 그 덕분에 이 만큼 잘 살게 됐다.

일자리 문제는 문재인 보유국의 결정적 오점이다. 지난해 21만8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최대 폭 감소다. 급격히 올린 최저임금과 주52시간근무제로 전국 소상공인 자영업자 668만명과 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 정부를 선언했다. 그 상황판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일자리는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이 받쳐줘야 가능한데 문 정부는 그런 데엔 관심이 없고 기존 일자리를 나누는 데 열중했다. 전체 고용의 25%를 담당하는 자영업과 50%를 담당하는 100인 미만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대표적 저생산성 분야다. 이를 구조조정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했다.

미증유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은 지금이 자영업을 구조 조정할 절호의 기회인지 모른다. 그러나 문 정부는 돈만 퍼부을 생각뿐이다. 한술 더 떠 저생산 부문을 온존시키는 쪽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규모 쇼핑몰의 의무휴무일수를 늘리고 출점 제한도 강화하려 한다. 중소벤처부를 폐지하고 '기업성장지원부'로 문패를 바꿔달아야 한다.

이밖에 문재인 보유로 잃게 된 것들이 어디 한둘인가. 작년과 올해 연간 재정적자 규모가 100조원에 달하고 올해 중앙정부채무는 10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빚은 느는데 비곗살을 떼어내려는 개혁은 손도 안 대고 있다. 공공, 노동, 연금 개혁은 계속 방치되고 있다.

국민의 자존심과 양식·상식을 망가뜨린 죗값은 더 크다. 대중국 '3불 약속'(사드 추가배치 포기,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편입·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으로 현대판 사대외교를 범했다. '삶은 소대가리' '특등 머저리'같은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김정은 정권을 비호하는 종북적 자세는 국민 자존심에 멍으로 맺혔다.

무엇보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국민 갈라치기' 정책은 국민의 35~40%를 사실과 진실이야 어떻든 '내편이면 다 괜찮다'는 양심과 판단력 마비 상태로 만들었다.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를 살인자로 고발하겠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탈진실 사회가 가져올 후환이 두렵다. '문재인 보유국'이 '재앙(災殃)의 나라'가 되지 않길 바란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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