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8대 솔루션 글로벌 승부.. 세계시장에 K스마트 기술 입힐 것"

안경애 2021. 1. 2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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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개발 '하이패스' 시장 1위.. 철도시장 유럽·미국 거대기업과 경쟁
글로벌 교통시장 급변.. 5G 초연결시대 기술격차 확보·글로벌화만이 살길
車·통신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 구독형 모빌리티·드론충전 신사업 추진도
문찬종 에스트래픽 대표이사 D파이오니어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우리는 길에서 가치를 창조한다.'

최근 성남 판교에 위치한 에스트래픽 회의실에 들어서자 힘 있는 필체의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문찬종 에스트래픽 대표는 "창업 당시, 우리 업의 개념을 담아서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정한 설립 이념"이라 면서 "업에 집중해서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8년 간 쉼 없이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1986년 삼성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문 대표는 평생 길 위를 달리며 한국 최초, 최고 기술을 만들어 적용해 왔다. 삼성전자 교통사업부가 삼성SDS로 이관되면서 적을 옮겼던 문 대표는 2013년 4월, 동료 28명과 에스트래픽을 창업했다. 삼성SDS는 교통사업을 중단하면서, 교통 관련 사업자산을 모두 에스트래픽에 이관했다.

에스트래픽은 도로, 철도, 공항 등에 스마트 기술을 입힌다. 전기차 충전, MaaS(모빌리티 서비스),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모빌리티와 글로벌 시장으로 보폭을 키우고 있다.

문 대표는 "이제 글로벌에서 본격적인 승부를 벌일 때"라면서 "8대 핵심 솔루션의 글로벌화를 통해, 전 세계의 길에 우리 기술을 입히겠다"고 말했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창업 5년만에 1000억 매출 기업으로= 에스트래픽의 출발은 조금은 독특했다. 삼성SDS 교통사업 부문에서 팀워크를 다져온 28명이 창업했는데, 문찬종 대표와 이재현 부사장의 투자지분이 많았지만 나머지 26명도 각각 n분의 1로 나눠 투자자로 참여했다. 일종의 종업원 지주사 형태로 시작한 것이다.

교통·SOC 시장에서 경험과 기술력을 쌓은 28명의 구성원이 주인인 회사는 설립 첫해에 13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설립 5년 만인 2017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고, 그 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회사는 180명 규모로 커졌고, 그 중 70명이 삼성 출신이다.

수주산업의 특성 상 실적 편차가 있고, 작년에는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이 컷지만, 3년 평균 별도기준 77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사업영역은 요금징수시스템, 지능형교통시스템, 열차제어시스템, 철도통신시스템, 상하개폐형 스크린도어, 스마트 공항, 요금징수시스템,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스마트 교통·SOC(사회간접자본) 분야를 아우른다.

회사는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R&D(연구개발)에 쏟아부으며 국내 최초, 세계 최초 기술들을 만들어냈다. 등록특허가 51건, 출원특허는 9건에 이른다. 신규사업에도 공격적으로 뛰어들어 서울시 대중교통카드 사업을 하는 서울신교통카드와 무선통신 솔루션 기업인 에스티전기통신을 설립했다.

문 대표는 "설립 당시, 2018년 매출 1000억을 달성하고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1년 먼저 달성했다"면서 "이후 지난 3년간 해외 시장에 도전해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외산 의존하던 교통시스템 국산화= 문 대표는 30년 이상 교통·SOC 시장에 몸담으면서 아날로그 세상을 디지털화하는 데 기여했다. 삼성전자, 삼성SDS, 에스트래픽으로 사명이 바뀌었을 뿐, 그와 임직원들은 통행권 방식 고속도로 요금징수시스템(TCS)을 최초로 국산화한 것을 비롯해, R&D를 통해 시장 1위를 지켜왔다. 통행권을 대체하는 하이패스 시스템도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여러 차로를 묶어서 결제가 이뤄지는 다차로 하이패스도 최초로 개발, 상용화했다.

버스정보시스템, 도로 전광판, 차량검지기, CCTV, 교통정보센터 등을 연결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수집하고 교통체계 운영을 자동화하는 ITS(지능형교통시스템)도 핵심 사업이다. ITS는 자율주행과도 밀접하게 닿아있는 영역이다. 세계 최초의 5G 자율주행 실증사업인 서울시 C-ITS(차세대 ITS) 사업, 탄소 및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녹색교통진흥지역 자동차 통행관리 통합 플랫폼 구축사업 등 미래형 모빌리티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거대 기업들과 철도 시장서 '맞장'= 철도 시장에서도 AFC(역무자동화시스템), 안전관리시스템, 철도신호시스템, 철도통신시스템 등 자체 솔루션을 통해 프랑스 알스톰, 탈레스, 독일 지멘스, 이탈리아 안살도, 미국 큐빅 등 유럽·미국 거대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서울시 2기 교통카드시스템 운영사업자로 선정돼 지하철 1~8호선 교통카드 수집시스템과 역사 교통카드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고, 미국·인도 등 해외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지하철이나 기차 역사의 사고 위험을 줄여주는 상하 개폐식 스크린 도어 플랫폼(VPSD)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시범 설치했다.

철도신호시스템 분야에서는 KTX와 SRT에 전자연동장치를 공급하고, 한국형 신호시스템인 KRTCS를 솔루션화했다. KRTCS는 국책 연구과제를 통해 외산 솔루션을 대체하는 국산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한국철도공사가 추진하는 일산선에 적용하기로 했다.

철도통신시스템 분야에서는 이동통신에 쓰이는 LTE와 유사한 방식의 LTE-R 차상설비를 개발, 공급하고 있다. 과거 철도통신망은 2G나 3G 방식이었는데,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LTE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에스트래픽은 LTE 차상설비를 국가과제를 통해 개발해서 하남선과 서울 5호선 연장 노선에 공급하고 있다. 무선통신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가 재난안전망에 쓰이는 복합단말기도 공급한다.

◇'스마트·언택트 공항' 변화 지원=공항도 중요한 사업무대다. 문 대표는 "과거의 공항은 운영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항공·쇼핑·관광·물류 기능을 결합한 '에어포트 컴플렉스'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다 코로나 충격이 더해지면서 사람간 접촉을 줄이고 각종 장비도 비접촉 인터페이스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한국공항공사는 '스마트 에어포트' 구현을 목표로 30개 과제를 수립했고, 인천공항은 2018년 '스마트공항 100대 과제'를 선정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에스트래픽은 여객 프로세스 간소화에 도움을 주는 얼굴인식 기반 스마트 패스 기본설계에 참여해 미래형 공항모델을 제시했다. 올해 추진 예정인 파일럿 사업 참여도 준비하고 있다. 인천공항 IOC(통합운영센터) 운영개선 컨설팅도 수행해 미래형 센터 밑그림을 그렸다. 인천공항공사는 세계 3대 공항 도약을 목표로 올해부터 단계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은 '인천공항 4단계 정보통신 구축사업'도 앞두고 있어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미증유의 변화 시대…머물면 죽는다"=문 대표는 "공항뿐 아니라 글로벌 교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빅데이터·인공지능·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교통시스템에 접목되고, 5G 등 초연결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격차 확보와 글로벌화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존 기술과 교통시스템은 대부분 사라지고 새로운 기술로 대체될 것이라는 게 문 대표의 예상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자율주행과 스마트카 이슈에서 보듯 전망은 이미 현실로 바뀌고 있다. 그는 "시간이 없다. 기술이 급변하면서 하이패스를 포함한 기존 시스템이 5~10년 후에는 사라질 것이다"면서 "기존 사업과 국내 시장에 머물러 있으면 앉아서 죽는다"고 토로했다.

오랜 내공을 다진 전문가 집단인 만큼 회사는 수년 전부터 변화를 내다보고 준비를 해 왔다. 답은 글로벌향 솔루션을 완성해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8대 핵심 솔루션으로 승부"= 문 대표는 "지난해에 새로운 비전작업을 통해 '전세계 교통시스템에 우리 솔루션이 있습니다'를 새로운 '비전 2025'로 정했다"면서 "8대 핵심 솔루션을 개발해 글로벌 교통시장에 집어넣겠다"고 강조했다.

8대 솔루션은 △자율주행과 미래 스마트시티의 기반이 되는 도로교통 솔루션 △친환경 교통을 지원하는 전기차 충전 솔루션 △이동서비스 예약부터 결제까지 단일 플랫폼으로 지원하는 MaaS 솔루션 △거리두기와 막힘없는 이동을 지향하는 교통카드 운영 솔루션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는 철도신호 및 안전 솔루션 등이다. 이외에도 △LTE-R과 복합단말기를 고도화하는 철도통신 솔루션 △도시 교통시스템의 핵심 체계인 철도 역무자동화 솔루션 △마찰 없는 여행과 안전한 출입국 시스템을 핵심으로 하는 공항 솔루션도 포함된다.

글로벌 교통체계와 사람들의 이동방식이 친환경, 자율주행, 인공지능, 언택트 등을 키워드로 급변할 전망인 가운데, 변화를 주도해 국내외 시장에서 동시에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미국·프랑스 심장부에 스마트 기술 심다= 회사는 2~3년 전부터 해외 사업의 씨를 뿌려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미국 워싱턴DC 지하철 역무자동화시스템 구축사업이다.

2019년 6월 미 워싱턴 교통국과 459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 8월에 35억원의 추가 계약을 맺었다. 도시 내 지하철 역사 91곳에 2월부터 에스트래픽이 개발한 게이트가 설치되고, 이를 실시간 제어하는 중앙 서버시스템이 구축된다. 회사는 코로나 상황에도 15명의 직원들을 파견해 현지 제조시설을 확보하고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핵심 모듈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조립해 설치하는 방식이다.

문 대표는 "미국의 심장부 지하철 시스템을 우리 장비로 갈아치운다는 데 의미가 크다"면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끝에 수주했는데, 서울 1~8호선 약 300개 역사 시스템을 1년 만에 구축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워싱턴 뿐만 아니라 볼티모어,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대도시들의 장비 교체도 이뤄지는 만큼, 후속 사업도 기대된다.

또한 아제르바이젠 고속도로 요금징수시스템, 인도 델리와 자이푸르 지하철 역무자동화시스템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아제르바이젠 사업은 고객이 우리나라를 직접 방문해 시스템을 살펴본 후 사업을 맡긴 사례다. 중동지역 대규모 요금시스템 사업 제안에도 참여하고 있다.

국내 지하철과 달리 수직으로 열리는 상하개폐형 스크린도어도 공들이는 사업 아이템이다. 국책 연구과제를 통해 개발한 솔루션으로, 같은 선로에 다양한 형태의 열차가 운행하는 유럽에서 많은 수요가 기대된다. 참신한 아이디어에 매료된 세계 최대 철도운영사인 프랑스 SNCF와 스페인 바르셀로나메트로(TMB)가 시제품만 보고 설치를 의뢰해, 파리와 바르셀로나 역사 각각 한 곳에 설치·운영되고 있다. 세계적인 안전성 평가기관 리카르도로부터 SIL(Safety Integrity Level) 최고등급인 레벨 4를 획득해 유럽 추가 수출도 기대된다. 프랑스, 인도, 미국에 법인을 두고 해외 사업 발굴에 집중, 2025년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게 목표다.

◇"위기의 또 다른 얼굴은 기회"=급변하는 산업·기술과 팬데믹 충격은 분명 위기지만 동시에 기회라는 게 문 대표의 생각이다.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력과 신뢰성, 사업 경험을 토대로 변곡점을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표는 "산업이 신기술을 만나면 의미 있는 변화 포인트가 만들어진다. 우리 같은 기술기업들이 솔루션과 수요를 빨리 파악해서 기회를 살리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이 없다. 기회의 문은 한번 열렸다가 닫히면 진입이 어려운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 면서 "우리가 하는 사업에 국내 최초, 세계 최초, 국내 최다라는 타이틀이 많이 붙어있는데, 거기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교통시스템에 혁신기술을 접목해 친환경, 탄소저감 이슈를 충족시키고, 코로나로 커지는 지하철·철도의 비대면 시스템 수요에 대응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수년 전 전기차 충전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같은 변화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SI·솔루션에서 플랫폼 서비스로= 회사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기존 SI(시스템 통합) 및 제조 중심 사업에서 플랫폼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차 충전 플랫폼과 MaaS 플랫폼 서비스다. 민간 기업 중 가장 많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보유하고, 플러그앤차지, 예약충전, 비대면 충전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문 대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수단일 뿐이며 다른 서비스로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 면서 "올해 PoC(개념검증)를 거쳐 구독형 모빌리티, 드론 충전 등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오픈 플랫폼이 전기차 소유자와 충전사업자들의 활동·놀이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해, 우버나 그랩 같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생각이다.

MaaS는 대중교통, 택시, 개인용 모빌리티 관련 정보를 통합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도시 교통혼잡을 해결하고, 공공교통과 개인교통을 통합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 시장에서 단독 플레이 대신 자동차·통신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겠다는 게 회사의 전략이다. 지하철공사, 버스조합 등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폐쇄형 요금시스템 대신 금융기관, 인터넷 기업 등의 결제 인프라를 활용하는 오픈페이먼트도 준비하고 있다.

문 대표는 "하드웨어 팔아서 돈 버는 시대는 점점 끝이 날 것"이라 면서 "거침없이 바꾸고 겁 없이 도전해야 기회가 열리는 만큼 더 열정적으로 변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서울교통카드 수입이 줄어들고 3년 가까이 기치를 내걸고 키워온 해외 사업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반전이 기대된다"면서 "국내외에서 대형 수주를 만들어내고 미래형 비즈니스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 대한민국 교통IT의 역사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naturean@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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