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비 올라간 것이 우리 탓이냐" 수수료 조정에 뿔난 중개업자
수수료 기존보다 내려가게 설계
집값 상승을 수수료 문제로 전가
"현금위주 중개시장 투명화 우선"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논란이 된 '부동산 중개보수 산정체계'를 결국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의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여론을 의식한 조처인데, 손해가 불가피해진 부동산 중개업계의 반발이 커질 전망이다.
26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주택매매·전세거래 계약 시 부과대상 금액을 신설해 중개수수료를 낮추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조만간 확정하고서 국토교통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권고안이 오는 대로 긍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매매의 경우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 구간을 신설하고 0.7%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는 9억원을 초과하면 중개수수료 최고요율인 0.9%를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12억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액에 대해서만 최고요율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전세는 6억∼9억원 구간을 신설하고 중개수수료율을 최대 0.5%로 조정한다.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만 최고 수수료율인 0.8%를 적용한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10억원짜리 주택을 샀을 때 중개수수료는 최대 900만원에서 550만원으로 350만원 낮아지고, 전세도 6억5000만원짜리 전셋집을 계약하면 중개수수료가 520만원에서 325만원으로 195만원 감소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작년 11월 주택 중개서비스와 관련해 국민의견을 수렴했고 그 결과 2478명의 응답자 중 53%가 중개료 부담이 과하다는 여론을 확인한 뒤 중개수수료 개편에 착수했다. 정부가 중개수수료를 손질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냈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재의 공인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비판의 글이 계속 올라왔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면서 중개수수료도 오른 것인데, 정부가 그 책임을 중개사들에게 전가하고 민심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강행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10억원을 훌쩍 넘긴 상황이고 어쨌든 거래되는 횟수에 따라 중개사들이 돈을 버는 거라 중개수수료 인하 구간을 설정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공인중개사에 떠넘기고 중개수수료를 손질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다만 서울 집값이 오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책임이 중개사들에게 일부 있는 만큼, 현금 위주의 중개 시장을 투명화하는 것부터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 정부가 무조건 중개수수료를 개정하기보다는 정확한 시장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개보수는 공인중개사들의 생존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시선에서 중개보수가 비싸니 좀 깎자 이런 식의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며 "현재 중개수수료율이 상한선(0.9%)으로 되어 있고 그 안에서 당사자간 협의하도록 되어 있다. 실제 당사자들이 얼마를 받는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토부는 중개보수 관련 연구용역을 준비 중이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주거환경학회에 연구 용역을 의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중개수수료가 비싸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곳은 집값이 급격히 오른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인데, 지방은 서울·수도권과 온도차가 있다"며 "지방도 6대 광역시나 그 외 지역에서 중개수수료가 또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중개보수 체계가 지역별로 얼마만큼 부합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고, 중개서비스의 질적인 부분도 해외 사례와 비교해 현재 우리나라의 중개 서비스가 해외 선진국에 비해 어느정도인지, 개선할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 분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의 공인중개사들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작년 서울 지역의 개업 공인중개사는 1월 479명에서 12월 373명으로 1년간 22%(-106명) 감소했다. 서울 지역에서 폐업과 휴업에 들어간 공인중개사가 작년 1월 336명에서 12월 314명으로 약 7%(-22명)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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