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과 농구협회의 입장차..붕괴되는 농구대표팀

김찬홍 입력 2021. 1. 2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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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가 끝나고 사의를 표명한 김상식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 사진=한국농구협회 제공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한국 농구가 남자 국가대표팀 차출 갈등으로 새해부터 논란을 빚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난 22일 남자농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라건아(KCC), 이승현(오리온), 전준범(현대모비스), 허훈(KT), 김낙현(전자랜드), 변준형(KGC), 이관희(삼성), 안영준(SK), 김시래(LG), 김종규(DB), 강상재(상무), 여준석(용산고)이 선발됐다. 프로 10개 팀에서 1명씩, 그리고 상무 소속 선수와 고교 선수 1명이 뽑혔다.

이번에 선발된 선수단은 다음달 18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에 참가한다. A조에 속한 우리 대표팀은 오는 다음달 13일 소집돼 이틀 뒤 필리핀으로 건너가 18일 필리핀, 19일 인도네시아, 20일 태국, 22일 필리핀을 차례로 상대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외부와 접촉을 최소화한 채 한 장소(필리핀)에 참가국이 모두 모여 진행한다. 

농구협회는 당초 이번 대회 불참을 고려했다.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도 선수 안전을 고려해 불참한 바 있다. 이에 FIBA는 바레인 대회 불참의 책임을 물어 대한농구협회에 벌금 2억원과 승점 2점 삭감 징계를 내렸다. 이후 이번 대회에 참가할 시 징계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하자 농구협회는 참가를 결정했다. 이번 대회 불참시 2023년 농구 월드컵과 2024년 올림픽 출전에도 자칫 영향이 갈 수 있어 선택지가 부족했다.

부랴부랴 대표팀 선발을 시작한 농구협회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필리핀에서 대회를 치르기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는 일원들은 귀국 후 약 2주 가까이 자가격리를 해야한다. 대표팀 소집부터 대회 일정과 자가 격리까지 약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소모된다.

하지만 프로농구연맹(KBL)은 다음달 13일부터 23일까지, 약 10일간만 리그를 중단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귀국 후 약 3주 동안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셈이다. 순위 싸움에 한창인 구단들로서는 소속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연맹 입장에선 자칫 시즌 종료가 더욱 늦어질 수 있어 리그 휴식기를 더 연장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연맹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예기치 못하게 시즌을 급하게 종료했던 만큼, 최대한 시즌을 빠르게 끝내길 희망하고 있다. 소수의 선수들로 인해 다수의 인원들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정규시즌 막판 순위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시기에 프로팀들의 부담이 막대하다는 우려와 더불어 대학 선수 중심으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자, 김상식 대표팀 감독과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구단간의 형평성을 위해 베스트 멤버를 차출하기 보다는 ‘팀당 1명 선발’ 원칙으로 명단을 결성했다.

하지만 발탁된 선수의 전력 비중이 팀별로 다르다보니 형평성 논란이 터져나왔다. 특히 최근 부상으로 고생한 전준범과 안영준이 명단에 오르자, 일부 팀 관계자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팀 핵심인 이승현이 차출된 강을준 고양 오리온 감독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선발 경위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선수단 면면을 보고 팀 간 형평성을 지적하며 불평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대표팀의 포지션별 균형 등을 두루 고려할 때 나름대로 최선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더군다나 ‘구단당 1명 차출’이라는 선발 기준이 없었더라면 더 큰 논란을 불러왔을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라건아가 차출된 KCC의 경우 이정현, 송교창 등 여전히 대표팀 핵심멤버들이 대거 존재한다. 팀당 1명 선발은 나름의 타협안이라고 볼 수 있다.

계속되는 형평성 논란에 결국 김상식 감독과 추일승 대한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은 최근 대표팀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감독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프로팀과 신뢰가 깨지는 것 같아 이번 대회가 끝나고 감독직을 그만두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9년 허재 전 감독이 사퇴한 이후 김 감독 지휘 하에서 대표팀은 호성적을 거뒀다. 2019년에는 농구 월드컵에서 25년 만에 첫 승을 거두기도 했고, 올림픽 최종예선에도 진출했다.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2020 도쿄 올림픽 개최가 6개월 가량 남은 시점에서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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