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팀 없다" 돌아온 이우형 안양 감독의 이유있는 자신감[전훈 와이드인터뷰]

윤진만 2021. 1. 2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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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안양 이우형 감독. 사진(벌교)=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5년여 만에 FC 안양 사령탑으로 복귀한 이우형 감독(54)이 특유의 나긋나긋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K리그2에 두려운 팀은 없다"고.

지난해 9위에 머문 팀 감독 치고는 자신감이 넘친다. 두려워도 두렵지 않다고 말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일까? 이 감독은 고개를 젓는다. 그러더니 안양이 올해 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기 시작한다.

"'어? 안양이 이런 영입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선수를 영입했다. K리그1에서 뛰던 심동운 김경중 백동규 등이다. 예전부터 이런 선수를 영입했어야 하는데, 이제야 계획 하에 제대로 된 선수를 영입하기 시작했다. 주전만 놓고 봤을 때는 김천 상무를 제외한 그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심동운은 전남 드래곤즈와 포항 스틸러스 소속으로 1부리그에서만 뛴 베테랑 윙어다. 김경중은 유럽, 일본을 거쳐 강원 FC에서 활약했다. 지난해 돌풍팀 포항과 병수볼 핵심 자원이 안양으로 향했다는 것 자체가 주는 상징성은 크다. 이 감독은 "동운이와 경중이 영입 소식이 알려진 뒤 다른 선수를 영입하기가 더 수월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안양에 합류한 백동규(전 제주) 정준연(전 광주) 박대한(전 전남) 임승겸(전 성남) 주현우(전 성남) 윤준성(전 나콘랏차시마) 등도 K리그1 무대를 경험했다. 코스타리카 국대 출신의 공격수 조나탄 모야, 창의성을 장착한 일본 미드필더 타무라 등 수준급 외인도 영입하며 전 포지션에 걸쳐 스쿼드를 강화했다. 1부팀에 어울리는 스쿼드다.

◇조나탄 모야. 사진=FC 안양
◇심동운. 사진=FC 안양
◇김경중. 사진=FC 안양
◇백동규. 사진=FC 안양
◇주현우. 사진=FC 안양

좋은 선수가 많다고 무조건 승격하는 건 물론 아니다. 때로는 '0입'이 '폭풍영입' 보다 나을 때가 있다. 축구는 어디까지나 팀 스포츠이고, 뉴 페이스와 기존 선수들이 얼마나 잘 융화하는지가 중요하다. 닐손 주니어를 제외하고 아직 팀에 합류하지 않은 외국인 선수들의 리그 및 팀 적응도 변수다.

이 감독은 "단순히 선수를 많이 영입했다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새로 영입한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 사이에 '1부 경험'이라는 갭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생활하는 걸 보면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잘 어울린다. 새로 온 선수들이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마음에 든다. 속된 말로 거들먹거리는 선수가 없다. 정말 열심히 해준다"고 말했다. 안양에서 벌교로 이어지는 지금까지의 전지훈련을 지켜보며 '원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얘기다.

그는 "선수를 전략적으로 영입하고자 노력했다. 김경중은 카페에서 만나 팀의 비전과 구상을 설명한 뒤 이적 동의를 얻어냈고, 심동운은 전화로 설득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둘 다 못 잡았을 뻔했다"고 말했다. 둘의 영입으로 안양은 예전에 비해 더 스피디한 경기 운영이 가능해졌다. 이 감독은 "요즘엔 속도가 없다면 승부를 내기 힘들다. 동운이 경중이도 있지만 하승운도 데려왔다. 모야도 1m85 신장에 스피드를 겸비했다"고 했다.

백동규는 이 감독이 안양 초대 감독시절(2013~2015년)을 함께 한 제자란 이유만으로 영입한 건 아니다. 이 감독은 포백과 스리백을 번갈아 쓸 계획인데, 포백을 활용하기 위해선 "포백에 맞는 센터백 자원"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백동규 영입에 열을 올렸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안양 창단 초창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1부급' 선수들이 일단 대거 모였다. 이제 이 감독이 이 '재료'로 어떤 요리를 만드는 지에 안양의 앞날이 달려있다. 이 감독 본인은 선수 영입을 떠나 이번 도전에 자신 있는 눈치다. 지난 2년간 안양의 전력강화부장을 맡으면서 한 발 떨어져 현장을 들여다본 것이 도움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감독직을 제안받고 몇 날 며칠 고민했다. 2년 동안 밖에서 K리그2를 지켜본 것을 토대로 이렇게 선수를 구성해서 이렇게 경기를 운영하면 좋은 팀 만들겠다는 자신감이 문득 생겼다. 보고 느꼈던 걸 직접 해보면 후회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며 "2015년 팀을 떠날 때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 저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다. 안양을 떠난 뒤에도 늘 마음 속에는 안양이 있었다. 내가 언제까지 안양에 머물지 모르지만, 10년, 아니 5년 뒤 안양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고 싶다. 그래서 올 시즌이 중요하다."

안양은 안양에서 실시한 1차 전지훈련에서 '지옥의 체력훈련'을 했고, 벌교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강도로 전술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 감독은 "다른 팀 관계자들은 안양을 '중하위권팀' 정도로 생각할 거다. 앞으로도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다"며 '대반전 승격'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피력했다. 벌교=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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