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신세계 야구단 빅딜은 총수의 결단..최태원과 정용진의 큰 그림은

맹하경 2021. 1. 2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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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의 주인이 SK에서 신세계로 바뀌게 되자 연초 스포츠계는 물론 재계가 들끓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정적으로 여유가 넘치는 기업이 프로야구단을 넘긴 사례는 과거에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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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기반 미래 산업 바라보는 SK그룹
오프라인 유통 침체 넘어야 하는 신세계
"야구,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키 콘텐츠'"
신세계그룹이 SK그룹으로부터 SK와이번스 인수를 알린 26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 SK와이번스 엠블럼이 설치돼 있다. 뉴스1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의 주인이 SK에서 신세계로 바뀌게 되자 연초 스포츠계는 물론 재계가 들끓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정적으로 여유가 넘치는 기업이 프로야구단을 넘긴 사례는 과거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 친분이 있던 두 그룹의 총수 간에 매매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도 새롭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 부회장이 지향하는 방향성에 답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주력 사업인 신세계는 소비재 중심의 그룹 포트폴리오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가 핵심인 반면, SK는 첨단소재와 바이오 등 미래 산업으로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란 차이에서다. 결과적으로 야구단을 산 쪽이 소비자가 더 절실한 상황이다.

SK그룹과 신세계그룹은 26일 SK텔레콤이 보유한 SK와이번스 지분 전량을 1,352억원에 이마트에 넘기는 매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으로 이마트는 와이번스 코칭 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과 프론트를 100% 고용 승계하고 연고지도 인천으로 유지하면서 구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코로나발 위기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매각 소식이 퍼지기 시작한 전날 유통가에선 과거 야구단 인수가 등을 따져 SK와이번스 매각가를 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보다 낮은 가격이 책정된 것을 두고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발 무관중 경기 등으로 적자 폭이 늘고 있어 신세계 입장에선 적정 가격에 야구단을 갖게 됐고 매각 타이밍을 노리던 SK는 코로나19로 그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게 된 셈"이라고 귀띔했다.

SK와이번스는 2019년 매출액 562억원에 영업손실이 6억2,000만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입장수익이 거의 나지 않아 손실 규모가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고객·사업과 야구 간 교차점이 갈랐다

사업영역과의 시너지도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야구장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은 SK텔레콤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데다, SK그룹 주력 계열사는 대부분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자사 고객과 야구팬 사이 교차점에 주목한다. 야구 소비자층은 모바일 쇼핑 등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이고 동시에 관람, 게임 등 오프라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정 부회장은 일찌감치 유통업 침체 돌파구로 '온·오프라인 시너지'에 방점을 찍었다. 시너지를 실현할 연결고리로 선택한 게 야구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통업계에선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팔아 올리는 시장 점유율보다 소비자의 시간 점유율 선점이 화두다. 야구단 확보는 야구를 즐기는 소비자의 시간을 쥐는 셈이다.

나이키가 집 안에 소비자를 가두는 닌텐도를 경쟁자로 지목하고 신발에 센서(감지기)를 달아 운동량을 경쟁하는 게임 요소로 승부를 봤던 것처럼, 전자상거래(e커머스)에 밀리는 전통 유통기업인 신세계는 야구를 소비자 유인, 더 나아가 추가 소비를 유발하는 '키(Key) 콘텐츠'로 주목한 것이다. 야구단을 마케팅과 홍보채널로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SK행복드림구장과 부속건물이 테마파크와 같은 대형 유통 플랫폼으로 전환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2019년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스카이박스에 설치됐던 이마트 브랜드룸. 이마트 체험형 가전 전문점 일렉트로마트(위쪽)와 잡화점 콘셉트의 삐에로쇼핑 관련 콘텐츠로 공간이 꾸며졌다. SK와이번스 제공

SK그룹의 야구단 매각은 최 회장의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와 연결되기도 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프로야구는 상업성이 강해 체육 지원이라는 사회 공헌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펜싱, 빙상, 장애인 사이클 등을 지원하고 있는 SK텔레콤은 프로야구단 매각·운영 자금을 비인기 종목 지원 확대에 쓸 계획이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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