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현수막 때문에 부상 입었다면 배상해야"..현수막 설치자에 배상 책임 판결

박원수 기자 2021. 1. 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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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불법현수막으로 상해를 입었다면 불법현수막을 설치한 업자는 이로 인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불법 현수막을 설치하지 말라는 표지를 설치했다. /조선일보DB

대구지법 제13민사단독 김성수 부장판사는 현수막 설치자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송에서 A씨에게 치료비의 절반인 111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지난 2019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구 모 초등학교 1학년이생었던 B군은 5월9일 오후 하교길에 2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너갔다. B군은 건너편 인도 가로수 2그루 사이에 설치해 둔 현수막의 줄에 목이 걸리면서 뒤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B군은 머리의 피부가 찢어지면서 피가 났다. B군은 혈우병 질환자라서 119구급대원들은 B군을 평소에 진료를 받던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했다.

거기서 엑스레이 촬영과 CT촬영을 통해 부상 부위를 확인하고 혈우병 약을 투약하는 등 진료를 마치고 귀가했다.

B군은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치료를 더 받았다.

B군의 보호자는 치료비로 본인부담금 26만여원을 냈고, 나머지 195만여원은 공단이 부담했다.

이후 공단측은 현수막 설치자 A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공단이 부담한 195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단측의 구상권이 없기 때문에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송을 냈다.

그러자 공단 측은 A씨를 상대로 195만원 상당의 구상금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군이 걸려 넘어진 현수막은 원고인 A씨가 설치해 둔 광고 현수막이고 관계법령상 가로수는 광고물 등의 표시가 금지되는 물건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현수막 설치는 위법한 행위였고, 현수막 설치와 관련해 행정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거나 행정기관에 신고를 한 사실도 없다”며 A씨에게 현수막 위법설치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는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에 따라 불법현수막으로 인해 발생한 이 사고로 인해 B군이 입게 된 손해의 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구상권 청구권이 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손해배상책임의 액수를 제한했다. 재판부는 “B군이 횡단보도를 크게 벗어나 뛰어가면서 횡단보도에서 약간 떨어진 현수막에 목이 걸린 점, 혈우병의 질환을 가지고 있어 확대된 손해에까지 A씨가 부담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A씨의 손해배상책임액은 총 진료비의 50%인 111만여원이 된다”며 배상책임 한도를 절반만 인정했다.

재판부가 불법현수막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의 귀책사유도 함께 인정한 판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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