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바이오시밀러·플랫폼기술 투트랙..글로벌제약사 밑그림 그렸죠"
5분이면 되는 피하주사로 개발
'ALT-B4' 바이오플랫폼 수출
작년 전세계 무대로 6.4조 계약
단백질 관련 기술은 최고 자신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속도내
4년내 매출 2조 업체로 키울 것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196170)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도 돋보인 ‘K바이오’의 대표 주자다. 지난 2019년 12월부터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6조 4,0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자본시장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약 1년 동안 주가가 2만 원대에서 20만 원 이상으로 10배 가까이 올랐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순위 5위에 오를 정도로 덩치도 커졌다.
서울경제와 만난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높아진 주가에 부담이 안 됐다는 건 거짓말”이라면서도 “지난해는 앞으로 10년간 알테오젠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린 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4~5년 안에 매출을 2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려 안정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겠다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알테오젠이 그동안 기술수출을 진행해왔던 글로벌 제약사들은 올해 임상 1상에 돌입한다. 3~4년 뒤 품목 허가를 마치고 시장에 내놓는 게 목표다.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개발도 시작한다. 유럽 특허가 만료되는 오는 2025년 6월까지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바이오 의약품 공장도 건설한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분양한 대전 신동지구에 1만 3,223㎡ 규모의 땅도 이미 확보했다. 박 대표는 2025년께 이 모든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매년 매출 2조 원을 안정적으로 올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상 R&D만 할 수는 없잖아요. 어느 시점이 지나면 그동안 R&D한 제품을 상업화해 매출을 일으키고 수익을 내야 합니다. 바이오 벤처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이를 보여준 국내 바이오 벤처는 셀트리온 단 한 곳밖에 없습니다. 알테오젠도 셀트리온처럼 글로벌 바이오 벤처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난해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알테오젠의 대표 기술 중 하나로 기술수출에 성공한 ‘ALT-B4’는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꿔주는 플랫폼 기술이다. 쉽게 설명하면 병상에 누워 4~5시간 동안 링거로 맞아야 했던 약을 배나 허벅지 등에 찔러 5분 내 투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병원을 방문하기 힘든 고령자 등에 적합하다. 코로나19의 대유행 속 비대면 의료가 각광받고 있어 더욱 주목받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현재 전 세계에서 알테오젠과 미국의 할로자임 단 2곳만 보유하고 있다.
알테오젠의 기술은 히알루론산 분해 효소를 활용한다. 피부 안에 존재하는 일종의 막인 히알루론산의 연결을 일시적으로 끊어 약물을 투입한다. 다른 회사의 제품과 차별점은 사람 정액의 효소를 활용해 중성 환경에서도 안정화했다는 것이다. 정자가 수정할 때 난자의 막을 녹이며 뚫는 데서 착안했다. 보통의 히알루론산 분해 효소는 소화가 이뤄지는 위를 비롯한 산성 환경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
ALT-B4는 플랫폼 기술인 만큼 추가 기술수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보통 신약 후보 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면 물질에 대한 권리 자체가 넘어가 추가 수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플랫폼 기술은 이와 달리 수출한 기술이 상업화에 성공하면 그 자체가 레퍼런스가 돼 더 많은 글로벌 제약사에 판매할 수 있다. 알테오젠은 2019년 12월 글로벌 제약사에 13억 7,300만 달러(약 1조 6,000억 원)에 기술수출했다. 지난해 6월에는 다른 글로벌 제약사에 38억 8,100만 달러(약 4조 7,000억 원) 규모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계약은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당뇨병 치료제 후보 물질을 5조 2,000억 원에 기술이전한 이후 국내 바이오 기술수출 중 최대 규모다.
알테오젠은 최근 인도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네릭 회사 인타스파마슈티컬과도 계약을 맺었다. 총 계약 규모는 작지만 매출액의 10%를 로열티로 받는다. 인타스는 이번 계약에 따라 2개의 정맥주사형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박 대표는 “인타스가 개발하고자 하는 바이오시밀러는 정맥주사형 제품이 시장에 한 개밖에 없는 만큼 품목당 1조 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로열티를 10년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당초 알테오젠을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설립했다. 하지만 관심을 가졌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성에 문제를 발견했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개발 속도를 감안할 때 알테오젠이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더라도 순위가 7~8번째가 될 것으로 보였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기간이 만료된 뒤 최소 3번째 안에는 개발돼야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 투자비도 못 건질 판이었다.
당시 허셉틴은 정맥주사 유형과 피하주사 유형이 있었다.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인 로슈는 유럽에 피하주사형 허셉틴만 내놓아 5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다.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로슈는 미국 시장에 피하주사형 허셉틴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허셉틴의 특허가 만료된 후 정맥주사형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될 때 피하주사형 허셉틴을 내놓겠다는 복안이었다. 박 대표는 고민 끝에 정맥주사 방식(제형)을 피하주사 방식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면 승부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형을 바꾸려면 히알루론산 분해 효소가 필요했습니다. 당시 알테오젠에는 단백질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아 효소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알테오젠은 2017년 여름부터 제형 변환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해 2019년 봄에 완성했다. 기술개발이 완료되기 전인 2018년 겨울부터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수출 논의를 하기 시작해 1년 만인 2019년 12월 첫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꿔주는 기술 분야에서 알테오젠의 경쟁사는 미국의 할로자임이다. 박 대표는 알테오젠의 기술이 할로자임에 비해 세 가지 장점이 있다고 자신했다. “생산성이 4~5배 높고 안정성이 뛰어나며 다른 의약품과 섞었을 때 유효기간이 오래간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아울러 제형 변경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도 해놓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할로자임의 물질특허가 만료되기 전 보강 특허를 제출했다”며 “제형 변경 기술은 알테오젠과 할로자임 두 회사만 할 수 있도록 특허 장벽을 쳐 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말 글로벌 임상 3상을 계획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11월 이를 위해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도 설립했다. 대전 유성구 신동지구에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착공해 2024년 완공할 예정이다. 독일 바이엘과 리제네론이 공동 개발한 황반변성 치료 신약 아일리아는 2019년에만 7조 8,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2025년 6월 유럽에서 물질특허가 만료된다. 아일리아는 특유의 단백질 구조를 갖고 있어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업계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나 글로벌 제약사 암젠 정도의 규모를 갖춘 기업들 정도만 도전할 만한 분야라고 보고 있다. 박 대표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그는 “단백질 관련 기술만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한다”며 “융합단백질 생산을 위한 배양 조건 방법과 관련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진행한 임상 1상 결과도 만족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He is...
△1954년 전라북도 군산 △1980년 연세대 생화학과 학사 △1985년 퍼듀대 생화학 박사 △1988년 MIT 생물학과 박사 후 연구원 △1988~2006년 LG생명과학 사업개발 상무 △2006~2009년 한화석유화학 바이오담당 개발본부장(상무) △2009~2011년 바이넥스 대표이사 부회장 △2010년~ 알테오젠 대표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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