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창(窓)] 숨가쁜 인구 변화, 손댈 곳이 너무 많다

입력 2021. 1.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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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아오자마자, 작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며 사상 처음으로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장기간에 걸친 완만한 인구 감소에는 우리 사회가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가 20년 후까지 현재의 약 98% 수준으로 완만하게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인구 규모의 감소는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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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일찍 시작된 인구 감소 충격
인구구조 변화 따른 구조적 불균형 심화
엄중하지만 올바르고 효과적 정책 펴야
©게티이미지뱅크

새해가 밝아오자마자, 작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며 사상 처음으로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예상보다 일찍 시작된 인구 감소는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축소사회의 암울한 전망이 제시되고 있고, 신속하고 획기적인 정부의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개인이든 국가든 내리막길에 첫발을 내딛는 변화는 두려울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에 드리운 인구 변화의 위협은 분명 엄중하다. 그렇지만 과도한 위기의식과 이를 반영한 조급한 대응은 결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인구 변화가 가져올 문제들의 구체적인 내용과 경중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차근차근 추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총인구 규모의 감소세 전환 자체는 그리 놀라운 소식이 아니며 적어도 당분간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완만한 인구 감소에는 우리 사회가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가 20년 후까지 현재의 약 98% 수준으로 완만하게 감소할 것이다. 이때까지 경제활동인구도 현재에 비해 많이 줄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인구 규모의 감소는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인구 문제의 핵심은 인구 축소 자체가 아닌 인구 변화의 빠른 속도와 이로 인한 구조적 불균형의 심화이다. 즉 출생아 수가 가파르게 줄면서 일정한 연간출생인구에 맞추어진 각종 시스템에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혼란과 비용이 초래되는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구 변화의 속도를 가능한 한 늦추고, 앞으로 발생할 여러 가지 불균형을 완화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는 각 유형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시기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예컨대 지역 간 인구 불균형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고, 전체 인구 불균형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올해부터 고교졸업생 수가 대학정원수보다 적어지고 그 격차가 앞으로 빠르게 확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학의 위기를 완화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세 남성 인구가 이번 해에 20만명대로 감소하는 만큼 군 복무 제도 개혁 작업도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와 제도 개혁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한발 앞선 대응이 요구된다. 예컨대 앞으로 5~6년 후부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 인력의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인적자본의 질과 이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청년인력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교육 및 노동시장 개혁은 지금 시작해도 빠르지 않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는 다른 변화가 없는 경우 7~8년 후부터 의사 수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의사 양성 기간을 고려하건대 이제는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적 합의의 어려움과 재정적 불균형 확대 추이를 고려할 때 연금 개혁도 미루어 두기 어렵다.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굵직한 사건이나 통계가 알려질 때마다 즉각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는 강한 요구가 제기되곤 한다. 그러나 인구정책에 빠르고 강한 만병통치약이 있을 수 없다. 정치적인 압력에 떠밀려서 면밀하게 계산되지도, 충분하게 준비되지도 못한 정책들이 양산되는 것은 곤란하다. 신속한 대응으로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좋지만 올바른 방향의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정책의 성패를 결정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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