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안되는데 임대료·이자는 꼬박꼬박 나가.. 빚으로 버틴다 [코로나 1년, 일상이 무너졌다]

김성호 2021. 1. 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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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인 윤씨 남편 김모씨(39)는 아내 몰래 폐업까지 알아보고 다녔다고 한다.

권씨는 수차례 임대인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해 올해부터 월세를 5만원 적게 내기로 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40대)는 "매일 회원들이 환불전화를 엄청해서 나가기가 싫을 정도"라며 "임대료만 530만원씩 나가고 너무 어려운데 돈 돌려달라는 전화만 계속 오니까 화가 너무 나고 성격을 아주 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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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폐업하는 자영업자
폐업땐 소상공인 대출 상환 요구
영업제한 업종 수입 10%로 감소
오랜 경영난에 우울·분노 휩싸여
주말인 지난 23일 오후 서울 신촌 상권이 텅 비어있는 모습. 사진=김성호 기자

#. 서울 대학로에서 남편과 주점을 운영하는 윤태영씨(40대)는 지난해 말부터 남편과 부쩍 사이가 안 좋아졌다.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퇴직 후 2019년 주점을 차린 게 이유다. 윤씨는 스터디카페나 공부방 등을 권유했지만 평소 술을 즐기던 남편이 주점을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퇴직금으로 가게를 인수했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버린 것이다. 윤씨는 남편을 응원하고 묵묵히 함께 일했지만 빚까지 내서 가게를 유지해야하는 지금의 상황이 몹시 스트레스가 된다고 26일 털어놨다.

■폐업 알아봤지만 대출상환 요구

연하인 윤씨 남편 김모씨(39)는 아내 몰래 폐업까지 알아보고 다녔다고 한다. 수도권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며 월 200만원씩 적자를 내고 있어서다. 하지만 김씨는 은행과 상담을 한 뒤 폐업을 포기했다. 김씨는 "소상공인 긴급대출을 받은 게 있는데 폐업하면 한 번에 바로 상환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언론을 통해 한 번에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는데 은행에선 기금대출이라 일시상환이라고 하고,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어서 일단 좀 더 버텨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찍은 방역대책은 자영업자들에게 큰 타격이 됐다. 특히 오후 9시까지 영업에 직접 제한을 받은 업종은 수입이 10%까지 떨어진 곳도 있을 정도다. 대학가는 그중에서도 피해가 심각하다.

서울 신촌·이대 상권은 밤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풍긴다. 번화가인데도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탓이다. 1년째 비대면 수업이 진행돼 학생들은 학교에 오지 않는다.

오후 9시 이후엔 사람 없는 매장들이 불만 켜두고 있다. 최소인력이 남아 배달주문을 기다리는 것이다. 장사를 못하는 동안에도 임대료는 수백만원씩 꼬박꼬박 나간다. '폐업에도 돈이 든다'며 이 악물고 버텨온 이들조차 당장 코앞을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신촌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권모씨는 매일 저녁 혼자 가게를 연다. 거리두기가 강화되기 전엔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있었지만, 몇 달째 혼자서 손님을 맞고 술과 안주를 내가고 있다.

권씨는 "매일 2만~3만원 벌기 위해 문을 열고 있다"며 "임대료보다 못 번 지는 오래됐다"고 토로했다. 권씨는 수차례 임대인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해 올해부터 월세를 5만원 적게 내기로 했다. 홀 영업이 중단됐던 카페와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된 헬스장, 코로나19 최대 피해업종으로 꼽히는 노래방 등도 고통을 호소한다. 업주들 중 지난해 추가 대출을 받지 않은 사례가 찾기 힘들 정도다.

■폐업 도미노 현실화

서울 양천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조흥연씨(50대)는 업주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보여주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노래방마다 노래방 기기 대신 독서실 책상을 넣어 놓은 사진이었다. 영업중단에 답답해진 업주가 인테리어 비용도 없어 노래방에 독서실을 꾸민 것이란다.

조씨는 "임대료와 공과금, 은행이자는 꼬박꼬박 나가는데 장사는 못하게 하니 어쩌란 건지 모르겠다"며 "당장 인테리어 할 돈도 없으니까 그냥 방마다 책상 하나씩 넣고 독서실 운영이라도 하는 사장님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랜 경영난에 우울감과 분노조절장애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40대)는 "매일 회원들이 환불전화를 엄청해서 나가기가 싫을 정도"라며 "임대료만 530만원씩 나가고 너무 어려운데 돈 돌려달라는 전화만 계속 오니까 화가 너무 나고 성격을 아주 버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업종만 바꿔 다시 자영업을 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장사가 안 돼 다른 장사를 하는 것이니만큼 자본금도 취약하다. 이 같은 사실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2015년 8월 기준 자본금 5000만원 미달 자영업자는 69.1%였지만 지난해 8월엔 무려 77.5%나 됐다. 업계에선 올해 1월엔 자본금 5000만원 미만 자영업자가 8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진단한다.

자영업자가 벼랑끝에 섰다는 말은 더는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몰릴 대로 몰린 자영업자는 취약한 순서대로 붕괴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과 경기도에서만 5만7000명의 자영업자가 줄어들었다. 마지막 선택지로, 직업의 저수지로 불려온 자영업을 떠난 이들이 어디로 갔을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전무하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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