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택하는 총수들]"뿌리부터 바꾼다"..간판사업에 '메스' 신성장 동력에 '베팅'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입력 2021. 1. 26. 17:54 수정 2021. 1. 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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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의 승부수
최태원, 비주력 사업 접고 반도체·배터리에 역량 집중
구광모, 휴대폰사업 철수 검토..전장·AI로 좌표 수정
신동빈, 유통 뛰어넘어 배터리로..박정원 '친환경' 전환
[서울경제]

LG전자의 휴대폰 ‘LG옵티머스G’는 한때 ‘구본무폰’ ‘회장님폰’으로 불렸다.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진두지휘하에 LG 계열사들이 역량을 총동원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라는 의미에서 붙은 별칭이다. 하지만 구 전 회장의 뒤를 이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휴대폰 사업의 전면 개편을 검토 중이다. 경쟁력을 잃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을 끌고 가기보다는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게 그룹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선대나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은 총수들은 기존 사업을 단순히 이어받기보다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새롭게 재편하지 않으면 아버지를 뛰어넘기는커녕 생존조차 불확실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이런 사업 재편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에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하는 것)’ 경영이 화두다. 선대의 경영을 답습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새로운 경영 스타일을 내세워 급격히 재편되는 글로벌 사업 환경에 적응하고 그룹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겠다는 총수들의 결단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승어부’를 화두로 던진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그는 법정에서 “중소기업·벤처기업·학계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우리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것이 이뤄질 때 저 나름의 승어부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선대부터 이어져온 방산 부문을 대거 매각하고 시스템 반도체, 전자장비(전장)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체제 들어 직원들조차 ‘정신이 없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과감한 사업 정리와 신사업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일관제철소’라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꿈이 담긴 현대제철이 ‘정의선 시대’를 맞아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대거 정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컬러 강판 사업을 정리했고 충남 당진공장의 전기로 박판 열연 공장 설비를 가동 중단한 후 매각했다. 최근에는 정 명예회장의 ‘마천루’ 꿈이 담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설계 변경까지 검토하고 있다. 내연기관 위주였던 자동차 사업도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친환경차, 차량 공유 등을 포괄하는 모빌리티 사업으로 전면 개편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미국의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낸드플래시의 경쟁력을 강화해 전반적인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을 인수하면서 시장점유율은 기존의 9.9%에서 19.4%로 껑충 뛰었다. SK하이닉스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는 낸드 분야에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이 되겠다”며 세계 최강자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SK그룹이 최근 SK와이번스 매각을 전격 결정한 것도 신사업에 그룹의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SK텔레콤을 제외하면 기업간거래(B2B)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사업 구조상 프로야구단 운영에 큰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했다. 최신원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SK네트웍스도 주력이던 주유소 부문을 매각하고 렌털 중심으로 기업 구조를 개편했다.

숙부인 박용만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과 경영난으로 코너에 몰리자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친환경’으로 전환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기존 사업들을 매각하고 그린 뉴딜 분야의 한 축인 친환경 미래 에너지 해상 풍력발전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해상 풍력을 오는 2025년까지 연 매출 1조 원 이상의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두산퓨얼셀의 수소연료전지 관련 사업을 2023년까지 매출 1조 5,000억 원의 사업으로 키우고 드론 사업과 산업용 협동 로봇 사업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경영권 분쟁을 겪은 뒤 경영권을 확보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기존 유통 중심에서 벗어나 알루미늄박 사업을 확대하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GS가(家) 4세인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도 최근 신개념 주유소 브랜드인 ‘에너지플러스’를 론칭하고 전기차 충전 등 주유소 복합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의 지휘 아래 대우조선해양·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등 규모의 경제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친환경 미래 사업 투자도 추진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최근 그룹 총수들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사업이라도 수익성이 없으면 과감하게 털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며 “기존 사업의 내실을 기하고 새로운 사업에 올인하지 않으면 생존마저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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