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축구협 신임 전무 "욕먹는 이 자리, 맷집 키우며 방패될 것" [인터뷰]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21. 1. 2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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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박경훈 대한축구협회 신임 전무가 26일 서울 용산구의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행정가로 변신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황민국 기자


“아직 어색하네요.”

박경훈 대한축구협회 신임 전무이사(60)는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만지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수많은 직장인에게 정장의 단짝인 넥타이는 그저 일상의 옷차림일지 모른다. 벤치와 강단에서 남다른 패션 센스로 눈길을 끌었던 그에게는 자신이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걸 되새기는 도구가 됐다.

박 전무는 첫 출근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의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인생의 마지막을 축구에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오늘 출근길에도 넥타이를 맨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현역 시절 한국 축구를 대표해 1986년 멕시코월드컵과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참가했던 수비수였다. 축구화를 벗은 뒤에는 감독(청소년축구대표팀·제주 유나이티드·성남FC)과 교수(전주대)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했으나 환갑의 나이에 행정가로 갑작스럽게 길을 틀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서 행정의 수장인 전무이사직을 제안받은 그는 27일 대의원총회 승인을 받으면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박 전무는 “‘저와 같이 봉사하시죠’라는 회장님의 말씀에 정년(만 65세)이 보장된 교수직에 사표를 내고 뛰어 들었다. 공부할 것들이 산더미라 내심 두렵다”고 웃었다.

박 전무의 각오는 벌써 메모로 빼곡한 수첩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협회는 코로나19로 A매치가 대부분 취소돼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올해도 같은 어려움을 각오하고 있는 터라 박 전무의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박 전무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축구의 정상화가 달렸다”면서 “올해도 많은 부분이 어려워질 수 있기에 다양하게 대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눈앞의 살림살이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앞으로 4년간 협회를 이끌어야 하는 그는 천안축구센터 설립과 대학입시제도 개혁, 디비전 체계화와 같은 굵직한 업무도 준비해야 한다. 특히 강단에서 대회 입상에 초점이 맞춰진 현행 입시제도의 모순을 직접 확인했던 박 전무는 이 문제에 먼저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전무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하고 개인별 데이터 시스템을 갖추려고 한다”면서 “전임인 홍명보 전무 시절부터 잘 준비한 것을 내가 이어가겠다”이라고 말했다.

박 전무는 초보 행정가로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자신의 한계를 협회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하는 ‘코칭 리더십’으로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박 전무는 “능력있는 모든 분들에게 귀를 기울이겠다”면서 “한 원로는 이 자리가 욕을 먹는 자리라고 조언을 해주시더라. 사실 부임도 전에 욕설이 섞인 전화를 받기도 했다. 내가 몸은 작지만 맷집을 키우면서 협회의 방패막이가 되겠다. (임기를 마치는) 4년 뒤에는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고 다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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