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에서 '해방'으로..단청,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다

도재기 선임기자 2021. 1. 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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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무우수갤러리 개관기념전 ‘단청’, 작가 7명 참여
·회화에 사운드·미디어아트까지…단청 새롭게 보기

무우수갤러리가 단청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개관기념 기획전 ‘단청’을 열고 있다. 사진은 사진작가 노재학의 ‘창덕궁 후원 애련정 천정’(왼쪽)과 ‘울산 신흥사 구 대웅전 천정 종다라니 반자). 무우수갤러리 제공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박제’되어 온 단청(丹靑)이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자유로운 ‘해방’을 맞이했다.

무우수갤러리(서울 인사동길)가 개관 기념전으로 마련한 기획전 ‘단청’을 통해서다. ‘현대적 해석을 통한 한국 단청의 새로운 변화’를 기획 취지로 한 ‘단청’ 전은 그동안 전통문화라는 틀 속에서 제한적으로 논의되던 단청이 얼마나 다양한 의미로 재해석·활용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단청은 파랑·빨강·노랑·하양·검정의 오방색 안료를 기본으로 동아시아 목조 건축물에 다양한 무늬의 그림으로 그려졌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기원을 두는 한국의 단청은 특히 오방색을 바탕으로 한 강렬하고도 독특한 색의 조합과 갖가지 무늬가 두드러진다. 한국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여겨지는 단청은 격조 높은 건축물을 장엄하는 상징성이나 장식적 기능도 있지만, 목재를 비바람이나 곤충들의 훼손으로 부터 막아내는 실용성도 높다.

최문정의 ‘유년의 정원 1’. 무우수갤러리 제공


‘단청’ 전에는 소장 작가 7명이 참여하고 있다. 단청을 주제나 소재로 한 기존의 전시·행사들이 대부분 장인 정신이나 전통기술적 의미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전시는 단청의 현대적 해석에 주목해온 단청 전문가는 물론 회화, 사진, 나아가 미디어아트·사운드아트 작가까지 합류해 다채로운 시각이 돋보인다.

문활람의 ‘강서중묘 주작’. 무우수갤러리 제공


문활람 작가는 고구려 고분인 북한 평안도의 강서중묘에 그려진 주작 모사도를 선보인다. 일본 도쿄예술대 대학원에서 문화재보존수복을 공부한 그가 고분벽화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화강암 패널에 섬세하게 재현한 석채 모사도다. 단청의 기원과 역사는 물론 고대 이미지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진가 노재학은 20여년 단청을 카메라에 담아온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궁궐과 전통 사찰·서원·향교 등 현존하는 단청의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표현해왔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는 단청을 대칭과 비대칭, 자기 유사성의 반복 등 수학의 프랙탈 원리 등으로 재해석한다. ‘창덕궁 후원 애련정 천정’ ‘울산 신흥사 구 대웅전 천정 종다리니 반자’ 등의 작품에서 단청의 새로움을 엿볼 수 있다.

황두현의 ‘Dharma Figure 1’(면에 채색). 무우수갤러리 제공


단청 전문가(중요무형문화재 48호 단청장 전수교육조교)이기도 한 최문정 작가는 문화재로서의 전통 단청의 공부는 물론 단청의 현대화에 큰 관심을 기울여 오고 있다. 단청의 무늬와 색조를 현대적 회화미로 승화시킨 작품 ‘유년의 정원’ 시리즈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양선 작가는 자연 풍경이나 건축물 등의 오방색 활용이 돋보인다. ‘조천의 숨결’ ‘숲3’ 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양선의 ‘조천의 숨결’. 무우수갤러리 제공


회화와 설치 작업을 하는 황두현 작가도 문화재수리기능자이면서 단청을 색다르게 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레고와 곤충, 운동화 등을 소재로 한 평면 작업들이다. 최경준은 단청이 갖는 예술적 가치를 영상으로 담은 ‘이음, 잇다’로 관람객을 눈길을 끈다.

사운드아티스트 정금률은 단청의 이미지를 소리의 패턴인 리듬과 화성으로 표현했다. 그저 시각적 대상물로만 여겨져온 단청을 청각이란 감각으로까지 확장해 신선한 경험을 안긴다. 조수연 무우수갤러리 대표는 “이번 전시는 단청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함과 동시에 현대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살피고 또 해석을 시도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전통 미술의 현대화에 관심을 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전시가 당초 2월 14일까지 였으나 관람객들의 호응이 높아 2월 28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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