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헌 칼럼] 코로나 피해 보상에 대한 경제적 원칙

김세준 기자 2021. 1. 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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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교수·경제학
방역따른 피해보상 꼭 필요하지만
대상·보상범위·지원액 원칙 없으면
재정 여력·공평성 논란 더 커질 것
입법에 앞서 핀셋지원 등 고민해야
[서울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0%를 기록했다. 1998년 외환 위기(-5.1%)와 1980년 오일 쇼크(-1.6%)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낮은 수치다. 2019년 성장률(2%)과 비교하면 3%포인트나 뒷걸음질한 것이다. 취업자 수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약 22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중 가장 위축이 극심한 부문은 여행·음식·숙박·항공·예술 등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민간 소비다. 민간 소비는 전년 대비 4.4%나 줄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추경예산을 네 차례 총 67조 원을 편성하고 긴급재난지원금·취약계층맞춤형지원패키지 등을 통해 민간 소비 위축을 보완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 긴급 경영 안정 자금 지원과 소상공인 금융 지원 프로그램 신설 등을 통해 피해가 컸던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의 자금난 완화에도 노력했다.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3차 재확산 차단을 위한 정부의 영업 중단 조치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에 대한 손실보상을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가 재정 여력과 지원 형평성 등 지원 원칙과 관련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정부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국가가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은 필요하고 헌법적 관점에서도 합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보상은 경제주체들의 이해와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 국가는 조세 부담이 국민에게 공평하게 배분돼야 한다는 공평 과세를 기본 원칙으로 천명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피해를 보상할 때도 이러한 공평 보상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우선 수평적 보상 원칙이 필요하다. 동일한 소득의 국민 간 세금 부담이 공평해야 하듯이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보상도 대상이 누구든 동일한 피해를 입었다면 같은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정부의 영업 중단 조치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대부분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외에도 정부 방역 준수로 동일한 피해를 입은 업종·계층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수직적 보상 원칙이다. 소득이 서로 다른 국민들은 경제적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세금 부담도 다르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보상도 경제주체들의 피해 정도 및 경제적 능력에 따라 보상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은 경제적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지원이 상이할 수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 간에도 피해 규모 및 경제적 능력(영업력)이 다를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지원도 이런 관점을 반영한 원칙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셋째, 핀셋 지원 원칙이다. 국가 보상에 대한 재원은 성실히 땀 흘려 벌어들인 소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국민의 몫이다. 국민은 세금이 국가 경제를 견실하게 하기 위해 공공·민간 부문에 촘촘하고 알차게 사용되기를 원하며 이는 선순환적 경제활동과 생산적 복지 체제 구축에 기여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상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주체, 취약 계층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핀셋 지원 원칙은 재정 포퓰리즘을 막고 재정 건전성 원칙에도 부합된다. 2020년 국가 채무는 127조 원 증가하고 2021년에는 1,0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향후 국가 채무는 급증세를 이어갈 것이지만 세수 여건은 성장률의 하락과 인구 고령화 등으로 악화될 것이다. 재정 당국의 정부 재원 관리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의 방역 조치로 피해를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지원은 꼭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피해 보상에 대한 경제적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없다면 지원 대상과 보상 범위, 지원액 등을 둘러싸고 공평성 논란이 커질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손실보상 입법에 앞서 공평한 보상을 위한 경제적 원칙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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