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성장률 -1%, 외환위기후 첫 뒷걸음

김정환,송민근 2021. 1. 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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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GDP 속보치 발표
기업투자·정부지출로 버텨
그나마 주요국들보다 선방

◆ 韓경제 22년만에 뒷걸음 ◆

지난해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타격을 받으면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26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질GDP 속보치를 공개하며 지난해 GDP가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한국의 연간 GDP 성장률이 거꾸로 간 것은 1980년(-1.6%)과 1998년(-5.1%) 두 차례밖에 없었다. 1980년은 제2차 석유파동 여파였고, 1998년은 외환위기 영향이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충격을 피해 가지 못해 역대 세 번째로 경제가 뒷걸음질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2008년 4분기부터 이듬해 3분기까지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였다"며 "코로나19 충격은 금융위기 당시만큼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다수 해외 주요국들에 비해서는 성장률 하락폭이 작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미국 성장률을 -3.7%, 일본 -5.3%, 독일 -5.5% 등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는 코로나19로 내수가 괴멸적인 타격을 받은 가운데 기업이 수출, 투자로 사실상 한국 경제를 먹여살렸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연간 성장률 구성을 뜯어보면 민간소비(-5.0%), 건설투자(-0.1%) 등 주요 부문이 전년 대비 일제히 줄어들었다. 특히 민간소비는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1998년(-11.9%)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

기업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돈을 풀어 성장률을 방어한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기계류 설비투자가 분투하며 6.8% 급증했다. 수출도 제 몫을 했다. 수출은 지난해 2분기 16.1% 급감한 후 반도체, 자동차가 중심이 돼 3, 4분기 각각 16%, 5.2% 성장하며 연간 2.5% 감소하는 선에서 방어했다.

다급해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린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정부 소비는 5% 급증했는데 정부 부문 총지출이 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올렸다.

한은은 향후 경기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박 국장은 "코로나19 3차 유행 충격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연간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괜찮았다고 해도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한은 "올해 3% 성장"…코로나백신 접종속도가 최대 변수

작년 성장률 -1% 역주행에
올해 3%대 전망은 착시효과

내년 전망은 2%중반이지만
코로나 악화되면 1%대 경고
가계부채·선심성정책도 변수

"韓경제 저성장늪 벗어나려면
규제완화로 기업숨통 틔워야"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이 이어지면서 26일 서울 명동 한 매장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2020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를 기록해 22년 만에 뒷걸음쳤다고 밝혔다. [이충우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지난해 한국 경제가 22년 만에 뒷걸음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를 기록했다. 이제 관건은 올해 이후 성장 가능성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3.2%, 한국은행은 3.0%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한국 경제가 역주행하면서 상대적으로 올해 성장률이 높아 보이는 착시 현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제 회복이라기보다 기술적 반등에 가깝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체력이 약해진 상태"라며 "내년 대통령선거 등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지고 가계부채가 늘어나거나 코로나19 백신 적기 보급에 이상이 생기면 저성장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당장 올해 성장 착시 국면을 지나면 내년 2%대 저성장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한은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앞으로도 간헐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상황을 전제해 내년 GDP 성장 전망치를 2.5%로 잡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 내년 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올해 국내 재확산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도 2022년 중반 이후에야 잦아드는 사태가 벌어지면 성장 전망은 0.6%포인트(2.5%→1.9%)나 깎여나간다. 반대로 올해 초 이후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0.6%포인트(2.5%→3.1%) 올라갈 것으로 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항공, 관광 등 대면 서비스 업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태"라며 "어려운 분야에서 손실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 부분이 향후 경제 전반 부실로 이어지는 트리거(단초)가 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꼬인 저성장 위험을 풀기 위해서는 기업 규제 완화, 경영 환경 개선에서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처방이 대다수다. 시점을 넓게 보면 2010년대 이후 이미 한국 추세 성장률은 2%대로 꺾였다. 한은이 생산가능인구(15세 이상) 1인당 실질GDP 성장률을 시기별로 쪼개 분석한 결과 △1980년대 7.5% △1990년대 5.5% △2000년대 3.7% △2010년대 2.3% 등 지속적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성장의 근본 원인으로는 총요소생산성 둔화가 손꼽힌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 자본 생산요소 이외에 기술 개발, 노사 관계, 경영 혁신 등까지 감안했을 때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지 따지는 지표다. 쉽게 말해 기업 경영 혁신 환경이 약해지며 한국 장기 성장률이 깎여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영면 한국경영학회장은 "지금처럼 기업에 대한 규제가 계속된다면 기업가정신과 투자 활동이 위축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날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전년 대비 3.5% 줄어든 3만1000달러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 추계치대로 확정되면 한국 GNI는 2년 연속 감소하게 된다. 당장 급한 것은 코로나19의 불길부터 잡는 것이다. 한국은 일정을 서둘러 다음달 접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경제활동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시기가 백신 접종 영향으로 극적으로 빠르게 앞당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이 이어지면서 26일 서울 명동 거리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를 기록해 22년 만에 뒷걸음쳤다고 이날 밝혔다. [이충우 기자]
20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폭탄이다. 가계부채는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19 매출 타격에 대출로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데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 급등에 빚을 내 베팅하는 가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 빚 등을 합친 가계부채는 1940조원(지난해 3분기 기준)에 달한다. 돈을 벌어오는 능력에 비해 빚을 끌어오는 속도가 빨라지며 가계부채가 처음으로 나라 경제(명목GDP·1918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수출이 선방하며 경제가 버티고 있지만 '가계대출 급증→경제 충격→가계 파산→금융기관 부실→기업 자금줄 단절'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최악의 경제 한파를 피할 수 없다. 한은은 늘어난 빚이 자산시장으로 흘러간 가운데 갑자기 버블이 꺼지는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기업이 66조8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부채·코로나19보다 더 큰 위험으로 포퓰리즘이 거론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초 대통령선거 등 빅 이벤트를 앞두고 퍼주기식 복지와 기업 부담 가중 등 정책 난립을 걱정했다. 정진욱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은 "올해 한국 경제 최대 리스크는 포퓰리즘"이라며 "정치가 경제를 망치는 최고 수단이 포퓰리즘인데 어느 때보다 이 리스크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김정환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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