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실효성 위해..위원에 사외이사 자격줄까

이종혁 입력 2021. 1. 26. 17:27 수정 2021. 1. 2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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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위-7개 계열사 간담회
법적 지위 부여 필요하지만
이사회에 옥상옥논란 '딜레마'
JY "준법위 활동 계속 지원"
자체 강화방안 도출에 무게

◆ 이재용 옥중 메시지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감시 대상인 삼성전자 등 7개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준법위의 실효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법원이 지난해 준법위의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가운데 준법위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전문가들은 준법위에 명확한 법적 근거를 주고 이들에게 계열사를 통제할 실질 권한을 주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준법위가 각 계열사 이사회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이 돼 경영 비효율을 키울 수 있다는 반론도 많다.

김지형 위원장(전 대법관)을 비롯한 준법위원들은 2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대회의실에서 7개 계열사 CEO와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해 준법위 출범 뒤 처음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준법위원들과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 최윤호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사장),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사장), 황성우 삼성SDS 대표이사(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사장),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사장)가 참석했다. 삼성 준법위는 앞으로 이들 7개 계열사 CEO와 지속적으로 만나 준법경영 현황을 공유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준법위의 한 해 활동을 평가한 결과 삼성의 준법 경영을 강화하는 데 실효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토대로 이 부회장에게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 실형을 선고했다.

26일 준법위와 CEO들 만남에서 재판부가 지적한 실효성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한다. 준법위 관계자는 "간담회는 구체적 현안을 해결하는 회의가 아니라 어색한 분위기를 푸는 상견례 취지였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에 대해) 얘기가 없진 않았고 (준법위가) 좀 더 잘해야겠다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삼성 준법위는 파기환송심 재판부 요구로 구성돼 지난해 2월 5일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준법위는 삼성 계열사, 특수관계인이 맺은 5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심사한다.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삼성 내 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보고받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 구속으로 준법위 위상이 상당히 애매해졌다. 준법위는 7개 계열사와 맺은 업무협약에 존립 근거를 두고 있다.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 비상무이사처럼 법적 근거가 명확한 조직이 아니다. 준법위원들은 주주 손으로 뽑지 않으며 엄격한 자격 요건도 없는 사실상 외부 자문위원이다.

삼성이 존재가 위태로워진 준법위를 없애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준법위를 없애면 준법위 출범이 이 부회장 감형을 위한 요식행위였음을 자인하는 셈이어서다. 오히려 준법위 안팎에서는 이번 기회에 삼성 준법위의 실효성을 보장할 장치를 만들어 준법경영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준법위는 우선 자체 실효성 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준법위 권고는 계열사가 아닌 계열사 이사회가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계열사 이사회에 준법위원장이 출석해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권한도 보장하기로 했다. 또 현재 비정기로 열리는 준법위와 계열사 준법지원인 간 회의를 분기별로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준법위에 명확한 법적 근거를 부여해야 실효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준법위원들에게 계열사 사외이사·감사위원 지위를 부여해 준법위 위상을 '그룹 차원의 이사회'로 격상하자는 얘기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3월에 열리는 삼성 계열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준법위원들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준법위가 계열사들에 대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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