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삼성 등 5G 선점나서..1000분의 1초 다투는 서비스 경쟁

임영신,이승윤 입력 2021. 1. 26. 17:27 수정 2021. 1. 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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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깨진 주파수 독점..일반기업 5G 자체운영 길 열렸다
반도체·車 공장 특화망 가능
기업 내부 보안 유지 강점
맞춤형 서비스로 최적화도
B2B시장 B2C보다 10배 커
구축비용 높지만 운영비 낮아
이통사 서비스와 무한경쟁
26일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5G+ 전략위원회에서 인사말하는 모습.
"로봇 10대를 연결하려면 어느 정도 초저지연이 필요한지, 20대를 연결하려면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도 모두 데이터이고 노하우입니다. 서비스 개발 기업의 보안을 지키면서 통신 성능도 맞춤형으로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가상현실(VR) 등 분야에서 수요가 아주 높습니다."(국내 IT 기업 관계자)

정부가 올해를 '5G+ 융합 생태계 조성의 원년'으로 삼기 위해 그동안 이동통신 3사만이 사용하던 5세대(5G) 주파수 대역을 정보기술(IT), 시스템통합(SI) 같은 일반 기업에도 개방하고 '서비스 경쟁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네이버나 삼성SDS, 현대차에서도 솔루션 개발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5G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3사와 B2B(기업 간 거래) 솔루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동통신 3사 대표, 삼성전자와 LG전자 대표, 네이버랩스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제4차 5G+ 전략위원회'를 열고 '5G 특화망(로컬 5G) 정책방안' '2021년도 5G+전략 추진계획' '모바일에지컴퓨팅(MEC) 기반 5G 융합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5G 특화망 정책이다. 5G 특화망은 특정 지역의 건물이나 공장 등에 한해 사용할 수 있는 5G망으로, 해당 지역에서 도입하고자 하는 서비스에 특화된 맞춤형 네트워크를 말한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5G 특화망 구축을 이통사 단독으로 진행할 경우 경쟁 부재로 인해 관련 투자가 위축·지연될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5G B2B 시장을 선점당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5G 특화망이 일반 기업에도 공개되면 사실상 20년간 주파수를 독점해 온 이동통신 3사의 독점체제도 깨지게 된다. 이통3사가 제공 중인 MEC 기술과 경합해 자율차와 스마트팩토리 등 '1000분의 1초' 수준의 지연도 용납하지 않는 산업 솔루션들이 백가쟁명 시대를 열게 되는 셈이다.

수요 조사에서 네이버 등은 이통사 5G 특화망이 최신 기술 도입 지연 등으로 성능 한계가 크고, 요금과 보안에 문제가 있어 자체적인 5G 특화망 구축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측면에서 자체망을 구축하는 것이 유리하고, 이동통신 3사의 서비스 수준이 첨단 IT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예를 들어 보통은 전체 망 중 80%는 다운로드, 20%를 업로드에 할당하지만 로봇들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다운로드 50%, 업로드 50%' 비중이 더 적합하다면 기업이 그에 맞는 망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적화된 솔루션 자체가 노하우가 되고, 수출 대상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삼성SDS, LG CNS, SK C&C 같은 SI 기업들도 정책 방향이 결정되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미국 등에서는 4G 때부터 일반 기업들이 로컬 5G를 이용해 스타디움, 항만 등에서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제 한국에서도 이 같은 서비스 경쟁의 장이 펼쳐지는 셈이다. 엄열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과장은 "소주 공장에서 소주병 불순물을 검사하는 솔루션부터 조선소에 드론을 띄워 건조 과정을 돕는 서비스, 반도체 공장에서 테라급으로 오가는 데이터까지 초고속·초저지연이라는 5G 특성을 이용해 분야별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3월까지 5G용 28㎓ 대역에 대한 공급방안을 확정해 상반기 중 28㎓ 주파수 공급을 시작한다. 일반 서비스를 위해서는 6㎓ 이하 대역이 더 필요한데, 네이버 등의 수요 요청에는 일단 실험국 지정을 통해 임시로 사용을 허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가 정책방안의 시작인 만큼 올해 일반 기업의 수요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필요하다면 통신사들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용으로 사용하는 6㎓ 이하 대역을 확보해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B2B가 B2C보다 10배 이상 큰 시장인데 네이버, 카카오 등은 주파수만 주어지면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에서 이통사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며 "지금은 사람들이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통신하지만, 향후 포털 아이디를 기반으로 통신하는 시대로 넘어가면 B2C 측면에서도 이통사의 아성이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獨정부, 5G 발급면허만 102개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는 작년 11월 노키아와 손잡고 독일 남서부 슈투트가르트 포이어바흐 공장에 5세대(5G)망을 직접 깔았다. 독일 정부로부터 받은 5G 중대역 주파수 대역을 자사 '인더스트리4.0'의 대표 공장에 구축한 것이다. 보쉬가 5G망을 생산라인에 어떻게 도입할지 설계하고, 노키아가 장비와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협업했다. 보쉬는 부품과 반완성 제품을 생산라인까지 운반하는 최신 무인로봇을 배치하는 등 인간과 로봇이 협업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파트너사인 ABB, 에릭슨 등과 5G망 최적화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독일·영국·일본 등 선진국에서 5G 특화망 구축 경쟁이 치열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에 목마른 기업들이 5G 특화망을 산업 현장에 깔고 5G 실전에 돌입하고 있다. 비통신 기업과 통신장비 업체,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 등이 합세해 5G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키워가는 모양새다.

5G 특화망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가 독일이다. 독일 정부는 2019년 11월부터 자국 기업들에 5G 특화망 면허와 함께 3.7~3.8㎓ 주파수 대역을 할당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와 지멘스 등 제조업체와 IT 서비스 업체 등이 5G 특화망을 신청했다. 독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5G 특화망 신청 기업은 작년 4월 30여 곳에서 이달 100여 곳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

독일 정부가 5G망을 기업에 적극 나눠주는 이유는 인더스트리4.0을 업그레이드해 자국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생산현장에 첨단 로봇을 도입하려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인데 이를 위해선 데이터 고속도로인 5G망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혁신 전략에 맞게 5G망을 구축해 활용하라는 메시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독일 기업들은 경쟁력의 원천인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통신 비용을 줄이기 위해 5G 특화망을 공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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