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심판, 민간은 선수인데 우린 선수가 심판 말리러 다녀"

김유태 2021. 1. 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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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건설업 50년 외길 걸은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정부 관치화, 간섭 정도 넘어
'산업역군' 건설업 적폐 아냐
건설만큼 삶 밀접한 업은 없어
정부 소통의지가 경제 좌우해
民에 귀 기울이는 官 돼달라
"관(官)이 심판으로만 남지 않으니 선수인 민(民)이 심판을 말리러 다니고 있다."

올해로 50년째 토목·건설업 외길을 걷고 있는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68·사진)은 쓴소리를 겁내지 않는다. '5만 회원사'를 둔 전문건설업계 대표로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만나 업계 울분을 얘기하고 있다. 왜일까. "우리는 코로나19보다 '행정의 갑(甲)' 정부가 더 무섭다"고 말하는 김영윤 회장을 최근 서울 동작구 집무실에서 만났다.

"정부의 관치화는 고질병이다. 두 현안만 보자. 먼저 정부가 공제조합 운영위원회에 우리 조합원 운영위원을 줄이라고 한다. 또 각 안건은 국토교통부 장관과 협의하고 세부사항도 장관이 정한다고 한다. 이 돈의 주인이 누구인가. 회원사가 주인이다. 민간 금융조직을 정부가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건설산업기본법시행령 개정안은 사실 이달 중순 입법예고가 이미 끝났다. 그러나 업계 우려는 잘 반영되지 않았다. 일부는 "친정부 인사만 운영위에 넣는 것"이라고 적극 반발한다.

김 회장의 답답함은 또 있다. 건설공사 실적 중 신축공사를 제외한 유지보수공사 실적을 기록하는 업무를 2022년 건설산업정보센터(KISCON)에 위탁하는 규정이 행정예고됐다. 이 역시 업계 반대가 극심한 사안인데 김 회장이 정부에 호소해도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단다.

"연말에 1회 신고하던 규정이었지만 수시 의무 신고제로 바꾸게 생겼다. 지금 규정도 제대로 못 지켜 과태료를 내는 회사가 부지기수인 게 건설업계 현실이다. 한 명이 할 일을 2명, 3명이 하게 만들면 행정 부담이 커진다. 또 여력이 안 되는 영세기업은 어쩌란 말인가. 그분들도 다 우리 식구다. 또 지금까지는 신고 시 유지보수공사와 신축공사를 구분하지도 않았다. 둘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걸 분류하려면 그 수가 300만건이다. 규제 탓에 너무 힘겹다."

김 회장은 토목업에 잔뼈가 굵은 건설업계 산증인이다. 1971년 한양대 토목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전문가로 구성된 대한토목학회 등을 한양대 학사학위만으로 오갈 만큼 토목업 현장 전문가였다. 결국 57세에 동 대학원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는데 업력 20년인 김 회장의 회사 (주)보강기술의 현장 핵심 연구가 그의 논문에 담겼다.

이론과 실무 외길만 50년이다. 그러나 산업역군으로서 인정을 받기는커녕 "건설업이 적폐 취급을 당한다"고 그는 씁쓸해한다.

"한때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건설업이 채웠다. 국가 생산성의 4분의 1을 한 업종이 담당했다는 거다. 지금은 많이 줄어 GDP의 7~8%라지만 그게 또 적은 액수인가. 건설업계는 정부의 혁신 추진에 순응해왔는데 이제 규제가 많아 갑갑하다."

건설만큼 경제에 직결되는 산업이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예로부터 국가 근간은 국방과 치수였다. 지금으로 치면 군수산업과 토목산업이다. 토목산업은 영어로 'Civil Engineering'인데 그만큼 시민(civil)의 삶과 밀접하다는 뜻이다. 재난지원금은 불요불급한 곳으로도 흐르지만 건설업을 통하면 가계에 총체적으로 생기가 돈다."

건설업의 향방이 올해 기로에 섰다고 그는 본다. 건설업은 장기적인 계획으로 움직이기에 코로나19의 직접적 영향은 작지만 중요한 건 정부 의지라고 김 회장은 힘주어 말한다.

"정부가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역대 최대인 26조원으로 책정한 건 건설경제에 플러스 요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은 민간 부문이다. 건설업은 당장 힘들어도 1~2년 후를 바라보고 직진하는 업종인데 건설 환경이 규제로 불안하니 이건 마이너스 요인이다. 결국 환경을 만들어주는 정부 의지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민의 고민을 우선하는 관이 되어달라."

[김유태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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