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석의 그날 '2001년 11월26일'에 대한 오해 [안승호의 PM 6:29]
[스포츠경향]
하필 그날은 예비군 훈련날이었다. 사격장으로 향하기 전 전해들은 ‘해고 통보’. 늦가을 마른 하늘에서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 정신 세계는 아수라장이 되고 있었다. 더구나 불과 두어 주 뒤로 결혼식 일정을 잡고 청첩장까지 돌리던 때였다. 설상가상, 무엇을 해야 할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2001년 11월26일. 차명석 LG 단장은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때 내게 총알 여섯 개가 있었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차 단장은 특유의 유머를 곁들인 어조로 그날 하루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렇게 조크와 웃음으로만 승화할 수 있는 날은 절대 아니었다.
김성근 감독이 대행 타이틀을 벗고 정식으로 LG 사령탑 첫 시즌을 준비하던 때였다. 당시 우완 베테랑 불펜요원이던 차 단장은 칼 같은 선수 정리를 예고한 김 감독의 움직임을 엿보고 일찌감치 2군 구리구장으로 출퇴근하며 생존을 위한 독한 러닝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투수 차명석 앞의 신호등은 빨간불이었다.
기자가 차 단장의 노트 첫 페이지를 우연히 본 건 그가 LG 코치로 있던 10년 전쯤이었다. ‘얼마나 감독이 원망스러웠을까’, 일종의 한 맺힘이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만 하고 세월을 보내왔다.
지난 20일 인터뷰를 위해 LG 단장실을 찾았다가 또 우연히 차 단장의 노트 첫 페이지를 다시 봤다.
잊지 말자 그날을, 2001.11.26.
차 단장은 무언의 질문을 던진 기자의 시선을 받았다. 그리고 여태껏 그 구호를 일기장과 각종 노트를 가리지 않고 첫 페이지에 큼지막하게 써놓는 이유를 차분히 얘기했다.
“사실, 그때는 정말 충격이 컸지만, 결과적으로 그때 그렇게 되면서 정신을 차렸다. 지금까지 이렇게 온 것은 그 덕분이다. 고맙게 생각하고 살고 있다.”
실제 차 단장은 선수 시절보다 은퇴 뒤 더욱 빛났다. 메이저리그 중계를 위해서 미국 야구 공부를 시작한 뒤 인문학과 경영서 등 여러 책을 읽으며 소양의 바닥을 다졌다. 어느 노트든 첫 페이지를 열 때마다 와신상담의 흔적을 발견하고 해설위원으로, 현장 지도자로 입지를 다지며 이제는 친정팀 단장으로 구단을 리드하고 있다.
김성근 일본 소프트뱅크 1군 코치 고문은 지난겨울 귀국해 한 달여 국내에 머물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인 몇 사람만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차 단장이었다. 차 단장은 자신의 차량으로 김 고문을 모시고 식사 자리를 마련했고, 그 만남에서 또 다른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아울러 긴 시간 의견을 나누던 중 정확히 일치한 것이 하나 있는데, 이는 “KBO리그의 구단별 다양성이 갈수록 사라지고 획일화돼 간다”는 것이었다. 이는 프로야구 시장의 확대와도 관련된 것으로, 차 단장이 최근 주목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 고문이 차 단장 노트 첫 페이지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 리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차 단장과의 대화만큼은 기억 속에 넣고 일본으로 다시 떠났다. 아무튼 그날의 오해는 풀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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