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국내판권에 울고웃는 제약사..HK이노엔 신흥강자 부상

정지성 2021. 1. 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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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이노엔, MSD 백신 싹쓸이
올해 1400억원 백신 매출 기대
유한양행·녹십자는 판권 잃어
200억~1000억원대 매출 타격
SD·GSK·사노피파스퇴르 등 글로벌 제약사가 생산하는 백신에 대한 국내 제약사 판권 계약이 최근 3개월 새 대거 변경되면서 제약사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 백신 7종에 대한 판권을 모두 확보한 HK이노엔이 백신 유통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반면 유한양행, GC녹십자 등은 기존 판권계약 만료로 백신 관련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유한양행이 가지고 있던 글로벌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백신 5종에 대한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 HK이노엔에 MSD 백신 4종에 대한 판권을 빼앗겨 타격을 받았지만 이번에 GSK 백신 5종 판권을 챙기면서 어느 정도 충격을 덜어냈다. 다만 의약품 통계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GSK 백신 5종 판권을 가져왔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백신 매출은 전년 대비 50억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MSD 백신 4종의 지난 1년간(2019년 4분기~2020년 3분기) 매출은 314억원, GSK 백신 5종은 262억원 규모다.

HK이노엔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가지고 있던 MSD 백신 4종 외에 GC녹십자가 보유하고 있던 MSD 백신 3종 등 7종의 MSD 백신 판권을 모두 확보하면서 올해 백신 관련 매출이 급증할 전망이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MSD 백신 7종의 지난 1년 매출은 1415억원에 달한다. MSD 백신 판권 확보로 HK이노엔은 1400억원 규모의 백신 관련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HK이노엔은 글로벌 제약사 백신 판권이 전무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MSD 측에서 HK이노엔 인력 구성, 내부 역량, 유통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백신사업에 대한 의지가 이번 파트너십 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기존 GSK, MSD 백신 판권 계약은 만료됐다. 이로 인해 GC녹십자는 연간 1100억원 규모의 매출 감소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는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 등 신사업 확대와 자사 독감백신·수두백신 판매 확대로 손실을 만회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200억원대 안팎의 매출 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고혈압, 고지혈증 복합제 개량 신약 출시 및 작년에 내놓은 영양수액제 등에 대한 시장 확대에 나서는 한편 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 출시와 안티푸라민 라인업 확대 등을 통해 매출 보전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글로벌 백신 판권 조정 기간이 돌아올 때마다 제약사 간 희비가 엇갈리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장기적으로 국산 백신 점유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가필수예방접종을 포함한 주요 백신 28종 가운데 자급자족(국내 개발·제조)이 가능한 백신은 11종(39%)에 그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판권 확보를 통해 단기간에 외형을 크게 키울 수는 있지만 수수료 수준의 이익에 그친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며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업체의 판매 대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 글로벌 제약사의 판권 회수에 따른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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