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안전 도시" 발언 전날, 사퇴 밝힌 김종철.."2차 피해 방지 위해"

김지숙 2021. 1. 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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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 파장이 하루가 지난 오늘(26일)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대표는 지난 20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의당은 불평등과 코로나,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서울과 부산시민의 삶을 책임질 구체적 정책을 실현하겠습니다. (...) 서울과 부산에 만연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권력형 성범죄 등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시킬 것입니다.” - 1월 20일, 김종철 전 대표 신년 기자간담회 중

권력형 성범죄 근절 의지를 밝힌 닷새 뒤,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겁니다.

■ 왜 사퇴 의사 밝힌 뒤 기자간담회 했나?…“2차 피해 방지 위해”

정의당이 어제(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사건 발생일은 지난 15일입니다. 피해 사실이 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에게 접수되고, 조사가 시작된 건 18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김 전 대표는 자신의 성추행에 대한 조사 사실을 모른 채 저런 말을 했던 것일까요.

김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 전날인 19일, 이미 장 의원에게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18일과 19일, 장 의원에게 구체적 피해사실을 조사했고, 19일 김 전 대표는 장 의원에게 직접 사과하고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가해자, 김 전 대표에 대한 조사는 20일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그 조사에서 김 전 대표는 잘못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이미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김 전 대표가 간담회를 그대로 진행한 이유에 대해, 정의당은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피해 사실 인지부터 조사, 대응까지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배 부대표는 설명했습니다.

당시 장 의원과 김 전 대표를 직접 면담하고 조사했던 배복주 부대표는 KBS에 “(장 의원과 김 전 대표 모두에게) 2차 피해 방지 의사가 강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조사가 모두 끝나지 않고, 상황이 정돈되지 않은 상황에서 혹시나 피해 사실이 유출되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서, 공식 일정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진상이 파악되고 공표 내용이 정리되기 전까진 피해 사실 등을 철저하게 비공개로 부치고 모든 것이 정리된 후 공개하는 게 맞다고 본 건데, 이 같은 생각에 장 의원과 김 전 대표, 또 배 부대표도 동의했다고 합니다.

배 부대표는 어제(25일) 페이스북에도 “조사 도중 사건의 내용이 유출되었을 때 피해자 입장이 왜곡되어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하게 될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또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데 대해서도,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한 상황에서 제3자들이 행위의 경중을 따져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배 부대표는 “지금도 피해 사실 내용을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며 “제발 많은 분들이 2차 피해를 유념해 피해자가 일상을 잘 회복하고 가해자가 통절한 반성을 하는 등 사건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오히려 당 대표이기에 무관용 처리할 거란 믿음 지키는 게 유일한 길”

이 같은 사건의 공개 범위 역시, 지난 21일과 22일 피해자인 장 의원과 가해자 김 전 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정리됐습니다. 그런 뒤 어제 대표단회의 보고, 의결을 거쳐 공표하게 된 것인데, 사건 발생 약 일주일 만에 비교적 빠른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당 차원의 사과도 거듭되고 있습니다. 오늘 강은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정의당에게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말로 설명하기 힘든 고통과 좌절을 안겨드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강 원내대표는 이렇게도 덧붙였습니다.


“장혜영 의원의 용기와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철저한 쇄신을 노력하겠습니다.”

류호정 의원도 오늘 원내대변인과 원내수석부대표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정의당도 다르지 않다라는 비판에 어떠한 변명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피해자가 남긴 마지막 기대, 가해자가 당 대표라 할지라도, 아니 오히려 당 대표이기에 더욱 정의당이 단호한 무관용의 태도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 그것을 지키는 것만이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 1월 26일, 원내대변인·원내수석부대표 취임 기자회견 중

김 전 대표는 정의당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됐고, 조만간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류호정 의원은 오늘 기자들과 만나 “당기위는 독립적 기관이기 때문에 대표단과 의원단이 징계에 관여할 수 없다”면서도, “가해자가 당 대표인 점을 감안해 징계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내에서는 오는 4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공천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전해집니다.

김 전 대표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처럼 정의당은 성폭력 근절과 성 평등을 다른 어떤 정당보다도 강조해왔습니다. 그리고 정의당이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일관되게 강조한 두 가지는 ‘2차 피해 방지’와 ‘무관용 원칙’입니다. 이 두 원칙이 앞으로도 지켜질지 주목됩니다.

김지숙 기자 (vox@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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