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000 이끈 동학개미 열풍..투명회계로 뒷받침할게요"

강계만,박창영 2021. 1. 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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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3월 감사시즌 준비하는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상장사서 부실감사 발생하면
동학개미 피해는 상상 이상
회계사 사회적 책임 높아져
최근 부실감사 처벌 대폭 강화
징역 10년에 손실 2~5배 보상
이젠 감사 잘못하면 '패가망신'
감사보수 올라 기업 불만있지만
장기적 투자라고 생각해주길
기업 돕는 '명감사인' 배출할것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만난 김영식 회장이 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충우 기자]
주식 투자 인구는 2019년 말 619만명이었다가 작년 말에는 1000만명으로 1.7배 늘어났다. 주가 3000 시대를 이끈 '동학개미' 열풍을 감안하면 대부분 상장사별 소액주주 비중은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똑똑한 동학개미에게 주요 투자지침서는 기업 실적을 담은 재무제표다. 오는 3월 기업별 감사보고서 발표가 주식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요즘 공인회계사들은 12월 결산법인의 감사보고서 작업을 하느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부실 감사를 했다가는 엄청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하고, 기업 시가총액이 늘어난 만큼 손해배상액도 늘어난다. 회계사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64)은 "주식시장에 소액주주가 1000만명을 돌파한 시대정신을 잘 읽어야 한다"면서 "소액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공재인 외부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명하고 독립적인 회계감사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자본시장에 알려야 하는 사회적 책임 역시 커졌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동학개미 열풍으로 투명한 회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개인들이 줄기차게 주식을 매수하면서 상장사별로 소액주주들이 급증했다. 작년 1월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개인들이 국내에서 순매수한 주식 규모는 77조8000억원이다. 만약 유력한 상장회사에서 회계분식과 부실감사가 발생할 경우 동학개미의 피해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잘못된 감사보고서는 위조지폐와 같다. 경제·사회적 충격도 엄청날 수 있다. 감사인은 보다 철저한 감사로 소액투자자들을 철저히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부실감사에 대한 회계사 처벌이 강화됐는데.

▷외부감사법 전부개정에 따라 부실감사에 대한 민형사상 처벌이 무시무시하게 강화됐다. 공인회계사가 부실감사를 하면 징역 5년 이하에서 10년 이하로 처벌된다. 벌금 액수도 기존 5000만원 이하에서 이익 또는 회피 손실액의 2∼5배로 대폭 상향됐다. 감사인의 손해배상 책임 제척 기한이 3년에서 8년으로 늘어났다. 최근 상장사의 시가총액 급증에 따라 손해배상 금액도 늘어날 것이고 소액투자자에 의한 손해배상소송은 모두 피고인 감사인이 입증해야 하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다. '감사 잘못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 그대로다.

―주기적지정제와 표준시간제에 대해 기업 불만이 있다.

▷과거 감사인 자유선임제 시행 당시 회계법인은 일감을 따내기 위해 기업에 일단 잘 보이는 게 중요하다 보니 전문성이나 독립성을 발휘하기가 극히 어려웠다. 크고 작은 회계부정 사건이 수시로 발생해 그 고통을 투자자와 국민이 부담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여·야·정 합의에 따라 감사인의 독립성 확보 대책으로 주기적 지정제가, 감사인의 전문성 강화 대책으로 표준시간제가 각각 도입돼 작년부터 시행됐다. 기업에 부담된다는 이유로 회계개혁제도를 후퇴시키려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회계개혁으로 감사 보수가 올랐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19년도 전체 상장회사의 평균감사보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19%로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 충실한 감사를 위해 감사 시간이 크게 증가했으나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상장사의 시간당 평균감사보수 역시 10년 전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선진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다.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손해배상공동기금과 준비금으로 최근 3개 사업연도 외부감사 평균보수액의 30% 이상을 적립하고 있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회계감사 비용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투자로 봐야 한다.

―비영리공익법인에 대한 회계개혁은 미진하다.

▷외부감사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 남의 돈을 관리하거나 쓰는 기관은 반드시 독립된 외부 전문가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 비영리 공익법인은 선의의 기부자들이 낸 기부금과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운영하는 곳이다. 여기에도 감사인 지정제도를 충실하게 운영해서 철저한 외부감사가 실시돼야 한다. 우리 국민의 75% 이상이 살고 있는 공동주택 외부감사에도 지정제가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

―일부 회계사들의 무리한 감사보수 인상 요구도 있는데.

▷회계개혁을 빙자해 극히 일부 회계법인에서 '한탕' 식으로 무분별하게 감사보수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는 회계개혁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고 외부감사의 공익성을 크게 해치는 행위다. 다행히 이제는 안정이 돼 감사보수 분쟁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전체 회원에게 회장 서신을 보내 '무분별한 감사 보수 인상 요구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징계 조치하겠다'고 경고했고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회계사 시장이 포화 상태인가.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은 2017년 850명에서 2018년 1000명을 거쳐 2019년 1100명으로 늘어났다가 2020년에는 동결됐다. 경기침체에 따라 빅4 회계법인의 신규 채용 규모가 대폭 줄었고, 휴업 회계사들의 개업 복귀 현상도 급증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 감사 기법의 발달로 회계사 수요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반드시 축소 조정돼야 한다.

―공인회계사회가 공적 역할을 강화한다는데.

▷한공회는 다른 전문 자격사단체처럼 단순한 이익집단이 아니라 정부 위탁을 받아 공적기관 역할을 수행한다. 외부감사 업무를 수행하는 공인회계사와 그 직무를 관리감독하고, 정부에서 위탁한 감리 업무를 수행한다. 공인회계사에 대한 징계 권한과 회계감사·품질관리·윤리·교육 등 전문가 기준을 제정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국제 회계 업계에서의 위상도 높아 세계회계사연맹(IFAC) 회장과 이사, 윤리기준위원, 교육위원을 배출했다.

―스타 의사와 변호사는 많은데, 유명한 감사인이란 말은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고 치료하기 위해 유명한 병원과 의사를 찾고, 법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명한 로펌과 변호사를 찾는다. 우리는 명의(名醫)가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명감사인(名監査人)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동안 감사를 철저히 해서 명감사인이 되려고 했던 회계사들은 기업에 선택받지 못했고 감사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글로벌 트렌드에 민감하고 탁월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이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막아주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나침반이 되어주는 명감사인을 많이 배출하겠다.


기업감사 잔뼈 '42년 삼일맨'…회계법인 정보공유 플랫폼 구축

'회계가치, 우리 같이'.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지난 6개월간 공인회계사 2만3000명과 소통하면서 내세운 상생경영 비전이다. 여기에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고도화시켜 회계 업계의 수준을 '레벨 업'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김 회장은 대형 회계법인의 '노하우'를 담은 내부회계관리 감사조서 서식들과 산업전문화 데이터베이스를 표준화해 무료로 제공하는 지식공유 플랫폼을 구축했다. 앞으로 교육 프로그램, PA(Private Accountant) 서비스 활성화 방안 등도 단계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이는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빅4 회계법인 간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중소 회계법인들이 일류 인프라스트럭처에 손쉽게 접근하는 효과로 나타난다.

또 김 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중시하면서 공인회계사회 내부 서류 보고를 없애는 등 업무 절차를 개선했다. 경영 합리화를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분해 60년 된 건물을 스마트오피스로 바꿨다.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김 회장은 1978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대표이사(CEO)까지 오르는 등 '42년 삼일맨'으로 일했다. 삼일회계법인에서는 행복경영을 실천했고 공인회계사회에서는 상생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2000년대 중반 공인회계사회 첫 홍보이사와 대외전략위원장 등을 맡으면서 공인회계사 손배배상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과 비례책임제 도입 등 법제도 개선을 주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대학교 1학년생이었을 때 시위에 참석했다가 정보당국의 관찰 대상에 오르는 바람에 학창 시절 회계사 공부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 입사 동기 중에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도 있다. 김 회장은 한겨울 새벽에도 골프 연습으로 몸 관리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밴드부에서 활동해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

▶▶He is…

△1957년 인천 출생 △제물포고, 고려대 경영학과, 홍익대 경제학 석사, 국민대 경영학 박사 △1978년 삼일회계법인 입사 △2008년 삼일회계법인 세무부문 대표 △2011년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 △2016년 삼일회계법인 대표이사 CEO △2020년 6월∼현재 한국공인회계사회장

[강계만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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