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도전으로 가득찬 50년 인생..지금은 막과 막 사이 쉼표"
일주일만에 베스트셀러 진입
"정치권서 제 이름 거론되는건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 표현"
두 번째 책이 나오는 데 무려 27년이 걸렸다. 그는 "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며 "정치인 때도 그 흔한 출판기념회도 없었다. 후원금 모금을 위해 대필해서 영혼 없는 책 쓰는 것은 싫었다"고 잘라 말했다. 책에는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야심만만한 젊은이가 겪었던 두 번의 사업 실패와 언론사 인수와 매각,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여의도에서 활동했던 4년, 유기농 식품회사 올가니카 창업 등 20여 년의 여정이 담겨 있다.
50년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해달라고 하자 "도전해 온 삶"이라며 "15세에 미국으로 떠나면서 모험의 여정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2019년 언론사를 매각한 이유를 묻자 "제일 좋은 것은 성장이었는데, 성장이 없는 데 대한 개인적인 피로도도 상당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여러 일을 겪은 그는 "가슴이 부르는, 새롭게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을 찾고 있다"며 "지금은 막과 막 사이 인터미션"이라고 했다.
여러 번 정치 복귀 가능성을 차단했지만 여전히 정치권에서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치인은 주홍글씨 같다. 어떤 일을 해도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비판도 하고 응원도 한다. 아무래도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 변화에 대한 열망이 기대로 표출되는 것 같아서 고맙지만 안타깝다. 정치인이 되려면 일종의 사명감과 자질, 자격이 있어야 하는데 다 부족하다."
'금수저' 출신에 화려한 이력으로 탄탄대로의 삶을 걸었을 것 같은데 의외로 그에게도 실패와 열등감, 불면증과 불안, 자녀 문제 등 평범한 이들이 겪는 감정과 삶의 문제가 있었다.
그는 "대학 때부터 장학금으로 공부했고, 사업도 자본금 없이 부채로 시작했고, 정치를 시작할 때도 영입된 게 아니라 무작정 뛰어들었다. 정치도 사업도 가지지 못한 열등감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어렸을 때는 불안과 우울감을 밀어내려고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며 "그래서 일상의 루틴으로, 독서나 명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려는 노력을 한다"고 털어놨다.
어느새 따뜻한 겨울 햇살이 거실 책장과 벽난로, 테이블 등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었다. 모든 게 정갈하고 질서정연하다.
그는 변화가 필요할 때 무엇인가를 끊거나 버린다고 했다. "해야 할 일보다 안 해도 될 일을 지운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 세 가지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다 버린다." 그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새로 시작할지 자못 궁금하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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