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승 "한국사회 불평등 벼농사 체제에서 진화..연공제 혁파해야"

임종명 2021. 1. 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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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쌀, 재난, 국가' 출간 기자 간담회
[서울=뉴시스]박민석 기자 = 이철승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쌀, 재난, 국가 -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1.26.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불평등에 대해서 역사적이고 생태적인 접근을 해보고자 했습니다. 생태 환경적으로 답한다면 선조부터 내려온, 반복하며 살고있는 구조들에서 문제를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 전이든 1000년 전이든 우린 밥을 먹었을 거고 밥과 관련된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살았을 겁니다. 그 구조에서부터 불평등을 연결시킬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가 신작 '쌀, 재난, 국가'(문학과지성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는 쌀, 벼농사 체제와 관련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불평등의 구조가 현대 사회의 문제로 손꼽히는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 연공서열과 여성 배제의 구조, 부동산 문제 등과도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벼농사 체제에서 수확량 경쟁이 있어왔는데 이 경쟁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는 것으로 과거급제가 있다. 마을의 어느 한 집 아이가 과거에 급제해 왕의 토지나 임야를 하사받으면 농사를 위한 물길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가문이 지방 향리와 연결되기 때문에 마을의 생산 시스템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된다"며 "즉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자식 중 똑똑한 친구를 농사에서 빼서 동네 서원, 서당에 보내 과거를 볼 수 있게 투자하게 된 것이다. 한마을 내에 있던 이 두 가지 경쟁체제가 엮여서 오늘날 우리가 겪는 시험체제까지 이어져 온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바꾸기 힘든 것들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바꿔야 하지 않냐고 제안하고자, 환기시키고자 이 책을 썼다"고 설명했다.

'쌀, 재난, 국가'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경쟁·비교 문화는 어디서부터 비롯돼왔는지를 역사적 분석을 통해 파헤친 책이다.

동아시아 사회와 국가는 반복되는 재난에 맞서 싸우며 먹거리(쌀)를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 만든 사회제도와 협업과 위계, 경쟁 등 습속을 먼저 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고 쌀, 재난, 국가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낸 불평등 구조의 진화과정을 고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훑는다.

[서울=뉴시스]박민석 기자 = 이철승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쌀, 재난, 국가 -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1.26. mspark@newsis.com


이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의 쌀 문화, 즉 벼농사 체제에서▲재난대비 구휼국가 ▲협업과 경쟁의 이중주 ▲기술 튜닝 ▲서열 및 연공문화 ▲여성 배제 문화 ▲시험 위주 선발과 숙련 무시 ▲땅과 자신에 대한 집착 및 씨족 위주 상속 등 7가지 긍정적, 부정적 유산이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여성배제 문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연공서열제(근무연한에 따라 임금과 직급이 상승하는 임금제도) 혁파를 제시했다.

그는 "임금 유연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파이를, 일자리 기회를 골고루 나눠 갖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며 "연공문화를 혁파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서 겪고 있는 구조적 불평등과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남들은 했다. 우리보다 먼저 연공제를 도입한 일본도 계속 혁파하고 있고 중국도 그렇다. 전 세계에서 우리만 연공제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임금 상승이 없는 직업을 갖는다는 건 재미없는 일이다. 그러면 임금의 차이는 어디에서 와야하냐, 숙련에서 와야 한다"며 "숙련과 적절한 직무평가 시스템을 도입해서 자동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시스템을 탈피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장인 문화처럼 업무의 숙련도에 따라 인센티브 등을 차등 지급하면 숙련자에 임금을 더 줄 수도 있고 연공제에 의해 상위 몇 퍼센트가 너무 많은 급여를 가져가서 불평등이 심화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나이 많은 자가 세상을 리드하고 지배하는 룰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은 세상이 도래했다"며 청년세대를 위해 벼농사 체제라는 오래된 구조를 개혁해 재구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연공제 문제가 자리하고 있고 연공제 철폐가 구조 개혁 과제들 중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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