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처리 '초읽기'..업계 '혁신 걸림돌' 우려

강성규 기자 2021. 1. 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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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무회의서 공정위안 의결..국회 논의 과정만 남아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을 막고 업계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법안 마련이 속도를 내고 있다. 여당에 이어 정부가 관련 법안을 마련하며 국회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업계는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특히 매출액과 거래액만으로 규제 대상으로 결정하는 '획일적 기준'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계약서 필수기재·금지사항 구체화…"매출 100억 기업 모두 대상"

정부는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앞서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사실상의 여당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12월 이와 유사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대형마트 영업 규제 규정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의 '온라인판'이라 할 수 있다.

사업자와 입점업체간 계약서 작성시 필수사항 기재를 의무화 하고,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구체화 한 것이 골자다.

계약서 필수기재 사항은 Δ서비스 내용 및 대가 Δ서비스 개시·제한·중지·변경 사항 Δ상품 노출(검색 순위) 기준 Δ손해 분담 기준 등이다. 거래상 지위 남용, 즉 '금지행위'는 Δ재화나 용역 구입 강제 Δ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 전가 Δ부당한 거래조건 설정 및 변경 Δ경영활동 간섭 등이다.

플랫폼 업체가 이를 어길 경우 위반 금액의 최대 2배가 과징금으로 부과될 수 있다. 위반 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는 최대 10억원까지 부과된다.

적용 대상은 '매출액 100억원 이상 또는 판매금액(거래액)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이다. 구글과 네이버·카카오·쿠팡·G마켓 등 이커머스, 우아한형제들 등 배달앱은 물론 다수의 스타트업 업체 등 20~30개 기업이 해당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내외를 대표하는 기업인 네이버와 구글을 정면 겨냥한 법안이라는 견해가 많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검색 알고리즘을 변경해 부당하게 검색결과 노출순위를 조정했다는 사유로 공정위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일 구글이 모든 애플리케이션의 인앱결제(앱 내 결제)와 결제 수수료 30% 부과 강제 방침에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정세균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1.1.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획일적이고 모호한 규정"…'역차별'·'실효성' 우려

업계에서는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다른 기업들도 네이버와 같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커머스도 자사 직매입 상품이나 광고 업체를 상단에 올리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 사장은 공정위 징계 직후인 지난해 10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쇼핑 검색 결과 랭킹을 조작하지 않았다", "여러 다른 쇼핑몰과 동등한 랭킹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다"고 항변한 바 있다.

특히 업계에선 '매출액'이라는 획일적 기준을 놓고 적용 여부를 판단한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커머스 업계 주도권 싸움이 가열되며 업체 대다수가 '출혈경쟁'을 불사하고 있다. 때문에 매출액과 거래액은 급성장했지만 순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업계가 다수다.

또 언택트 트렌드를 타고 급성장한 스타트업 플랫폼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법안이 신생 기업들의 '성장'과 업계 전반의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대한 정의를 좀 더 명확히 해 기존에는 '방치' 되다시피 했던 신생 기업들도 한 울타리로 묶고 법적 의무사항을 선명하게 적용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기존 기업들과 다른 방식과 콘텐츠로 회사를 키워온 신생기업으로서는 법 규정이라는 틀이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업체도 상당수다. 특히 업계에서 입지를 다진 이커머스 강자나 기존 유통 대기업은 상생의 일환으로 이미 자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방안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서 필수사항 기재와 갑질 근절을 위한 규정 등 대부분 이미 기존에 해 오던 것들"이라며 "굳이 이를 강제하는 법안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입법 과정에서 '잡음'과 '혼선'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병욱 의원안은 정무위, 전혜숙 의원안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각각 계류돼 있다. 법안상 운영 기관이 각각 공정거래위원회(정보위 소관)와 방송통신위원회(과기위 소관)로 달리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동안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정의나 소관 부처가 명확하지 않았던 탓에 방통위와 공정위간 보이지 않는 '물밑 신경전'이 계속됐다"며 "향후 논의 과정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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