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남아도는 이스라엘..네타냐후 총리, 화이자 CEO 17번 접촉했다
인구 900만 명인 작은 나라 이스라엘은 이미 260만 명이 바이오N테크/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백신 1회분을 접종했고, 60세 이상을 중심으로 110만 명은 2회분도 접종했다. 매주 일요일이면 텔아비브 공항에 화이자 백신이 도착하며 3월이 되면 선(先)주문한 모더나 백신의 반입도 더욱 활기를 띨 예정이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사(社) 백신도 이스라엘로 운송 중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스라엘 정부는 3월까지 성인 인구 대부분에 대한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이후 남는 백신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미정(未定)”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고작 900만 명인 이스라엘이 어떻게 수십 배 백신 수요 시장을 지닌 강대국들과의 경쟁을 뚫고 이렇게 엄청난 백신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FT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율리 에델스타인 보건부 장관이 앨버트 불라 화이자 대표이사(CEO)와 17번이나 대화했다”고 그 비결을 전했다. 이 대화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화이자 측에 백신 공급만 원활히 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백신 접종을 추진하고, 접종이 코로나 팬데믹에 미친 데이터는 화이자와 완전히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화이자는 이스라엘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작년 12월 중순부터 백신을 공급했다. 에델스타인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은 FT 인터뷰에서 “제약사로선 접종 성과를 즉시 홍보해 더욱 이익을 볼 수 있는 제안”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100배나 큰 시장을 놔두고 우리 쪽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델스타인 장관은 FT에 “3월이면 3개 제약사에서 모두 백신이 도착해, 다른 나라 보건부 장관들은 내게 ‘세계에서 지금 웃고 있는 유일한 보건부 장관일 것’이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에델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접종 속도는 미국의 10배라고 밝혔다. 넘치는 분량의 백신을 확보한 만큼, 3월 재선거를 앞둔 네타냐후 총리도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섰다.
화이자와의 계약에 따라, 이스라엘 전역의 병원들은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는 데이터와 2차 접종 후 감염률이 감소하는 것과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공유한다. 화이자 대변인은 FT에 “이스라엘 보건부와의 감염병 공동 분석은 백신 접종률이 어느 선에 이르러야 기존의 직접 감염과 함께 ‘집단 면역’을 촉발하는지, 또 감염률이 감소하면 이게 백신 덕분이지 집단 감염 덕분인지 판단할 수 있어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이스라엘의 코로나 발병률은 감소하지 않고 있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도 기록적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초(超)정통파 유대교 집단들의 사회적 봉쇄 명령 거부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영국발(發)코로나 변종을 이유로 든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키프로스를 비롯한 몇몇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잉여 백신’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에델스타인은 “우리는 잉여 백신을 다른 나라에 팔 생각은 없고, 우리에게 충분한지 확인하고 그래도 남는다면 이웃국가들에게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인들에 대한 코로나 백신 접종은 이스라엘 접종 이후의 문제라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러시아가 개발했다는 ‘스푸트니크 V’ 백신과 세계보건기구를 통한 백신의 공급을 기다리고 있다. 에델스타인 보건부 장관은 “그리스 신화 속 배우처럼, 내 얼굴의 반(半)은 웃지만, 반은 (코로나 감염 확산으로) 울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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