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제는 벼농사 체제의 부정적 유산..이젠 바꿔야"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입력 2021. 1. 26. 16:49 수정 2021. 1. 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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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연공제는 벼농사 체제의 유산으로,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뼈대였습니다. 하지만 연공제를 합리적으로, 더 공정한 보상 제도로 바꾸지 않는 한 한국 사회의 성공과 혁신은 이제 힘듭니다."

이 교수는 "벼농사 체제의 유산인 연공제는 오늘날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뼈대이지만 그 뼈대는 이제 혜택에 비해 유지비가 훨씬 많이 드는 구조적 위기 국면을 초래했다"며 "나이 많은 자가 세상을 리드하고, 나이와 연차에 따라 동일한 임금을 공유하는 룰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은 세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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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이철승 신간서 불평등 기원 분석
쌀 문화권의 위계 DNA 오늘날까지 영향
"나이·시험 아닌 숙련으로 노동 평가돼야"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신간 '쌀 재난 국가'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한국 사회의 연공제는 벼농사 체제의 유산으로,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뼈대였습니다. 하지만 연공제를 합리적으로, 더 공정한 보상 제도로 바꾸지 않는 한 한국 사회의 성공과 혁신은 이제 힘듭니다.”

지난 2019년 저서 ‘불평등의 세대’에서 ‘세대’라는 앵글을 통해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분석했던 이철승(50)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불평등의 기원을 분석한 신간 ‘쌀 재난 국가’를 내놓았다. 책을 관통해 그가 펼치는 핵심 주장은 연공제 철폐의 필요성이다. 그는 구조 개혁 과제의 최우선 순위에 연공제 철폐를 올려야만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무엇보다 청년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6일 열린 신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가장 바꿀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바꿔야만 하는 것들을 환기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전작에서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586세대의 과잉 점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그가 신간에서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한반도의 벼 농사 체제 특성에 연계해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벼농사 체제, 즉 쌀 문화권 민족의 DNA인 협업과 조율 문화가 오늘날 산업 발전과 재난 극복에 긍정적 효과를 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을 비롯한 벼농사 문화권, 즉 동아시아 국가들이 팬데믹이라는 재난을 서구 국가들에 비해 잘 대응하고 있는 점 역시 이런 문화권 특성 덕분이다. 하지만 벼 농사 체제는 땅과 자본에 대한 과도한 집착, 여성 노동 배제, 무엇보다 연공제 확산에 따른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등의 큰 폐해를 낳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신간 '쌀 재난 국가'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밀 문화권과 달리 쌀 문화권인 동아시아 농촌 사회에서 한 개인의 수확량을 결정하는 요인은 개인의 노력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공동체 협업 네트워크의 노력과 네트워크 내부의 역할과 평판이라는 요소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또한 중요한 의사 결정은 경험 많고 나이 많은 농부에게 맡긴다. 오늘날 기업의 팀 조직이 돌아가는 원리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이 교수는 “벼농사 체제의 유산인 연공제는 오늘날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뼈대이지만 그 뼈대는 이제 혜택에 비해 유지비가 훨씬 많이 드는 구조적 위기 국면을 초래했다”며 “나이 많은 자가 세상을 리드하고, 나이와 연차에 따라 동일한 임금을 공유하는 룰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은 세상”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벼 농사 체제의 폐해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에 더해 과거제, 오늘날의 시험제도 땅에 대한 소유욕과 연결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과거에 합격해 임금으로부터 토지를 하사 받으면 공동체 안에서 영향력이 크게 올라갔던 문화가 오늘날 시험 한번 통과하면 평생이 보장되는 시스템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시험 제도가 너무나 당연시 되고, 공정성의 기준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본, 중국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은 연공제를 어떤 식으로든 개혁했지만 우리만 더 강화된 형태로 지금껏 고수하고 있다. 연공과 시험이 아닌 숙련으로 노동의 가치가 평가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쉽지 않겠지만 저를 포함해 연공제의 정점에 있는 세대가 먼저 말을 꺼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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