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불평등은 벼농사 체제의 유산..연공제 개혁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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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386세대의 장기독점'을 지적한 논문과 책으로 주목받았던 이철승(50)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가 벼농사와 관련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노동시장 및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는 이 교수는 신간 '쌀, 재난, 국가'(문학과지성사)에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 연공서열, 부동산 등 문제가 "벼농사 체제의 유산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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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이른바 '386세대의 장기독점'을 지적한 논문과 책으로 주목받았던 이철승(50)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가 벼농사와 관련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노동시장 및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는 이 교수는 신간 '쌀, 재난, 국가'(문학과지성사)에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 연공서열, 부동산 등 문제가 "벼농사 체제의 유산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한다.
한반도의 고대국가에 대한 접근에서 시작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과 복지국가의 역할 등을 언급하면서 근무 연한에 따라 임금과 직급이 오르는 '연공제' 철폐가 중요한 개혁 과제라는 의견도 제시한다.
이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쌀 문화가 어떻게 반도체와 자동차, 방탄소년단(BTS)을 만들었는지와 현대의 불평등 구조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가에 관한 측면에서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회의 깊은 구조를 보고 싶었다"며 "한국 사회와 동아시아에서 불평등을 확인할 수 있는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한 시도"라고 덧붙였다.
벼농사 체제의 유산을 7가지 항목으로 나눈 그는 재난 대비 구휼 국가, 공동노동 조직, 농업기술 표준화는 긍정적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열 문화와 연공제, 여성을 배제하는 의사결정구조, 시험을 통한 관료 선발 및 신분 유지, 땅과 자산에 대한 집착은 부정적 측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재난에 맞서 먹거리를 생산·유지하는 활동이 불평등 구조가 진화하는 과정의 맨 앞에 놓인다면서 동아시아 쌀 경작 문화권에서 진화한 제도·관습에 해당하는 협업과 위계, 경쟁 등에 관해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동아시아 국가가 서구 선진국보다 코로나19 대처를 잘했다고 평가받는 것에 대해서는 권위주의 문화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쌀 문화권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해온 '상호 조율과 협력의 DNA'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동아시아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양도하면서 국가의 재난 극복과 구휼 업무에 협조한다"며 "벼농사 체제에서 발달한 사회의 상호 조율과 감시 기제를 통해 아래로부터 국가의 업무에 호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공 문화 개혁을 화두로 내세웠다. 이 교수는 벼농사 체제에서 나이에 따라 위계를 정하고 아랫세대가 윗세대의 명령에 복종하는 이른바 '유교 문화'가 동아시아 마을 생산체제의 핵심축을 이뤘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연공제 아래 현대 사회에서는 독보적인 숙련을 쌓은 사람이 보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 연공제가 조직의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한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불황과 생산성 저하의 원인이 연공제라는 게 이 교수 생각이다.
그는 책에서 연공제가 세대 네트워크 및 인구 구조와 합쳐지면 청년 실업, 비정규직,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고 우려한다. 또 "과도한 연공제로 인해 매년 수천만 원의 여유 현금을 보유한 50~60대 상층 정규직이 서울 강남과 역세권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망국론의 배경에는 연공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인센티브는 연공이 아니라 숙련에서 와야 한다. 일본·중국도 연공제를 개혁하는데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연공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연공제 철폐와 관련해 전 사회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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