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용on토트넘] 손흥민 '도움 커리어하이'가 보여주는 것, 판단력이 만개했다

김정용 기자 2021. 1. 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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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바요 아킨펜와(가운데, 위컴원더러스)를 만난 손흥민(왼쪽)과 주제 무리뉴 감독(이상 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이 골뿐 아니라 어시스트 역시 개인 최고 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상황판단이 갈수록 기민하고 정확해진다는 걸 기록이 증명한다.


26일(한국시간) 영국의 버킹엄셔에 위치한 애덤스 파크에서 2020-2021 잉글랜드 FA컵 4라운드(32강)를 치른 토트넘이 위컴원더러스(2부)에 4-1 역전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후반전 교체투입돼 후반 42분 터진 탕귀 은돔벨레의 골을 도왔다. 짧은 출장시간 동안 슛 2회, 패스 성공률 93%, 키 패스(동료의 슛으로 이어진 패스) 2회 중 어시스트 1회, 드리블 돌파 1회 시도해 모두 성공 등 훌륭한 기록을 남겼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전 대회 통틀어 16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10-10'을 달성했다. 손흥민의 경력을 통틀어 세 번째다. 과거 두 번은 시즌 막판에 겨우 달성한 반면 이번에는 시즌이 반환점을 돌지도 않은 시점에 달성하면서 골과 도움 모두 예년보다 두 배 가까운 속도로 적립하고 있다. 지난 시즌 기록한 개인 최다도움 12개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가장 동료의 슛 기회를 잘 만들어주는 선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기준으로 도움은 해리 케인(11)에 이은 6개로 팀 내 2위다. 12골 6도움은 득점 3위, 도움 5위에 해당하는 빼어난 기록이다.


또한 키 패스는 팀 내 최고인 경기당 1.9를 기록 중이다. 어시스트는 케인이 더 많지만, 키 패스는 경기당 1.6으로 손흥민보다 적다. 이는 케인의 도움 기록이 손흥민의 탁월한 결정력에 힘입은 바 크다는 걸 뜻한다. 손흥민 역시 브루누 페르난데스(키패스 2.9, 도움 7)보다 훨씬 적은 키패스로 비슷한 도움을 기록하며 케인의 결정력 덕분에 도움을 수월하게 쌓은 측면도 있다. 그러나 케인만큼 과장된 기록은 아니다.


손흥민의 키 패스 기록은 경력을 통틀어 단연 최고다. 정규리그를 기준으로 할 때, 손흥민의 키 패스는 토트넘 입성 후 적응기였던 2015-2016시즌 경기당 0.6으로 경력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다음 시즌부터 1.3, 1.1, 1.1, 1.4 등 균일한 수치를 보였다. 그러다 이번 시즌 1.9로 갑자기 향상됐다.


손흥민은 부담이 늘어난 만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손흥민은 약 1년 전까지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리 알리 등 탁월한 패서 3명과 호흡을 맞췄다. 1년 전 에릭센이 떠나고, 이번 시즌 초부터 알리가 심각한 부진에 빠지며 토트넘 전방은 케인과 손흥민이 이끌고 탕귀 은돔벨레가 이들에게 겨우 패스를 공급하는 구도가 됐다. 손흥민이 기존과 같은 골과 어시스트 능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그쳤다면 토트넘 공격은 약해졌겠지만, 손흥민과 케인이 늘어난 비중만큼 기록의 양을 폭발시키면서 경기당 1.8골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손흥민에게 창의성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속공 상황이나 측면 돌파 상황에서 판단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 해외에서는 약 10년 전부터 중요하게 다뤘고, 국내 축구계에서도 수 년 전부터 주목하기 시작한 판단력(decision making process)이 손흥민의 큰 장점으로 부각됐다. 위컴전 어시스트 역시 돌파 후 은돔벨레에게 빼주는 평범한 패스였는데 상대의 허를 찌른 건 아니지만 가장 적절한 동료를 잘 찾아 슛을 하기 편한 타이밍에 내줬다.


손흥민의 판단력이 일취월장했다는 건 지난해 11월 A매치에서 전에 없던 경기 운영 능력까지 보여주면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번 시즌 결정력이 향상된 것도 10년 전부터 지니고 있던 슛 기술을 더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였다. 과거에는 무리한 슛도 자주 보였지만, 최근에는 빗나가더라도 적절한 판단 끝에 아슬아슬하게 놓치는 공이 많다.


이번 시즌 마무리 능력만으로도 세계 최고 윙어를 다투기에 손색이 없지만, 결정력만 늘었다면 위컴전처럼 득점기회를 놓치는 날에는 팀에 기여하는 게 없는 선수로 전락하기 쉬웠다. 손흥민은 슛뿐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판단력을 높였고,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은돔벨레가 득점하는 경기도 나온다. 손흥민이 지금의 효율을 유지한다면 동료 케인과 함께 시즌 '20-20'도 도전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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