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 전략 바꾸는 대형 건설사들.. "올해 수주 줄어들 수도"

백윤미 기자 2021. 1. 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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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전략도 바꾸고 있다. 건설회사들은 해외수주 확대를 위해 출혈 경쟁까지 마다하지 않던 지난 날과는 다른 전략으로 해외 수주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수익이 확보되는 공사가 아닌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줄어드는 것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해외건설 현장 전경. /연합뉴스

2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351억달러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수주 실적 중 가장 높은 것이면서 연초 설정했던 목표액 300억 달러를 상당히 초과 달성한 수치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해외 수주가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해외 건설 수주액이 지난해만큼 늘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제 부양을 위해 한국 건설사보단 자국 건설사에 공사를 주는 것을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늘어난 해외 수주의 상당수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진행되던 것들"이라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극심했던 지난해에 사업이 중단된 영향이 올해 나타나 수주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있는데, 그 과실이 자국 기업이 아닌 한국 건설사에 올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면서 세계 경제가 정상화되면 석유·에너지 수요 등도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나중에 골치 아플 것으로 보이는 해외 공사 수주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현장들의 경우 빠르면 올해 말부터 공사 마감 연기에 따른 지체 배상금 이슈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사업 비중이 36.7%로 국내 대형 건설사 중 최고 수준인 현대건설은 지난 4분기 실적 처리를 하며 코로나19로 인해 공기가 연장된 비용을 선반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해외 수주 비중을 줄이거나 수주 전략을 전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GS건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전반적으로 해외에서 손해를 많이 본 것은 사실이어서 해외수주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면서 "특히 기존 주요 수주국이었던 중동 지역에서 최근 들어 국내 건설사들에 저가수주를 주문해오는 상황이어서 실제 해볼 만한 일감이 많지 않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 관계자는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로 해외 수주 전략을 바꿨다"면서 "석유·화학·플랜트 등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분야를 더욱 살리고, 중동에 집중돼있던 시장 환경도 러시아 등지로 개척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친환경 인프라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등에 치중돼있는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를 신사업으로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관련 신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근 현대건설은 수소연료전지 발전·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팜·바이오가스 등 신사업을 추진 중이고, 지난해 ‘탈석탄’을 선언한 삼성물산도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등 친환경 관련 플랜트 수주 확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GS건설도 태양광 개발사업과 배터리 재활용 사업,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신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19년 친환경 사업을 위해 조직을 개편한 SK건설은 연료전지와 해상풍력, 폐기물 등 크게 3개 분야에서 친환경 사업을 가속할 예정이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건설사들이 단순 도급에서 벗어나 신규 프로젝트를 운용하고 유지하는 방식으로 사업 확장에 노력을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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