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가입 못한 덤프트럭, 일반손해보험으로 보장한다

금감원, 손보협회에 의견 전달
건설기계 특성 반영한 맞춤형 상품 출시 가능성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덤프트럭과 굴삭기 등 건설기계도 앞으로는 일반손해보험으로 보장받을 길이 열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손해보험협회 문의에 대해 ‘건설기계가 일반손해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건설기계의 경우 상대방에 대한 피해보전이 목적인 대인과 대물 배상은 자동차보험 의무가입 대상이다. 반면 건설기계 주인이 보상을 받는 자차나 자손 보험은 자동차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건 아니다.

실제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의 자차보험 가입은 크게 낮은 편이다. 2017년 보험개발원 통계를 보면, 건설기계의 자동차보험 가입은 13만374대지만, 이 중 자기차량손해 가입은 2513대에 그친다.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건설기계는 작업 중 사고나 정비불량 등으로 대형사고가 적지 않아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사가 가입을 꺼리는 이유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2곳의 손해보험사 가운데 흥국ㆍ악사·캐롯손해보험을 제외한 9곳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가마감)은 82.0~107.5%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에선 적정 손해율을 78~80%로 본다.

또 건설기계 소유주로선 1억~2억대가 넘는 건설기계의 가격 때문에 자차보험료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유주가 아예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려는 이유다.

금감원은 당초 건설기계 자차·자손 보험도 자동차보험으로 해결해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일반손해보험에서도 보장받는 쪽으로 의견을 바꿨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설기계 주인이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다만 조건이 있다. 건설기계 소유주가 자동차보험 가입이 불가능하거나 기존 자동차보험으론 보상받을 수 없을 때에만 일반손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손보협회 차원에서 금융당국에 구체적으로 문의한 만큼, 실제로 관련 상품도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손해보험 형식이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건설기계 보장범위를 확장하면서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한 덤프트럭 차량이 싱크홀에 빠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현 (leesh@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