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힐까 남길까, 수컷 사마귀의 짝짓기 '사투'

조홍섭 2021. 1. 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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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짝짓기가 모두 평화롭고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이제껏 사마귀 수컷은 암컷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처음으로 암컷과 몸싸움을 벌여 제압하고 짝짓기하는 행동이 발견됐다.

주 저자인 나탄 버크는 "곤충 세계에서 성적 충돌은 흔한 일이지만 수컷이 조심스럽고 전략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스프링복 사마귀 수컷처럼 암컷과 몸싸움을 벌여 동종 포식을 피하고 짝짓기에 성공하는 예는 사마귀에서 처음"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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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동종 포식 피하려 몰래 접근 일반적..몸싸움 벌여 위험 줄이고 짝짓기 성공률 높이는 종 발견
스프링복 사마귀의 짝짓기 모습. 더듬이가 길고 몸집이 작은 수컷은 짝짓기 전 암컷에 먹힐 위험이 매우 크다. 이를 이기기 위해 몸싸움을 벌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곤충의 짝짓기가 모두 평화롭고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사마귀나 거미 같은 포식자 암컷은 짝짓기를 마친 뒤는 물론 전과 도중에도 종종 수컷을 잡아먹는다.

이런 동종 포식 행동은 암컷에게 추가적인 영양분을 확보하는 기회이지만 수컷은 장래의 번식 기회를 모두 날리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해 수컷은 보통 회피 전략을 채택한다.

사마귀에서 확인된 수컷의 가장 흔한 전략은 몰래 암컷에게 접근해 교미를 마친 뒤 잽싸게 달아나는 것이다. 거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암컷에게 유인용 선물 주기, 암컷이 공격할 때 죽은 척하기, 먹이를 먹고 있거나 탈바꿈을 하느라 바쁜 암컷 고르기 등 다양한 책략을 쓴다.

거미는 또 암컷을 물거나 독을 주입하고 거미줄로 묶어 두고 짝짓기 하는 등 강압적인 방식으로 잡아먹힐 위험을 줄이기도 한다. 이제껏 사마귀 수컷은 암컷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처음으로 암컷과 몸싸움을 벌여 제압하고 짝짓기하는 행동이 발견됐다.

스프링복 사마귀 암컷은 짝짓기를 위해 접근하는 수컷의 60% 이상을 잡아먹는다. 나탄 버크 제공.

나탄 버크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생물학자 등은 남아프리카 원산인 스프링복 사마귀를 대상으로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길이 3∼6㎝로 중형인 이 사마귀는 짝짓기하러 접근하는 수컷의 60% 이상이 교미를 하지 못하고 잡아먹히는 동종 포식 비율이 가장 높은 사마귀 가운데 하나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암컷이 수컷의 정자 없이도 단위생식을 통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컷은 접근하는 수컷과 꼭 필요하지도 않은 짝짓기 대신 대부분 잡아먹는 쪽을 택한다.

암컷에 잡아먹힐 위험이 너무 크다 보니 수컷으로서는 버겁더라도 덩치 큰 암컷과 몸싸움을 벌이는 쪽이 나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52쌍의 스프링복 사마귀를 용기에 한 쌍씩 넣어 12시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했다.

29쌍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는데 모두 수컷이 시작했다. 수컷은 날개를 펄럭이며 암컷 위로 뛰어올라 낫처럼 날카로운 앞발로 찍어누르려 했고 암컷의 저항으로 몸싸움은 평균 13초 동안 계속됐다.

짝짓기 상대인 수컷을 잡아먹는 유럽 사마귀. 올리버 쾸머링,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싸움의 35%는 암컷의 승리로 돌아갔고 싸움을 건 수컷은 먹이가 됐다. 수컷은 58%의 싸움에서 암컷을 먼저 움켜쥐었고 그 가운데 3분의 2는 짝짓기에 성공했다(그러나 짝짓기를 마친 수컷의 절반은 곧 잡아먹혔다).

수컷이 우위를 잡은 싸움에서 수컷의 13%는 짝짓기를 하지 못하고 결국 잡아먹혔고 20%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몸싸움을 벌여 이긴 수컷은 그러지 못한 수컷에 견줘 암컷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78% 줄일 수 있었다”고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밝혔다.

주 저자인 나탄 버크는 “곤충 세계에서 성적 충돌은 흔한 일이지만 수컷이 조심스럽고 전략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스프링복 사마귀 수컷처럼 암컷과 몸싸움을 벌여 동종 포식을 피하고 짝짓기에 성공하는 예는 사마귀에서 처음”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암컷에 의한 동종 포식 위험이 극단적으로 커 수컷이 잡아먹힐 확률은 낮아지고 짝짓기 성공률은 높아지는 강압적 짝짓기가 선택된 것 같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번 실험에서 수컷과의 몸싸움에서 밀린 암컷의 27%에서 배에 구멍이 뚫려 체액이 누출되는 상처를 입었고 야생에서도 그런 상처가 아문 암컷이 발견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런 강압적 짝짓기가 야생에서도 벌어진다는 방증이지만 “그런 방식은 다른 짝짓기 시도가 실패했을 때 시도하는 최후의 수단일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발견된 스프링복 사마귀의 알. 이 사마귀는 뉴질랜드에서 외래종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스프링복 사마귀는 남아프리카에서 북미와 뉴질랜드 등으로 유입됐는데 뉴질랜드에는 1970년대 들어온 뒤 토종 사마귀가 동종 포식으로 많이 죽어 문제가 되고 있다(▶사마귀 수컷의 치명적 사랑, 토종보다 외래 암컷).

인용 논문: Biology Letters, DOI: 10.1098/rsbl.2020.081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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