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과 손잡고 中 '포위'..'전략적 인내'로 돌아온 트럼프式 압박

박수현 기자 2021. 1. 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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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중국 따돌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역내 평화 유지를 내세워 대만의 편에 선 데 이어, 중국이 주변국과 벌이는 영유권 분쟁에도 적극 관여할 의사를 밝혔다.

일명 ‘전략적 인내’다. 중국이 도발을 이어갈 경우, 북한에게 해왔던 것처럼 동맹과 협력해 전방위로 압박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견제에 시동을 건 가운데, 기술 패권을 겨냥한 제재도 곧 발표할지 주목된다.

2021년 1월 23일 남중국해에 진입한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호’와 유도 미사일 순양함 ‘벙커 힐(CG52)호’, 유도 미사일 구축함 ‘존 핀(DDG-113)호’의 과거 훈련 사진. /미 해군

국무부는 23일(현지 시각)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은 대만 등 이웃 국가들을 겁박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우려 속에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동맹국들과 함께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공동 번영과 안전, 가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기에는 대만과의 연대 강화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에 대한 군사적·외교적·경제적 압력 행사를 중단하고 대신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만 대표들과 의미있는 대화에 참여할 것을 중국에 촉구한다"며 "대만 해협을 비롯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바위처럼 굳건하다"고도 했다.

사실상의 선전포고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의 대(對)중국 압박 기조 계승을 공식화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같은날 남중국해에 항모전단을 급파했다.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세웠지만, 중국이 대만 상공에 군용기를 잇따라 띄우는 데 대한 항의의 성격이 더 짙다.

베이징대 싱크탱크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에 따르면, 미국은 24일에도 이 지역에 포세이돈 대잠초계기 4대와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1대, P-3C 정찰기 1대, CL-604 정찰기 1대, KC-135R 공중급유기 2대를 띄웠다. 25일에는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된 U-2S 고공정찰기를 합류시켰다.

다만 틈은 열어뒀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대신 "대만 사람들(people on Taiwan)"이란 표현을 사용해 최대한 정면 대결은 피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를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의 지위를 계속해서 모호하게 두고자 하는 바람이 드러난 대목"이라고 짚었다.

국무부는 같은 맥락으로 중국과의 3대 코뮤니케(Communique·공동성명)도 거론했다. 1972년 상하이 코뮤니케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78년 미·중 수교 코뮤니케는 미국이 대만과 정치 관계를 단절하고 경제·문화적 관계만 유지하며, 미·중 양국은 국제 분쟁을 줄이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982년 8·17 코뮤니케는 미국의 대(對)대만 무기판매에 기한을 정하지 않고, 무기수출시 중국과 사전협상하지 않으며, 양안 중재 역할을 맡지 않고, 대만 주권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변경하지 않고 대만에 중국과의 협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6개 보장’을 포함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는 동중국해에도 손을 뻗고 있다. 초대 국방장관인 로이드 오스틴은 취임 이튿날인 23일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에 전화를 걸어 미일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에 중·일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가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중국해 현상유지에 반(反)하는 어떠한 일방적 시도도 반대한다"며 조약에 따라 중국이 센카쿠열도를 공격할시 일본군과 함께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도 거듭 약속했다.

오스틴 장관은 그러면서 기시 방위상에게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위해 더욱 기여해달라"고 주문했다. 중국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어느 때보다 중국에 초점을 맞춘 대화다. 오스틴 장관은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미일 동맹을 재확인하고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기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고 썼다.

한국의 서욱 국방장관과 통화에서도 그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유지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공동의 위협"에 맞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에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본격적인 ‘중국 고립’에 나섰다고 진단했다. 특히 첸샹먀오 중국 남중국해문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점점 더 많은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군사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재 외교 전략에서 높은 우선순위가 되고 있는 동남아 주변국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콩의 중국 군사전문가이자 TV 평론가인 송중핑은 미국이 일본과 한국 외에 영국, 호주, 인도에까지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봤다. 영국 해군은 이미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영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합동해군훈련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있다. 영국이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를 중심으로 항모전단을 파견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미국 혹은 주변국 이외 항공모함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오스틴 장관은 23일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과 통화에서 "중국의 위협을 전략적으로 공동 대응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신호탄을 듣고 움직이는 건 영국만이 아니다. 2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독일도 일본과 호주의 요청에 따라 올 여름 정찰·호위함(프리깃함)1척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파견할 전망이다. 해당 군함은 일본, 호주, 한국을 들를 것으로 예상되며, 독일은 이 군함을 남중국해에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니혼게이자이는 "독일 국방부가 자유주의 진영간의 연대를 강조했다"고 전하며 "(독일의 군함 파견은) 대중 경계론의 부상으로 유럽의 아시아 정책이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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