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버터 대신 식물성 오일 넣어 풍성해진 반죽.. 다양한 크림·향과 어울려 '부드러운 달콤함'

기자 2021. 1. 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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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할 때 접객하면 손님 10명 중 6명은 "여기서 달지 않은 케이크는 어떤 것인가요?"라고 문의합니다.

시폰 케이크는 기존 생크림 케이크나 버터크림 케이크의 기본 반죽과 약간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식힌 시폰 케이크를 그대로 잘라 생크림을 한 스쿠프 올려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시폰의 매력은 다양한 크림과 향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래서 한입 베어 물면 캐러멜의 달콤함과 보드라운 생크림으로 감싸 있는 케이크 반죽이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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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시폰 케이크

현장에서 일할 때 접객하면 손님 10명 중 6명은 “여기서 달지 않은 케이크는 어떤 것인가요?”라고 문의합니다. 가지각색의 화려한 케이크들 사이에서 고심 끝에 추천하는 메뉴가 바로 ‘시폰 케이크(Chiffon cake)’입니다.

사실 ‘달지 않은 케이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요. 설탕이란 제과와 제빵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단맛을 만들어 내는 게 주요한 임무지만, 설탕은 그 외에도 보이지 않는 일을 합니다. 수분을 흡수한 단백질이 쉽게 응고하지 않도록 도와 반죽이 질깃해지지 않게 한다거나, 효모가 발효를 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케이크 반죽 속의 수분을 보유해 부드러운 질감을 내고 색과 질을 높이는 역할도 합니다. 무척이나 똑똑하고 유용한 일을 맡아 하지요?

그래서 저는 손님들에게 보다 조금 덜 달게 느껴지는 케이크를 권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시폰이라는 이름이 전하는 공감각적 느낌을 최대한 강조해 설명합니다. 비단처럼 부드럽고 얇은 공기 입자들이 모여 형태를 갖춘, 중간 부분에 링이 뚫린 전용 틀에서 무겁지 않은 반죽을 주저앉지 않게 구운 이 폭신한 케이크를 말이지요.

시폰 케이크는 기존 생크림 케이크나 버터크림 케이크의 기본 반죽과 약간 다른 점이 있습니다. 보통의 케이크 반죽으로 사용되는 스펀지케이크는 밀가루, 설탕, 달걀, 베이킹파우더 그리고 버터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시폰 케이크는 버터 대신에 사용하는 식물성 오일이 유지 안에 공기를 더 많이 끌어안아 풍성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낮은 온도에서 은은하게 부풀어 오르는 시폰 케이크는 오븐에서 구워져 나오자마자 바로 뒤집어 식혀야 주저앉지 않습니다. 그렇게 식힌 시폰 케이크를 그대로 잘라 생크림을 한 스쿠프 올려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시폰의 매력은 다양한 크림과 향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카카오 파우더를 생크림과 반죽에 더하기도 하고 커피 에센스나 에스프레소, 말차 가루, 홍차 등을 더해 팔색조 같은 변신을 할 수 있지요.

제가 좋아하는 삼성동 플랑플랑(02-542-1020)의 얼그레이 시폰 케이크는 만드는 이의 심오한 설계가 고스란히 담긴 제품입니다. 베르가모트 향이 아름다운 얼그레이 홍차를 폭신한 케이크로 만날 수 있습니다. 고급스러운 풍미를 위해 마리아주 프레르의 얼그레이 프렌치 블루 잎을 분쇄해 우유에 우려내 향을 최대한 끌어냅니다. 얼그레이 풍미를 더 부드럽게 중화하려는 목적으로 캐러멜을 진하게 끓여 생크림에 섞어 사용합니다. 그래서 한입 베어 물면 캐러멜의 달콤함과 보드라운 생크림으로 감싸 있는 케이크 반죽이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조금 더 진하게 내린 얼그레이나 닐기리 홍차를 곁들이면 코끝으로 되돌아오는 어른스러운 향이 매혹적입니다. 혀로 느끼는 단맛에서 시작해 향으로 퍼지는 짧고 강렬한 여정을 이 케이크에서 만나 볼 수 있답니다. 작은 업장이라 전화 예약을 통해 문의하고 방문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냥 달지 않은 케이크가 아닌, 단맛이 곱고 풍성한 풍미를 지닌 케이크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으니까요.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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