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적 편견은 어떻게 불평등을 고착시켜왔는가

임형두 2021. 1. 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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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에버하트 교수의 사회심리 보고서 '편견'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한 카멀라 해리스(56) 부통령은 미국 역사를 새롭게 기록하며 임기를 시작했다. 미국 헌정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첫 흑인 부통령인 해리스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유색인종으로서 최고위직에 오르며 유리천장을 일거에 깨트렸다.

취임식장에는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참석해 해리스 부통령과 '주먹인사'를 나눴다. 미국 언론의 평가처럼 해리스 부통령의 탄생은 역사적 위기의 시대에 이뤄진 역사적 부상을 반영했다. 무의식 속의 혐오, 인종 불평등이 끊이지 않았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실로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연방대법관 앞에서 취임 선서하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인종 편견 전문가인 미국의 제니퍼 에버하트 스탠퍼드대학 사회심리학 교수는 저서 '편견'을 통해 역사적으로 차별을 조장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한 편견의 원인과 작동 방식에 대해 면밀히 추적한다. 편견의 기원과 사회문화적 현상, 편향된 인식의 작동 방식을 사회심리학자의 눈으로 집대성한 것이다.

이 책에서 특유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저자 자신이 대학 교육을 받은 1세대 흑인으로 미국 최고의 인종 편견 전문가가 되기까지, 소수인종으로 살아오며 직접 겪은 차별의 경험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제니퍼 교수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의 바탕이 된 실제 사건들로 편견이 어떤 위력 속에서 작동하는지 파헤치고, 우리가 그 편견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고민하며 실용적 대안을 제시한다. '타인종효과', '범주화', '확증편향', '고정관념', '무의식 점화' 등의 용어를 도구로 써가면서 말이다.

편견은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알게 모르게 널리 퍼져 있다. 인종, 성, 지역, 나이, 키, 체중, 말투 등 개별적 특징을 기본에 두고 우리는 쉽게 편견에 빠져들곤 한다. 특히 인종은 개인의 고유한 특징과 존엄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은 채 왜곡된 생각으로 그 개인을 바라보게 만들어왔다.

예컨대, 흑인 하면 가난과 범죄, 심지어 특정 동물(유인원)을 연상시키는 게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사회화된 편견이다. 저자는 "다섯 살 난 아이조차 그다음에 벌어질 일을 자연스레 예상하게 만드는 심각한 인종 계층화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며 "설사 악의가 없다고 해도 흑인과 범죄라는 연관성이 모든 아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고 비판한다.

18~19세기에 대부분의 과학자는 인종 열등성을 노골적으로 옹호했다. 진화론자인 찰스 다윈도 흑인의 열등성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고 한다. 백인 남성 지식인들은 노예제도의 타당성을 이른바 '과학적 근거'(?)를 들어 지지했고, 생물학적 열등성 때문에 인종 계층은 고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피부색과 피부색이 유발한 차이는 오랫동안 인종 경계로 자리 잡으며 혐오와 차별을 합리화해왔다. 하지만 21세기 과학의 눈으로 보면 이들 이론 자체가 얼마나 불편부당하고 일방적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암묵적 편견은 두뇌 체계와 사회 격차가 만들어낸 왜곡된 렌즈에 불과하다. 이 왜곡된 렌즈가 인종에 대한 특정 생각을 만들고 이게 우리의 인식을 좌지우지하는 가운데 사회적 인간은 이 렌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편견은 우리의 삶 곳곳에 깊이 침투해 있다. 교육, 거주, 경제활동, 사법체계, 사회관계 등 삶의 모든 영역에 편견이 뿌리내린 가운데 그 편견의 피해자들은 오늘도 양산되고 있다. 주된 피해자는 흑인, 유색인종, 여성 등으로 백인, 그리고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배격당해온 사회적 약자들이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 같은 현실은 암묵적 편견이 역사와 문화를 통해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든 결과"라고 말한다.

실제로 편견의 장막 때문에 유색인종의 고용률은 백인보다 현저히 낮다. 그리고 저임금 직무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교육 기회를 애초에 박탈당하며, 쾌적하고 안전한 거주 지역에 들어갈 기회가 차단되고, 법이 보장하는 사회 시스템의 경계에서 배격당하며, 사회적 빈곤 집단으로 추락한다. 게다가 이런 사이클이 악순환하며 인종적 불평등은 심화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불평등이 단지 유색인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른바 격차사회는 흑백 인종을 떠나 불평등과 단절이라는 비정상성 현상을 야기하고 가속화하며 사회 구성원들의 일체감과 행복지수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혐오와 질시, 무관심 같은 암울한 현상을 초래해 모두를 불행의 늪에 빠뜨리게 된다.

저자는 "편견에 대해 말하는 일은 단순히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화두이고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이라면서 "다양성을 실현키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을 포용해 반영하고 기존의 소외된 목소리를 수용하고 들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공민희 옮김. 스노우폭스북스 펴냄. 372쪽. 1만7천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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