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800년 대성당이 백신 접종의 명소가 된 이유는
[경향신문]
바흐와 모차르트의 선율이 오르간을 타고 흐른다. 뮤지컬 명곡 ‘올드 맨 리버’도 들을 수 있다. 전염병의 시대, 몸도 마음도 지친 시민들이 잠시 눈을 감고 평화를 얻는다. 이곳은 800년 역사를 가진 영국 잉글랜드 솔즈베리 대성당이자 솔즈베리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다.
1220년대 지어진 영국 잉글랜드 남부 솔즈베리 대성당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명소가 됐다. 솔즈베리 지역언론 등 외신들은 25일(현지시간) 800년 역사의 대성당이 최고의 백신접종센터로 변신했다고 보도했다.
솔즈베리 대성당은 지난 16일부터 1주일에 두번씩 백신접종센터로 개방하고 있다. 하루 12시간동안 하루 약 1200명씩 이곳을 다녀갔다. 대성당이 접종의 명소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음악이다.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접종 후 15분씩 앉아 상태를 점검하는 동안 성당은 오르간으로 아름다운 음악들을 연주한다. 처음엔 성가와 클래식을 연주했지만 지난 23일부터 e메일로 신청곡도 받기 시작했다.
대성당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다. 3차 전국봉쇄에 돌입한 영국은 콘서트홀과 영화관 등이 모두 문을 닫았다. 대성당 측은 백신이 개발됐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성당 건물을 백신 접종장소로 제공하겠다고 자원했다. 성당 측은 “지난 한 해동안 거의 집에만 있었던 노인들과 취약계층들이 성당에 많이 오고 있다”며 “환영받고 안심이 되며 위로가 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고 그 방법중 하나가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성당 음악감독인 데이비드 홀스는 뉴욕타임스에 “바흐, 모차르트, 헨젤 등을 연주는 것을 시작해 뮤지컬 명곡과 영국인들의 오랜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노래들을 선곡했다”며 “너무 날카롭거나 불쾌함을 주거나 빠른 음악 대신 ‘부드러운 클래식’을 연주한다”고 말했다.
음악 외에 13세기 고딕 건축 양식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다른 백신접종센터에선 볼 수 없는 장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노하우를 갖고 있고, 적절한 습도와 온도로 통풍이 잘돼 백신 관리에 유리한 점도 성당이 백신 접종 명소로 떠오른 이유다.
지역언론인 솔즈베리 저널은 “대성당에서 접종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8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선 솔즈베리 대성당 외에도 박물관, 대형 스포츠센터, 서커스 공연장 등 여러 관광명소가 백신 접종 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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