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꼿꼿하시면서도 자상했던 아버지.. 살아생전 불효해서 죄송

기자 2021. 1. 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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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5일.

식물의 잎 색깔이 연두색에서 초록색으로 변해가고 봄꽃이 산과 들을 예쁘게 수놓은 이날 선친께서 작고하셨다.

돌이 많은 야산을 사들여 그 땅을 전부 논과 밭으로 바꿔놓으셨다.

아버지는 시골집에서 1㎞ 정도 떨어져 있는 야산과 돌무덤을 개간하면서 그곳에 묻혀 있던 신석기 시대 유물을 발견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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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두현(1916∼2007)

2007년 5월 5일. 식물의 잎 색깔이 연두색에서 초록색으로 변해가고 봄꽃이 산과 들을 예쁘게 수놓은 이날 선친께서 작고하셨다.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가시고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리운 아버님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아버지께서는 어려서 서당을 다니시며 한자 공부를 많이 하셨으나 신식 공부는 소학교 4학년 중퇴가 전부였다. 3형제 중 차남이었던 선친에게 조부님은 어려서부터 집안 살림을 맡기려고 공부를 시키지 않으셨던 것 같았다.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기골이 장대하고 두뇌가 비상하셨기에 고향인 전주시 인근 완주군 소양면 대승리 지역에서는 가장 많은 전답을 일구고 소유하셨다. 돌이 많은 야산을 사들여 그 땅을 전부 논과 밭으로 바꿔놓으셨다.

지금도 기억나는 일이 있다. 아버지는 시골집에서 1㎞ 정도 떨어져 있는 야산과 돌무덤을 개간하면서 그곳에 묻혀 있던 신석기 시대 유물을 발견하신 것이다. 아마도 수천 년 전에는 돌무덤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곳을 개간하실 때 돌칼이라는 유물이 나온 것이다. 이때 출토된 돌칼 중 상태가 양호한 것은 당시 서울에서 문교부에 재직 중이셨던 숙부님에게 보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고 부러진 돌칼은 집에서 보관했다. 그때 내 나이가 5∼6세 시절이었기에 나는 이 칼들로 또래들과 전쟁 놀이를 하고 지냈던 기억이 새롭다.

그 당시 우리는 시골에 전답이 비교적 많아서 그래도 인근에서는 끼니 걱정 없이 사는 형편이었지만, 아버지께서는 일상에 근검절약이 몸에 밴 분이셨다. 어머님과 누나들이 밥을 지을 때도 항상 보리쌀을 많이 넣으라고 말씀하시기 일쑤였다. 항상 부지런하셨고 동네 이장 일과 완주군 농협 이사 일을 오랫동안 맡아 하셨다. 한번은 농협에 회의가 있어 참석하셨는데 간식으로 나온 빵을 호주머니에 넣어오셨다. 그리고, 우리 형제들에게 주고 우리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시기도 했다.

노년에 아버지께서는 전주 향교의 ‘전교’ 직책을 맡아 10여 년간 향교의 리더 역할을 하셨다. 예전에 한자 공부를 많이 해 한문 실력이 출중하셨고 전주지역에서 한시를 짓는 행사가 있을 때 여러 번 장원했던 이력이 있으셨기에 전주향교에서의 ‘전교’ 직책이 선친께는 안성맞춤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평생을 조선 시대 선비처럼 꼿꼿하게 사셨고 공적인 일을 할 때나 가정에서 항상 엄중하셨지만, 자상하신 면도 많았다. 하지만 슬하의 자식들은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특히 나는 생전에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연로하신 부모님은 막냇동생이 모셨고 나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음을 핑계로 매달 용돈 얼마씩을 보내 드리는 것으로 책임을 다한 듯 여긴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전주에 있는 요양병원에 계실 때도 자주 찾아뵙지 못한 불효에 가슴이 아플 때가 많이 있다. 특히 아버지 살아 계실 때 ‘감사해요, 사랑해요’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임종도 지키지 못했기에 더욱 마음이 무겁다. 이 글을 통해서나마 인사드리고 싶다. “감사해요, 아버님.” 나중에 천국에서 뵙기를 소망합니다.

아들 홍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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