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모습이라도, 살아갈 자격이 있다는 '위로'

이정희 입력 2021. 1. 2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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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

[이정희 기자]

 소울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얼마 전 SNS에선 꽃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는 이벤트가 성황을 이루었다.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 나를 상징하는 꽃을 알려주고 그와 함께 내 성격을 말해주는 방식이었다. 지인들과 SNS를 통해 이 이벤트를 나누었는데, 모두들 열심이었다. 새로운 화장품을 선전하기 위해 마련된 이 이벤트는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MBTI의 또 다른 형태와도 같았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접촉이 현저히 줄어든 2020년 인기를 끌었던 것이 MBTI와 같은 '나를 찾아가는' 각종 '리트머스' 프로그램들이었다. 관계를 통해 나를 확인하던 사람들은 줄어든 관계 대신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신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칼 융'의 심리 유형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사람들이 저마다 서로 다른 자아의 특징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최근 개봉한 <소울>을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확인하고자 하는 이들이 떠오른다. 

지난 2015년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 속 기쁨, 슬픔 등 다섯 가지 감정을 캐릭터로 구현한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우리의 '감정'을 작품화한 바 있는 <소울> 피트 닥터 감독은 "지금은 23살이 된 아들이 태어났을 때 함께 시작된 아이디어였다. 아들은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감독은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 <소울>에선 영혼에 캐릭터를 입혔다. 

그렇다면 그 고유한 '자아 의식'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슬픔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조차도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주제를 통해 우리가 감정을 긍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한 피트 닥터 감독은 영혼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긍정성을 또 다른 각도에서 조망하고자 한다. 

삶의 절정에서 죽음의 세계에 빠져버린 조 
 
 소울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야기는 '영혼'들의 세계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시작된다. 조 가드너는 재즈 뮤지션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잇고자 하지만 현실은 뉴욕의 고등학교에서 밴드를 가르치는 강사 신세다. 밴드의 불협화음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재능이 있는 학생에게서조차 음악에 대한 열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도 학생들에게 '재즈'의 묘미를 알려주기 위해 애쓰는 조의 열정에 하늘이 감복해서일까? 교장이 찾아와 그가 '정규직'이 되었음을 알려주며 축하한다. 

하지만 정규직이라는 안정된 직장에도 그의 얼굴이 밝아지지 않는다.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오고, 그의 제자이자 재즈밴드 멤버가 갑작스럽게 연주에서 빠지게 되었다며 조에게 대신 연주해줄 것을 부탁한다. 연주자로서 피아노를 연주하기에 어쩌면 늦은 나이지만, 조는 멋들어진 연주로 연주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그러나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그의 '농담 아닌 농담'이 현실이 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저세상을 향하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오늘 밤 연주를 위해 어떻게든 다시 지구로 돌아가려 애쓰던 조는 엉뚱하게도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어린 영혼들을 멘토링 하는 '유세미나'에 가게 된다. 그리고 어떤 착오로 인해 멘토가 되고 태어나기 싫다는 시니컬한 영혼 22를 맡게된다. 

조와 22의 동상이몽 

본의 아니게 멘토가 되어버린 조. 그런데 어떻게 해도 돌아갈 수 없는 지구의 통행증을 22를 통해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되고, 조는 22의 마음을 돌이키려 애쓴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조와 달리 그간 테레사 수녀, 아인슈타인 등 유명인 멘토들도 두 손을 든 22의 마음은 요지부동이다. 그러다 길잃은 영혼을 구해주는 모험가 문윈드 등의 도움을 얻어 함께 지구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조의 기대와 달리 22가 조의 몸에 그리고 조는 고양이 미스터 미튼스가 되어버린다. 자신의 몸에 들어간 22를 구슬러 어떻게든 오늘 밤 있을 연주를 준비하려 애쓰는 조가 한바탕 해프닝을 벌이고, 그 일을 통해 <소울>은 삶의 의미를 되살린다. 
 
 소울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보다 자신에게 찾아온 재즈 밴드 연주에 목숨을 거는 조. 그렇게 음악적 열정으로 충만한 조의 몸에 들어간 22는 삶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느낄 수 없던 음식의 맛을 깨닫고, 그를 손들게 했던 멘토들의 교육을 통해 얻은 해박한 식견으로 조의 주변 사람들과 능숙하게 소통한다. 심지어 음악을 포기하겠다 찾아온 밴드부 학생의 마음을 돌려놓을 정도로 밝은 식견과 혜안을 자랑한다. 영화는 저세상의 골칫덩어리 22가 유세미나에서의 부적응 과정을 바탕으로 지상의 소통왕이 되는 과정을 통해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처럼 저마다 존재론적 가치가 있음을 역설한다. 

저마다 다른 '캐릭터'를 가진 어린 영혼이 지구에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불꽃을 획득해야 한다. 조와 22는 그걸 삶의 의미를 터득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정작 22 가슴에 불꽃이 빛나도록 한 순간은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바로 거리에 앉은 22에게 떨어지는 꽃잎 한 장이었다. 삶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삶이 주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는 그 순간이 바로 우리가 살아갈 준비가 된 것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소울>은 조와 22의 엇박자 '멘토링'을 통해 각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가도록 한다. 조가 되기 위해 애쓰다 자신이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은 22처럼, <소울>은 조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당신이 어떤 모습이라도 

<소울>의 성격 파빌리온에서는 새로 태어날 영혼들에게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부여한다. 모두가 좋은 것만 받을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누군가는 매우 우울한 성격을, 또 다른 누군가는 시시콜콜 따지는 까다로운 성격을을 받는다. 영화는 가장 까칠했던 22를 통해 세상 그 어떤 성격도 삶의 과정에 모두 저마다의 몫이 있다고 말한다. 성공한 연주자만을 바라보며 살아왔지만 인간 세계에서나 저 세상에 가서도 '멘토'의 숙명을 피할 수 없는 조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 MBTI로 돌아와서, 타인을 통해 자신을 확인할 수 없는 시절에 사람들이 MBTI에 몰두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내가 세상에 필요하고 유용하다는 확인을 하고 싶었기 때문 아닐까? 당신은 이런 면에서 유용하며 의미가 있는 존재라는 삶의 확인 도장같은 것 말이다.

공교롭게도 MBTI가 붐을 이루는 시절에 <소울>은 우리 영혼의 캐릭터를 논한다. 그리고 결국 그런 각양각색 캐릭터를 통해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세상을 살아갈 만하다고 어깨를 두드려준다. 그리고 당신이 무엇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당신 자체가 빛나는 존재라는 덕담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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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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