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오보에 협주곡처럼, 밝고 힘차게 새해 열게요"

장재진 2021. 1. 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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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가 남긴 유일한 오보에 협주곡(KV 314)의 1악장은 '알레그로 아페르토(Allegro aperto)'다.

실제로 1악장을 들어보면 오케스트라의 경쾌한 제시부에 이어 오보에 솔로 연주자가 창문을 활짝 여는 듯 개방적인 선율을 들려준다.

호른 연주자였던 어머니의 영향과 추천으로 어릴 적부터 오보에를 접한 한이제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뒤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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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예술의전당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신년음악회 여는 오보이스트 한이제
오보이스트 한이제는 "평소 카를 필리프 엠마누엘 바흐의 오보에 협주곡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모차르트가 남긴 유일한 오보에 협주곡(KV 314)의 1악장은 '알레그로 아페르토(Allegro aperto)'다. '알레그로'는 빠른 연주를, 뒤에 붙은 '아페르토'는 이탈리아어로 '열려있다'는 형용사를 뜻한다. 실제로 1악장을 들어보면 오케스트라의 경쾌한 제시부에 이어 오보에 솔로 연주자가 창문을 활짝 여는 듯 개방적인 선율을 들려준다. 모차르트 특유의 낙천성이 묻어있는 이 곡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코심)는 29일 신년음악회(예술의전당) 프로그램 중 하나로 골랐다.

코심과 함께 새해를 활짝 열어 젖힐 오보이스트는 한이제(26)다. 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한이제는 "모차르트는 자기 생의 아픔을 음악에 쏟아내는 대신, 아름다운 곡을 쓰며 불행을 승화시켰다"며 "코로나19로 음악인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모차르트가 주는 긍정적 기운으로 이겨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이제는 대학 2~3학년 때 코심 객원단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단원 중 한명으로 앉아있던 그가 이제는 드레스를 입고 무대 맨 앞으로 나선다. 한이제는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이번 연주가 미래의 활동에서 중요한 첫 발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한이제는 "다른 오보에 연주자들처럼, 잉글리시 호른을 함께 연주하고 있다"며 자신의 악기들을 소개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코심은 매년 신예 음악인을 '라이징 스타'로 선정, 신년 음악회 무대를 함께 만들고 있다. 올해 코심이 점찍은 연주자가 한이제다. 코심 측은 "솔리스트뿐만 아니라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경험 등 다양한 커리어를 쌓으며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호른 연주자였던 어머니의 영향과 추천으로 어릴 적부터 오보에를 접한 한이제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뒤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머물고 있다.

한이제는 베를린필이 운영하는 '카라얀 아카데미'에서 3년 전부터 지도를 받고 있다. 베를린필의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만든 학교로, 젊은 음악인들에게 베를린필의 음악적 유산을 전수하는 곳이다. 현재 한이제의 스승은 베를린필의 오보에 수석 연주자 조나단 켈리다. 한이제는 "오보에 파트뿐만 아니라 가시모토 다이신 악장님 등 다른 연주자들에게서도 오케스트라 경험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카라얀 아카데미' 장학생으로 활동하면서 한이제는 마리스 얀손스와 사이먼 래틀 등 세계 최고의 지휘자들과 함께 공연했다.

한이제가 직접 깎은 오보에의 리드(입술로 부는 부위). 리드를 깎는 시간은 악기 연습시간에 필적한다. 갈대 줄기와 코르크 나무로 만들어진 리드는 재료 특성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낸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비르투오소(고난도 기교)적인 악기보다는 색채감 있는 음색이 좋아 오보에를 택했다"는 한이제. 그는 한국인 관악기 연주자들로 최근 구성된 '코리안아츠 윈드'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피아노나 현악기에 비해 대중의 인지도가 박한 관악기의 매력을 소개해 주고 싶어서다. 한이제는 이 팀을 두고 "좀처럼 찾기 힘든 관악기 실내악단"이라며 "올해 7월 예술의전당에서 다양한 곡을 들려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며칠 뒤 코심 신년음악회의 주제는 '다시 꾸는 꿈'이다. 코로나를 딛고 협주자로서 악기를 드는 한이제의 마음도 다부지다. "클래식 음악을 한다는 건 세상과 타협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어요. 제 꿈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주체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나의 연주로 행복을 느끼는 이가 한 사람만 있더라도 말이죠."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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