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1위' 중국에 내준 美, 자존심 회복할까

이슬기 기자 2021. 1. 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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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갈등 속에도 외국인의 中 직접투자 ↑
미국·유럽 FDI 일제히 폭락...신흥국 반등
신흥국 주식·채권 시장, 올해 18조원 유입
폐쇄적 中 시장, 美보다 코로나 타격 적어
"확산세 잡히면 대미 투자 보류도 해제"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증권가. /AP 연합뉴스

글로벌 투자 시장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대미(對美) 투자에 집중하던 기업들이 중국 등 신흥국으로 방향키를 전환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주요국가에 비해 전염병에 빠르고 강력하게 대응한 신흥국들이 상대적으로 투자 시장에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규모가 전년 대비 4% 증가한 1630억달러(약 180조원)를 기록해 처음으로 미국(1340억달러)을 제쳤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FDI 규모가 42% 떨어진 8590억달러에 그치고, 미국에 대한 FDI는 전년보다 49% 폭락한 상황에 나온 수치다.

FDI는 외국 기업이 특정 국가에 신규 공장을 짓는 등 사업을 확장하거나 기업을 인수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도매 무역과 금융서비스, 제조업 전 부문에서 감소세가 뚜렷이 나타났다. 수십년 간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미국의 외국인 투자 시장이 중국에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영국과 네덜란드, 스위스 등 기존 선진국의 FDI도 총 69% 줄어들었다. 유럽연합(EU) 27개국에 대한 FDI 규모는 무려 71% 폭락했다.

반면 중국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의 FDI는 12%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특히 글로벌 FDI 가운데 이들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72%로 사상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의 첨단산업 및 글로벌 인수합병(M&A) 부문은 각각 11%, 54% 증가했다. 신흥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인도는 전년보다 13% 늘어난 570억달러 규모의 FDI를 끌어들였다.

이는 코로나발(發) 재택근무 확산으로 주요국 기업들이 인도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등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확대했고, 백신 대량생산이 가능한 인도 공장 건설에도 잇따라 투자한 결과라고 WSJ은 분석했다. 특히 주요 제약사의 백신 공급 문제로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전 세계 백신의 60%를 생산하는 '세계의 공장' 인도의 몸값도 한층 뛰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신흥국은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도 강세를 입증했다. 전날 국제금융협회(IIF)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 63개 신흥국에 흘러들어간 자금이 36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30개 신흥국에는 올해에만 170억달러가 유입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로 참고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도 신흥국은 올 들어 9% 상승해 선진국(평균 2.7%)을 압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유럽의 초저금리로 수익률이 떨어지자 '수익률 사냥'을 노린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올해 글로벌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중국 등 신흥시장의 주식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브라이언 레이크 JP모간자산운용 미주지역 ETF(상장지수펀드) 책임자는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속에 성장 속도가 빠르면서도 주가가 저렴한 중국 기술 업체가 유망주"라며 중국 기술기업이 미국의 빅테크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탈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미 투자를 철회하기보다는 '보류'를 선언한 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친화적 대외정책이 본격화되면, 미국이 글로벌 1위를 되찾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CNBC도 중국의 폐쇄적 경제구조와 달리 미국의 개방 경제는 코로나19의 영향을 전방위적으로 받은 만큼 향후 회복세를 타고 FDI를 빠르게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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