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중대재해처벌법=위헌" 헌법소원 청구

CBS노컷뉴스 박하얀 기자 2021. 1. 2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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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온라인 통해 공동청구인단 모집
권리찾기유니온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청구인 및 변호인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청구를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이날 공포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가짜 5인미만 사업장'을 확산시켜 차별받는 노동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민 기자
노동자들이 이날 공포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처벌법)은 '누구나'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청구에 나섰다.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는 26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것을 비판하며 헌법소원 청구인단 모집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가장 많은 재해, 가장 많은 생명이 사라지는 공간을 삭제해버린 이 법은 처벌법이 아니라 차별법이 됐다"며 "가장 비참한 공간에서의 중대재해 처벌을 금지한 이 법은 목적의 정당성도, 방법의 적절성도, 법익의 균형성도, 피해의 최소성도 갖추지 못해 명백하게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 위헌"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뒤 2년 동안 법 적용을 유예받아 총 3년의 유예 기간을 둔다. 법 시행 시기는 공포 뒤 1년이다. 노동계는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대다수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해왔다.

권리찾기유니온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청구인 및 변호인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청구를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이날 공포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가짜 5인미만 사업장'을 확산시켜 차별받는 노동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민 기자
이들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전체 사업장 중 80%를 삭제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조항에 따라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들뿐 아니라, 대다수 노동자들의 권리도 침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체는 "서류로 사업장을 쪼갤 수 있고, 고용된 노동자의 숫자도 어떻게든 조절할 수 있다"며 "결국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확산시키고, 최소한의 근로 기준에 이어 죽음마저 차별 당하는 국민들 수를 더욱 늘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법은 절반이 아닌 거의 모든 이들의 권리를 침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로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 제10조(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 제11조(평등권), 제32조 제1항(근로의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노동자 3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청구서에 밝힌 청구 이유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시민 미만의 존재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했다. 청구인들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재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단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별하는 것은 도저히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어떤 명분도, 정당성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권리찾기유니온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청구인 및 변호인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청구를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이날 공포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가짜 5인미만 사업장'을 확산시켜 차별받는 노동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민 기자
헌법소원 청구에 나선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내재된 차별 요소를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모 텔레콤에서 일하는 최원상씨는 "그동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한 채 차별받으며 힘들게 살아왔는데, 중대재해에 있어서도 배제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사업주가 위험과 사고를 쉽게 외면할 것이고,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결국 책임은 노동자가 지게 될 것이 뻔하다"고 했다.

모 운수회사에서 일하는 김성호씨는 "제 회사는 사업장을 쪼개 5인 미만이라고 한다. 10년을 일했는데 휴가 한 번 없었고,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데 수당도 없어 최저임금 179만원을 받는다"며 "이제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도 빠졌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죽어도, 다쳐도 좋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모 연구소 소속 이현우씨는 "이번에도 소상공인 보호를 말했지만 누구도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말은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권리 잃은 노동자들을 위해 옳은 판단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단체는 이날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헌법소원 공동청구인단을 모집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이나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대재해 적용 제외로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사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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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하얀 기자] thewhit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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