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KOBE] ④ 코비의 은퇴를 앞당겼던 아킬레스건 부상

서호민 2021. 1. 2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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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서호민 기자] 코비 브라이언트가 농구팬들 곁을 떠난 지 1년이 됐다. 2020년 1월 26일(이하 미국시간), 코비는 딸 지아나와 함께 농구 훈련을 가던 중 불의의 헬기사고로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NBA 선수들은 물론 전 세계 선수들, 농구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애도했다. NBA도 올스타전 방식까지 바꿔가며 코비를 추모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점프볼 역시 그를 추억하는 의미에서 기억에 남는 코비의 순간을 준비해보았다.

2013년 4월 12일, 코비 농구인생 최악의 날


영광이 너무 컸던 탓일까, 좋지 않은 일들도 한 꺼번에 몰려왔다. 그 중에서도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었던 2012-2013시즌은 코비의 NBA 커리어에 있어 최악의 시즌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승 반지 5개를 거머쥐었지만, 우승을 향한 코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레이커스는 2012-2013시즌을 앞두고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다시 한번 광폭행보를 이어갔다. 그 행보는 다름 아닌 스티브 내쉬와 드와이트 하워드 영입이었다. 2012년 여름 자유계약신분이 된 내쉬는 당초 모국 캐나다에 있는 토론토 랩터스 등이 주요 행선지로 거론됐지만, 마지막 우승기회를 기대하며 레이커스로 이적했다. 마찬가지 당시 올랜도 감독 스탠 밴 건디 감독과 불화설에 휩싸였던 하워드 역시 그 해 여름 4각 트레이드를 통해 레이커스로 이적하게 된다. 코비 브라이언트, 스티브 내쉬, 드와이트 하워드, 파우 가솔에 앤트완 재미슨과 메타 월드 피스까지 초호화 라인업이 구성된 것이다. 판타스틱 라인업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레이커스는 시즌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레이커스의 판타스틱 라인업은 정작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하나로 똘똘 뭉치지 못하고 조직력에 심각한 문제만 드러낸 채 아쉬움만 남겼다. 내쉬는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다친 왼쪽 다리 부상으로 시즌 내내 고생하며 정규리그 50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하워드 역시 레이커스가 추구하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각종 불협화음의 중심에 섰다. 또 하워드는 코비와 공격 롤을 두고도 수 차례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레이커스는 사람들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며 '빚 좋은 개살구'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몇 차례 연승 가도를 달리며 5할 승률을 기록, 플레이오프 경쟁권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당시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기 위해 무리한 출전을 감행한 코비의 몸 상태는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태였다. 실제 코비는 레이커스와 유타의 플레이오프 경쟁이 극에 달했던 3월 31일 새크라멘토 킹스 전부터 4월 13일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전까지 7경기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데, 이 구간 평균 출전시간이 무려 45.6분이었다.

+코비 아킬레스건 부상 전 7경기 출전시간+
vs 새크라멘토 - 48분
vs 댈러스 - 47분
vs 멤피스 – 43분
vs 클리퍼스 - 51분
vs 뉴올리언스 - 48분
vs 골든 스테이트 – 45분

7경기 평균 45.6분 출장 28.9득점 8.4어시스트 7.3리바운드 2.1스틸 1.0블록 FG 42.4% 기록. 

사실 이미 코비는 시즌 막판부터 아킬레스건 부상에 대한 전조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 경기 45분 이상을 소화한 뒤 라커룸에 앞에 초췌한 표정과 함께 쓰러져 있는 듯한 그의 모습을 본 팀 동료 재미슨은 "아 얘가 과연 이걸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었다고 한다.

※코비 아킬레스건 부상 영상 링크 - https://youtu.be/zKiQsg-8nEM

 

그리고 정규리그 종료 2경기를 남기고 펼쳐진 4월 12일 골든 스테이트 전, 이날도 어김없이 코비는 풀 타임에 가까운 출전시간을 소화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깊이 누적된 피로도도 코비의 초인적인 정신력으로는 덜어낼 수 없었다. 결국 탈이 났다. 3쿼터 종료 10분 30초를 남기고 코비는 돌파 과정에서 페스터스 에즐리와 해리슨 반즈의 더블팀 수비에 둘러 쌓였고, 이들과 강하게 충돌하며 왼쪽 무릎에 통증을 호소했다. 이 장면을 본 가솔은 벤치에 손짓을 했고 게리 비티 팀 닥터가 브라이언트에게 다가가 "그만 쉬자"며 휴식을 권유했지만, 그는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고 마치 언제 아팠냐는 듯 꿋꿋이 일어나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집어넣었다.

그리고 4쿼터 3분 8초를 남기고 돌파를 시도한 코비는 또 다시 코트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이번엔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코트 바닥에 쓰러진 그는 자신의 왼쪽 발목을 만지작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중계방송진은 코비가 발목을 마사지하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 그는 힘줄이 있나 없나를 확인한 것이었다. 그 결과 힘줄은 없었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지게 됐다. 코비는 다리를 절뚝거렸고 불편한 다리 상태로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당시 자유투 라인에 선 코비의 표정은 모든 것을 다 잃은 사람과도 같았다. 자신도 어느 정도 부상을 짐작한 듯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코비는 더 이상 경기에 뛸 수 없었고 비티 트레이너는 로버트 사크레에게 브라이언트를 부축해 나오라고 지시했지만, 코비는 끝까지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고 다리를 절뚝이며 스스로 라커룸까지 걸어나갔다. 아마 이 장면을 라이브로 지켜본 많은 팬들도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스테이플스 센터 장내는 쓸쓸한 적막감이 흘렀고 라커룸 분위기도 무겁기만 했다. 결국 코비는 왼쪽 아킬레스건이 부분 파열됐다는 비보를 접했다. 이와 별개로 코비가 빠진 레이커스는 정규리그 잔여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 유타를 제치고 서부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거머쥐었다. 레이커스는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40경기에서 28승 12패를 기록했다. 이는 NBA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기록. 코비의 아킬레스건과 맞바꾼 플레이오프 티켓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결과적으로 코비의 아킬레스건 부상은 그의 은퇴를 앞당기게 된 치명적인 부상이 됐다. 코비는 재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며 수술을 받은 지 7개월 만에 복귀를 알렸지만, 그의 운동능력과 스피드는 크게 저하됐고 수비능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이후에도 그는 무릎 부상 등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겉 잡을 수 없는 내리막을 타게 된다. 또 이때부터 그는 야투 욕심을 과도하게 부렸는데, 이는 낮은 효율성으로 이어졌고 이 같은 독단적인 개인플레이로 한 동안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코비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자신의 농구인생에 있어 최악의 해와도 같았던 2013년을 이렇게 회고한다.

"농구공을 잡은 이후로 그 때처럼 죽도록 뛰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일을 도전할 때,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붙여야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또 한계는 어디인지 알아낼 수 있다고 봐요. 물론 가끔은 그 한계를 넘어 지나치게 몰아붙여 깨지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그렇게 깨지더라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깨닫게 되고, 그로 인해 다시 자신을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저 자신을 그토록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저는 저에게 남은 것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없었을테고, 또 그랬다면 저 자신도 용서할 수 없었을거에요. 마찬가지 그 해에 레이커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저는 제 자신을 당연히 용서할 수 없었을 겁니다."

코비의 강인한 정신력을 가리키는 말인 '맘바 멘탈리티(Mamba Mentality)'가 다시 한번 빛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진_AP/연합뉴스, 유투브 영상캡처
#인터뷰 참조_ESPN

 

점프볼 / 서호민 기자 syb2233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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