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악화 방어 못한 수출.. 국내총소득 사상 처음 2년 연속 '마이너스'

조은임 기자 2021. 1. 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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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에 무역손익 반영한 GDI, 2019 -0.3%·2020년 -0.3%
한은 "GDP보단 높다"했지만 자영업發 내수악화 우려 커져

지난해 경제주체들의 실질 구매력을 반영한 실질 국내총소득(GDI)는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뒷걸음질을 쳤다. 2019년 대외교역조건이 악화됐다면 2020년에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수출이 빠른 속도로 회복했으며,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가격은 하락했다.

그럼에도 마이너스를 나타낸 건 내수악화가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민간소비가 대폭 감소한데다, 소득지표 마저 부진했다. 한국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성장률(-1.0%)보다는 GDI가 높은 수준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지만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한 화장품 상점에서 폐업 할인판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GDI는 0.3% 감소하면서 전년(-0.3%)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GDI가 2년 연속 줄어든 건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사상 처음이다. GDI는 국내에서 생산활동을 통해 발생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실질 GDP에서 실질 무역 손익을 반영해 산출한다.

한은은 지난해 GDI가 GDP(-1.0%)보다는 높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원유 등 수입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교역여건에 개선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4분기부터는 글로벌 교역 증가로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됐다. 2019년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GDI가 GDP(2.0%)를 밑돌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 자체가 -1.0% 기록해 구매력을 고려한다고 해서 GDI가 플러스(+) 되기 어려웠다"며 "팬데믹으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가격이 떨어졌고, 구매력을 높이면서 GDI가 GDP보다는 높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타 국가에 대비해 봉쇄조치가 미약했다는 점, 수출이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는데도 GDI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는 것에 주목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민간소비 감소가 워낙 심각해 수출, 투자, 정부소비로 상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GDP 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는 -2.4%포인트(p)로. 순수출(0.4%p), 설비투자(0.6%p), 정부소비(0.8%p) 기여도를 모두 합한 것 보다 크다.

그 근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비중이 과도한 구조적 원인이 있다는 진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25.1%로 G7 국가 평균인 13.7%의 2배에 육박한다. 반면 미국은 6.3%, 캐나다는 8.3%, 독일은 9.9%, 일본은 10.3%, 프랑스는 11.7%, 영국은 15.1, 이탈리아는 22.9% 등으로 모두 우리나라보다 낮다.

이는 지난해에는 가계의 소득기반도 악화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의 평균소득은 5924만원으로 1년 전보다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지원하는 공적이전소득(457만원)이 사상 최대치인 18.3%나 늘었지만 자영업자의 사업소득(1151만원)이 2.2% 감소한 여파를 상쇄시키지는 못했다. 근로소득은 3791만원으로 0.3%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GDI 성장률이 GDP보다 높았던 것은 수출이 양호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소비부분이 워낙에 나빠 GDI가 2년 연속 낮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총생산(GDP): 한 나라의 경제적 성과를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총량지표로, GDP는 생산물의 시장가치를 의미한다. 물량요인과 물가요인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측정하기 위해 물가요인을 포함한 명목GDP와 물가요인을 제거한 실질GDP로 구분해 측정된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실질 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익을 더하여 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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