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만 뭇매? '노는 언니→축야말' 대놓고 예능 PPL [TV와치]

박은해 2021. 1. 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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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은해 기자]

노골적인 PPL(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 상품이나 브랜드 로고 등을 노출하는 광고기법)로 인한 비판은 왜 드라마에만 가혹할까. 최근 여러 예능이 광고 제품을 방송 화면에 직접 노출하는 것을 넘어 출연자가 기능과 사용평까지 줄줄 읊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드라마 몰입을 깨는 PPL은 꾸준한 비판 대상이 돼 왔다. 지난해 방송된 SBS '더 킹 : 영원의 군주'(극본 김은숙/연출 백상훈 정지현)에는 치킨, LED 마스크, 커피, 볶음김치 등 많은 PPL이 등장했고, 특히 8회에서 선보인 커피 PPL은 시청자들의 심한 반감을 샀다.

조영(우도환 분)이 사 온 커피를 맛본 이곤(이민호 분)이 "황실 커피랑 맛이 똑같아. 첫맛은 풍부하고 끝맛은 깔끔해. 대한민국은 이걸 시중에서 판다고?"라고 말하는 대사 때문이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드라마인지, CF인지 모르겠다며 노골적인 PPL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연출 김상협/극본 이시은)이 중국 기업 PPL을 과도하게 삽입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1월 6일 방송된 '여신강림' 7회에서는 중국 기업이 생산하는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여주인공 임주경(문가영 분)과 중국 유통 기업 광고판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수호(차은우 분), 임주경 모습이 담겼다.

임주경은 강수진(박유나 분)과 중국어 광고 포스터가 부착된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훠궈를 먹으며 그 맛에 감탄했다. 이수호와 임주경이 앉아 있던 버스 정류장에도 중국 기업의 광고가 크게 걸려 있었다. 해당 장면이 방송된 후 시청자들은 "이게 중국 드라마인지, 한국 드라마인지 모르겠다", "거부감 드는 PPL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드라마에 비해 대본의 영향이 적은 예능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PPL이 수월하다. 출연자들이 먹고, 이동하고, 말하는 일상적인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광고 상품을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월 25일 시즌 1을 마무리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축구야구말구'에서는 차량 PPL이 전면에 부각됐다.

눈 쌓인 산길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던 이영표는 "눈길에서 미끄럽잖아요. 미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스노우 보드 모드를 누르면 안 미끄러진대요. 이 상태에서 눈길을 가면 확실히 다른데요. 기능이 있네요"라고 자동차 기능을 광고하듯 읊었고, 승희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박찬호 역시 "소리도 안 나네"라며 차량 기능에 놀라워했다.

김병지와 이종범이 게스트로 출연한 '축구야구말구' 1월 25일 방송에서도 자막을 통해 차량 내 각종 편의시설을 상세하게 소개됐다.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는 자동 커튼 기능, 커피 보온 효과 있는 차량 내 홀더 기능 등을 마치 광고처럼 세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해당 차량 내부 시설은 그렇게 제법 오랜 시간 화면에 노출됐다.

티캐스트 E채널 '노는 언니'에도 노골적인 PPL이 자주 등장했다. 유산균 음료 브랜드 이름과 마시는 방법, 효능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출연자들은 시청자를 당황스럽게 했다. 박세리가 "땀나면 두피에 시원하게 관리하는 제품"이라며 파우치에서 꺼낸 두피 토닉 제품도 PPL이었다.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시원하고 냄새가 좋다" "많이 뿌려주면 안 되냐"며 제품 효과를 칭찬했고, 해당 상품 상표도 화면에 큼지막하게 노출됐다.

간접 광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PPL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제작비를 충당하는 주요 수단이자 기업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광고 수단이다. 광고인지 방송인지 헷갈리게 하는 대놓고 PPL만 아니면 시청자들 반감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극 몰입이나 예능적 재미를 저해하는 노골적 PPL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시청자에게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좋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어야 하지, 방송과 광고가 주객전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시청자가 방송 내 광고를 인지하고 반감을 느끼는 순간 방송 그 자체 의미는 퇴색된다. 드라마에 이어 예능 프로그램도 과도한 PPL에 경각심을 갖고 개선을 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사진= 티캐스트 E채널 '노는 언니' 방송화면 캡처)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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