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중대' 코스닥 "코스피로 이탈 막아야 나스닥 된다"

이다비 기자 2021. 1. 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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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좋아야 장사를 합니다. ‘코스닥 투자할 시간 있으면 코스피를 하라’는 인식을 깨부술만한 ‘스타 기업’이 많아져야 합니다."

20년 만의 ‘코스닥 1000’ 시대를 맞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닥 시장이 부흥을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시장에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좋은 기업’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코스닥 시장 건전성을 강화해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동시에 변동성을 줄여 이른바 ‘단타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는 것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코스닥 시장은 1996년 미국의 벤처·기술기업을 위한 시장인 ‘나스닥(NASDAQ)’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야심 찬 목표와는 달리 증권가와 투자자에게는 유가증권 시장에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기업이 있는 ‘2부리그’ 정도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코스닥은 만년 ‘코스피 2중대’라는 비아냥을 받아왔다.

조선DB

① 좋은 기업 없으면 도루묵…코스피로 이탈 막아야

26일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 시장에 유가증권 시장에 있을 만한 좋은 기업이 있어야 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코스닥 시장에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할만한 우량 종목이 없으면 누가 투자를 하겠냐"라면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 같은 스타 기업이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나스닥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인 테슬라와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구글·넷플릭스 등 빅테크(거대 IT 기업) 기업들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스타 기업과 함께 나스닥종합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25일(현지 시각) 1만3635.99로 마감한 나스닥지수는 약 4년 전인 2017년 초와 비교해 약 154% 상승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약 6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나스닥처럼 되기 위해서는 코스닥시장에 있는 좋은 기업이 유가증권 시장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우량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에 인센티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윤 센터장은 "코스닥 시장에 있는 좋은 기업들이 다 유가증권 시장으로 옮기려고 한다"라면서 "이런 기업을 잡아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도 패시브 펀드 자금 등이 원활히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상장 기업이 유가증권 시장을 탐내는 큰 이유 중 하나가 국내외 대부분 펀드가 코스피지수 또는 코스피200 등을 추종하고 있는 덕에 패시브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패시브 운용자금이 유입되면서 수급이 개선된다.

작년부터 ‘성장주’로 날개 달린 듯 상승한 카카오(035720)만해도 2017년 7월 10일 코스닥 시장에서 유가증권 시장으로 이전상장했다. ‘탈(脫) 코스닥’한 이후에 카카오 주가는 최근까지 약 4배 급등했다. 과거 NHN(현 네이버, NHN엔터테인먼트), 현대중공업 등 여러 기업도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둥지를 옮겼다.

② ‘코스닥=위험한 기업만 있는 시장’ 오명 벗어야 큰다

코스닥 시장이 건전성 문제로 투자자 외면을 받는 것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코스닥 시장에는 상장폐지·거래정지를 당한 소위 ‘위험한 기업’이 대거 상장돼 있는 상황이다. 신라젠·코오롱티슈진·박셀바이오 등도 거래 중지 중에 있거나 거래 중지를 당했다. 신라젠은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던 기업이다.

앞서 정재송 코스닥협회장은 "상장폐지 규정과 관련해서 분식회계 등 회계 문제가 있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상장을 폐지하는 게 맞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데도 단순히 몇 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해서 상장을 폐지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코스닥 규정에서는 코스닥 법인이 감사의견으로 부적정·의견거절·감사 범위 제한 등을 받거나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게 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상장 전후로 규제 강화뿐만 아니라 정밀한 평가를 통해 위험 기업을 쳐내는 단계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선DB

③ 연기금 투자 확대는 긍정적…기업 분석 보고서는 절대 부족

코스닥 시장은 변동성이 큰 시장이다.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적어 기관의 물량 공세에 주가가 크게 휘청이기 쉬운 탓이다. 이런 가운데 코스닥 시장은 유가증권 시장과 달리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이 70%를 넘으면서, 개인 등에게 ‘단타 시장’이라고 인식돼 왔다.

이런 영향 탓에 코스닥 시장에서는 테마주가 난립하고 있다. 특히 개인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을 장기적으로 분석하고 밸류에이션(평가)을 따져 투자하기보다는 소문이나 일명 ‘지라시’ 등에 휩쓸려 급등한 주식에 단기적으로 투자했다가 빠져나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을 늘리는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만한 시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 시장은 기관, 외국인의 참여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기관 투자자들 참여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19일 정부가 내놓은 연기금의 코스닥 시장 투자 비중 확대 방침은 시장에서 환영받고 있다. 현재 1∼2% 수준인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더 높이고 투자 성과를 판단할 때 쓰는 추종 지표에 코스닥을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관련 부처와 협의해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증권사리서치센터에서 코스닥 상장사 분석 보고서를 많이 내지 않아 투자자들은 기업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사 중 증권사 리포트로 다뤄지는 종목 비율은 약 36% 수준이었다. 반면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 중 다뤄지는 종목 비율은 45% 수준이었다.

코스닥 시장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18년 5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혁신방안’ 일환으로 ‘코스닥 기술분석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다만 기술분석보고서에는 일반 증권사 리포트에 있는 목표주가나 실적 전망, 각 기업의 최신 동향에 대응하는 내용은 없어 투자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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