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의 사회적 확장과 IT의 역할

채희태 (주)모티링크 경영과학연구실 실장 2021. 1. 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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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종말..개개인 동기 바탕으로 사회 이해해야"

(지디넷코리아=채희태 (주)모티링크 경영과학연구실 실장)포스트 노멀 시대의 동기 부여에 관한 세 번째 글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개인의 자발적 동기에 무게 중심을 뒀다면 이번엔 그 무게 중심을 사회로 확장하고자 한다. 개인의 약진으로 조직의 입장에서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자발성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시대를 반영하는 창인 문화 콘텐츠는 최근 부쩍 개인의 자유와 욕망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주제로 다룬다.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위트 홈’이나, 오늘 소개할 ‘원더우먼 1984’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여러 차례 개봉을 연기해 왔던 원더우먼 1984가 2020년을 며칠 남기지 않은 12월 23일 마침내 개봉했다. 제목의 뒤에 붙은 숫자 1984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따온 듯하다. 조지 오웰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은 후 1948년, 연도의 뒤 두 자리 숫자를 뒤집은 1984라는 소설을 통해 전체주의가 만들어갈 디스토피아를 경고했다. 조지 오웰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사회주의가 만들어갈 전체주의에 대해 공포를 느꼈던 것 같다.

동기의 사회적 확장과 IT의 역할 칼럼 자료 삽화(제공=모티링크)

조지 오웰의 경고와는 반대로 원더우먼 1984에서 세계를 멸망으로 몰고 간 것은 전체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집단의 통제를 벗어나 폭주하는 지나친 자유였다. 원더우먼 1984에서 빌런으로 등장하는 ‘맥스 로드’는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는 황수정, 드림 스톤과 일체화한 후 백악관으로 찾아가 미국 대통령(레이건?)을 만난다. 맥스 로드는 핵무기를 더 많이 갖고 싶다는 미국 대통령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전 세계인과 연결된 방송망을 손에 넣는다. 미국의 핵무기가 늘어나는 것을 감지한 소련은 위협을 느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미국으로 핵무기를 발사한다.(영화의 배경은 소련의 붕괴 이전인 1984년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세계의 모든 사람은 맥스 로드가 장악한 방송망을 통해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한다. 멋진 차를 가지고 싶다, 자신을 괴롭히는 누가 죽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고 싶다 등등… 제약을 벗어나고, 과정이 생략된 소원의 성취는 세계를 통제 불능의 상태로 만든다. 원더우먼 또한 맥스 로드가 드림 스톤과 일체화하기 전 과거에 죽은 연인, 스티브를 보고 싶다는 소원을 이뤄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자유 의지와 생존 의지의 충돌

원더우먼 1984는 허황된 SF 영화지만, 충분히 2021년 오늘의 현실이 갖고 있는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제레미 리프킨’이나 인도의 생태학자 ‘반다나 시바’는 자연의 제약을 무시하고 자유롭게 지구를 파괴해 온 인류가 코로나 위기를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코로나 19는 인간의 발이 닿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던 바이러스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하자 인간을 숙주로 확산한 결과라는 것이다. 코로나 위기는 어쩌면 통제받지 못한 인간의 자유 의지와 바이러스의 생존 의지가 충돌한 결과일지 모른다. 자유 의지가 생존 의지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 19를 대하는 인류의 방식은 여전히 자유 의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일찍이 인류는 생존을 위해 전 지구적으로 자유를 제한했던 전례가 있다. 1987년 9월 16일 세계 46개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캐나다의 몬트리올에 모여 오존층을 지키기 위한 국제 협약(Montreal Protocol on Substances that Delete the Ozone Layer)을 체결한다. 몬트리올 의정서는 유엔 역사상 전 세계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조약으로 지금은 197개국이 참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1992년 2월에 의정서에 가입(1992년 5월 발효)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고)

오존층을 복구하기 위한 국제 협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는 2014년 9월10일(현지 시간) 발간한 '오존층 파괴에 대한 과학적 평가 2014'에서 오존층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힘입어 오존층이 향후 수십 년 내에 복구될수 있는 궤도에 올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오존층 복구 성공적… 1980년 수준 돌아갈 것” 참조)

몇 년 전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마을교육공동체를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엔 해당 지역의 구청장도 참석했는데, 강의가 끝나자 학부모들은 구청장에게 학교와 관련한 다양한 민원을 요구했다. 그 민원을 들으며 난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민원을 모두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의 예산이 동원돼도 부족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부모들의 바람대로 자신의 아이가 모두 1등을 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소원을 성취할 수 있는 사회는 과연 행복할까? 집단과는 무관하게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집단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전체주의 중 어느 것이 더 인류와 자연, 그리고 인류와 자연의 터전인 지구에 해로울까?

동기의 사회적 확장과 IT의 역할

선택의 자유가 최고치에 다다랐다는 유발 하라리의 주장처럼 인간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자유 의지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IT 기술의 발달로 개개인이 모두 정보 권력을 갖게 되면서 누구나 댓글을 통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또 가짜 뉴스를 퍼뜨려 정권을 바꿀 수도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됐다. 커뮤니케이션의 동기화 욕구가 커뮤니케이션의 비동기화로 이어졌듯, 정보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발전해 왔던 정보 기술로 인해 우리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불확실한 세상에 살게 됐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당면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교육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의도와 무관하게 IT로 인해 발생하게 된 불확실성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도 다름 아닌 IT가 갖고 있을지 모른다.

개인의 동기가 IT와 만나 집단이라는 가치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개인의 동기를 사회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인류는 일찍이 사회의 복잡성이 인간의 인지 한계를 벗어나자 사회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평균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바 있다.

1945년 미국의 지역신문 '클리블랜드 플레인 딜러'는 1만5천 명의 젊은 성인 여성의 신체 치수 자료를 평균해 산출해 만든 ‘노르마’와 가장 가까운 여성을 뽑는 공모대회를 열었지만 9개 항목에서 평균치에 가까운 여성은 3천864명의 참가자 중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평균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는 여전히 평균치에 따라 조직을 설계하고, 연구를 수행하면서, 개인을 허구적 이상과 비교하도록 내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에 여간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는 평균을 우월과 열등을 나누는 기준으로 삼아 교육에 적용시켰다(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중, 필자요약정리).

하지만 토드 로즈의 말처럼 평균은 더 이상 개인을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그리고 만족시킬 수도 없는 종말을 맞이하게 됐다. 평균이 복잡한 사회를, 그리고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더 복잡한 개인을 설명할 수 없다면, 거꾸로 개개인이 갖고 있는 동기를 바탕으로 사회를 이해해야 하지 없을까? 평균 안에 개인을 가두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평균을 훌쩍 벗어나고 있는 다양한 개개인의 동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연결해 사회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동기의 사회적 확장과 IT의 역할(제공=모티링크)

개개인이 갖고 있는 동기에 접근해 사회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선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사회를 이해하고, 개인을 설명하기 위해 평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것이 옳았기 때문이 아니다. 개개인의 동기에 접근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을 똑똑하게 만드는 것은 신뢰할만한 소수의 표본 데이터가 아니라, 충분한 양의 데이터다. 인공지능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는 IT의 진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소수의 표본에 의존하는 여론 조사보다 빅데이터가 가리키는 트렌드를 더 신뢰하기 시작했다. 기술적으로 개인의 동기에 접근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게 됐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한계가 아니다. 일신우일신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IT를 활용해 개인의 동기를 사회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상상하고 합의하는 것이다.

채희태 (주)모티링크 경영과학연구실 실장(heetae.chae@motili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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