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문화 시점>콘서트·굿즈판매·소통.. K-팝 '팬덤 플랫폼' 무한확장

김인구 기자 2021. 1. 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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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플랫폼은 아티스트와 팬이 결합할 때 폭발하는 시너지에 주목하는 비즈니스다. 유노윤호(왼쪽)는 네이버 브이라이브로 새 앨범을 공개하고, 강다니엘(오른쪽)은 유니버스에서 노래하고 연기한다. 방탄소년단(가운데 위), 아이즈원·센터 장원영(중간), NCT(아래)도 팬덤 플랫폼에 기반한 온라인 콘서트를 통해 수십만 명의 팬과 만나고 있다.

■ 게임업체까지 참전… 진화하는 ‘K-팝 생태계’

‘브이라이브’ 다운로드 1억건 ·‘위버스’ 1920만명 가입

엔씨소프트 ‘유니버스’도 사전예약 뒤 이용자 크게 늘어

“K-팝, 일상을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대로의 전환 앞당겨”

유니버스, AI 음성 합성·캐릭터 3D스캔 등 기술력 압도

네이버·빅히트 ‘글로벌 네트워크 + 스타파워’ 협업 검토

카카오M, 카카오페이지와 합병 “비즈니스 혁신 가속화”

대형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가 오는 28일 새로운 형태의 팬덤 플랫폼인 ‘유니버스(Universe)’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K-팝 생태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중·장년층 팬에겐 이름도 낯선 팬덤 플랫폼이란, 한마디로 팬들이 한데 모여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즐기고 관련 상품을 구매하며,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뜻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방탄소년단(BTS)의 비대면 콘서트 ‘방방콘’의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 SM엔터테인먼트 ‘비욘드 라이브’ 공연의 토대가 된 ‘네이버 브이라이브’ 등이다. 최근엔 남진, 김연자 같은 트로트 가수들의 디너쇼에도 온라인 중계 방식이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이들 팬덤 플랫폼은 왜 나타났으며 어떻게 진화하게 될까.

◇팬덤 플랫폼 각축전 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위권에 들어 있는 엔씨소프트가 팬덤 플랫폼 비즈니스에 뛰어든 이유는 자명해 보인다. K-팝 콘텐츠와 플랫폼의 잠재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K-팝과 한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그렇다 치고 각 사의 팬덤 플랫폼 매출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분위기 속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위버스는 2019년 311억 원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1127억 원으로 4배 가까이로 증가했고, 네이버 브이라이브는 지난해 글로벌 가입자 수가 전년도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방탄소년단의 ‘방방콘’에 전 세계 107개국에서 75만6600여 명이 유료 접속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어 10월 온라인 콘서트에도 이틀간 99만3000명이 접속해 5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미래 공연의 가능성, 비대면 시대의 수익 모델을 눈앞에서 확인한 셈이다.

◇브이라이브 vs 위버스

팬덤 플랫폼 비즈니스를 처음 선보인 것은 네이버였다. 2015년부터 브이라이브를 시작했다. 처음엔 개별 스타의 방송 플랫폼 정도였다. 그러나 이듬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놓고 2019년엔 글로벌 팬클럽에 집중한 브이라이브 팬십(Fanship)을 론칭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2019년 6월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를 생중계한 게 신호탄이었다. 이후 브이라이브 앱은 지난해까지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1억 건을 돌파했고, 글로벌 이용자 비율이 85%에 이르는 등 차세대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는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7년 YG에 500억 원, 지난해 SM에 1000억 원을 투자했다. SM과 YG는 네이버의 ‘비욘드 라이브’를 통해 수차례 온라인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위버스는 커머스 플랫폼인 위버스샵과 함께 2019년 6월 출범했다. 방탄소년단의 막강한 팬덤에 힘입어 초고속 성장했다. 출범 1년 만에 앱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넘었고, 지난해 말까지 누적 다운로드 1700만 건, 전 세계 233개국에서 누적 가입자 1920만 명을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을 포함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 여자친구, 씨엘, 선미 등 14개 팀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최초로 해외 싱어송라이터인 그레이시 에이브럼스도 동참했다.

◇유니버스의 등장, 디지털 액터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클렙이 운영하는 유니버스는 지난해 11월 12일 앱 사전예약을 진행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188개국에서 400만 이용자를 확보했다. 아무리 팬덤 플랫폼이 난리라지만 기대를 뛰어넘는 확산 속도다.

유니버스에 참여한 아티스트는 아이즈원, 몬스타엑스, 강다니엘 등 총 11개 팀. 우선 강다니엘의 예능 ‘에이전트 블랙잭 K’와 몬스타엑스의 ‘에어리어 51: 더 코드’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팬덤 활동을 기록하고 보상해주는 ‘컬렉션’, 아티스트의 캐릭터를 꾸미고 뮤직비디오로 제작하는 ‘스튜디오’, 오리지널 콘텐츠가 매일 업데이트되는 ‘미디어’ 등의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오는 2월 14일엔 온라인 라이브 콘서트 ‘유니-콘(Uni-Kon)’도 연다.

후발주자로서 유니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정보기술(IT)의 결합이다. 전문 게임사로서의 노하우와 10년 이상 공을 들인 인공지능(AI) 연구를 녹여낸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AI 음성 합성, 모션 캡처, 캐릭터 3D 스캔 등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디지털 액터다. 디지털 액터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구상하는 게임산업과 콘텐츠 비즈니스의 미래다. 궁극적으론 디지털 액터가 등장해 노래하고 연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엔씨소프트는 이미 AI센터, 사운드 및 비주얼 센터 등을 두고 있다.

◇네이버와 빅히트의 협업…그리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의 등장에 가장 긴장하는 건 역시 네이버와 빅히트다. 전문가들은 치열한 3파전을 점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네이버와 빅히트의 협업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빅히트는 지분 맞교환 등의 방식으로 협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구도였던 양 사가 힘을 합치는 것을 고려하는 이유 또한 시장의 무한한 잠재력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빅히트는 네이버의 광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고, 네이버는 빅히트의 스타파워를 등에 업을 수 있다.

네이버와 경쟁하며 자체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해오던 카카오M도 25일 카카오페이지와의 합병을 발표했다. 신설법인의 이름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정하고 지식재산(IP)과 플랫폼 역량을 결합하기로 했다.

오프라인 공연장이나 팬미팅 현장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가수와 팬이 만나는 기회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대로의 전환이 K-팝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저서 ‘K-POP 이노베이션’에서 “코로나19의 위기에 대응한 SM의 융합 전략은, 세계 최초 유료 온라인 공연인 ‘비욘드 라이브’에서 빛을 발했다. 카메라 워킹과 실제 공간에 합성된 증강현실(AR)이 연동되는 기술, 추첨으로 뽑힌 수백 명의 팬과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다중 화상 토크 등은 기존의 오프라인 공연 무대에 첨단 IT를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표준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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