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막7장 후 첫 신간 홍정욱 "버리고 또 버린다..한마리 사슴을 잡기 위해"

이향휘 2021. 1. 26. 10: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막7장' 낸 지 27년만에
'홍정욱 50 에세이' 출간
베스트셀러 10위권 진입
"도전으로 가득한 50 인생
지금은 막과 막 사이 인터미션
변화 주려면 일단 하나 버려라
우선순위는 3개 넘지 말아야
대권주자로 제 이름 거론되는건
정치권에 대한 실망의 표현"
지난 20일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만난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스물 셋 젊음의 패기로 낸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 지금까지 130만부가 팔렸다. 50줄이 넘어 낸 두번째 책도 출간 직후 바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했다. '7막7장' 이후 27년만에 '50 홍정욱 에세이'(위즈덤하우스)로 돌아온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51·올재 이사장)이다.

지난주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만난 그는 "주변에 사람들 보니까 50세 되면 파티도 하고, 자기 자신에게 선물도 하더라. 나도 작년에 쉰이었는데 갑자기 글을 써보고 싶었다"며 "한편 두편 쓰다보니까 한달 반만에 50편을 써서 지난해 11월 출판사에 보냈다"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두번째 책이 나오는데 27년이 걸렸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 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정치인 때도 그 흔한 출판 기념회도 없었다. 후원금 모금을 위해 대필해서 영혼없는 책 쓰는 것은 싫었다. 꽂혀야 하는데, 그게 27년만에 왔다. 경영서를 쓰지 않은 이유가 스티브 잡스, 이건희도 있는데 뭐가 대단한 일을 해서 경영서적을 쓰는가. 정치도 마찬가지다. 존 F. 케네디나 대처, 처칠도 아닌데 그깟 4년 국회의원 하고 정치서를 쓸 것인가. 제 소소한 인생에서 모험과 도전, 노력들을 썼다.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겨울이 너무 좋다. 신선한 공기와 탐스러운 눈. 겨울은 잔치라고 하지 않나. 크리스마스와 설이 좋다. 겨울에 결혼했고 큰아이를 낳았고, 끝과 시작이 있는 계절이다. 그간 실수와 오류를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라는 것, 신의 배려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상당히 미니멀리스트 같다고 생각했다.

▲버리고 비우고, 정리하는 게 취미다. 마음 같아서는 옷도 매일 똑같은 거 입고 싶고, 식사는 알약 하나만 먹고 싶다. 가구도 책상 하나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된다.

--변화가 필요할 때 무엇인가를 끊거나 버린다고 했는데.

▲'이제 좀 달라져야겠다' '운동이나 독서를 시작해야지'라고 결심하면 시작은 뭘 하나 버리는 것이다. '골프를 끊어야겠다' '육식을 끊어야겠다' '회사 업무 중에서 뭘 하나 위임해야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릇을 비워야 한다. 경영과 삶의 방식도 마찬가지다. 해야 할 일보다 안해도 될 일을 지운다. 헤럴드 미디어를 경영할 때도 처음엔 해야 할 리스트가 100개씩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해봤자 효과적이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우선순위는 3가지를 넘으면 우선순위가 아니다. 세개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다 버린다. 제일 중요한 세가지에 집중한다. 100마리의 쥐로 배를 채울 필요는 없다. 한 마리 사슴만 잡으면 된다.

--2019년 헤럴드를 매각한 이유는

▲17년을 경영하면서 처음에 부도 직전 회사를 흑자전환했고 14년간 연속 흑자로 만들었다. 제일 좋은 것은 성장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디어 그룹을 만드는 것은 요원했고, 성장이 없는데 대한 개인적인 피로도도 상당했다. 새로운 선택을 해야 했다.

지난 20일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만난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7막7장'처럼 이번 책도 고전에 대한 인용문이 많다

▲미국에서 공부해서 그런지 인용처를 표기하는 게 습관이 됐다. 인생이나 사업에 돌파구를 찾으려면 우선 책을 찾는다. 실용서적이나 고전을 많이 읽고 소설이나 시 이런 것은 덜 읽는다. 힘 빼고 편안하게 썼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생각을 썼는데, 나중에 인용문을 다시 찾아서 정확하게 썼다.

--'소명'이라는 단어가 많이 언급되는데 어떤 의미인가.

▲사업할때도 출마할 때도 사랑할때도 글을 쓸때도 뜨끈뜨끈한 설렘을 넘어서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7막7장' 쓸 때와 달리 저에 대한 많은 편견과 의견이 있을텐데, 소명을 찾기 위한 여정이라고 봐달라. 우리 각자는 태어난 이유가 있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은 목적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죽을 때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죽는 순간 잘 살았다고 할 수 있는가.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모험하고 싶다. 반드시 정치나 사업이나 집필이나 굵직굵직한 일이 아니라 운동이나 독서나 사색도 포함된다. 소명을 찾는 것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0년의 삶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도전해온 삶이었다. 15살에 미국을 떠나면서 모험의 여정을 떠났다. 자발적으로 떠난 것이다. 스스로 내 길을 찾아서. 지금은 막과 막 사이 인터미션이다. 지난 인생을 돌아보고, 새롭게 뛰어들수 있는 영역을 찾고 있다.

-롤모델은 누구인가

▲스티브 잡스다. 잡스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서 입양됐고 대학을 중퇴했고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를 보면 제가 가지고 있는 변명이 구차해진다. 현실에 지칠 때 원동력이 된다.

-책에선 한비자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열등감이다. 제가 지극한 감성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한비자 같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의 글을 읽으며 변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20일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인터뷰 중인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홍정욱 하면 여전히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인은 주홍글씨 같다. 어떤 일을 해도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비판도 하고 응원도 한다. 솔직히 반가울 때보다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아무래도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 변화에 대한 열망이 저에 대한 기대로 표출되는 것 같아서 감사하지만 안타깝다. 정치인이 되려면 일종의 사명감에 자질과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전 다 부족하다.

--마르케스를 인용해 한 사람의 인생엔 공적인 삶, 사적인 삶, 비밀의 삶이 있다고 했다. SNS는 어떤 삶을 위한 것인가?

▲공적인 삶을 위한 것이다. 비밀의 삶, 사적인 삶은 공유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인스타와 페북을 하고 있는데 자연과 환경이라는 가치들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이다.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위태롭고 위험하다. 한번 허물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금수저'에 실패 없는 탄탄대로를 걸으셨을 것 같은데 책에는 불면증과 불안, 실패 경험들이 있다.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을 구분한 것에 대한 필연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에 유명배우 아들로 태어나 혜택도 많이 받았다. 금수저로 따지면 더 큰 금수저도 많다. 대학때부터 장학금으로 공부했고, 사업도 자본금 없이 부채로 시작했고, 정치를 시작할 때도 영입된 게 아니라 무작정 뛰어들었다. 사업 시작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가지지 못한 열등감에서 시작했다. 대학 학자금 대출만 20만달러가 넘었는데 갚는데 7년 걸렸다. 헤럴드 인수도 90% 이상 대출 받았고.

--우울증과 불안감은 언제부터였나

▲선천적으로 우울감과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 평생 떨쳐낼 수 없다. 아무리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어도 외로움이라는 근본적인 정서가 뿌리내리고 있다. 어렸을 때는 밀어내려고 바쁘게 시간을 보냈지만 문제해결을 뒤로 미루는 것이었다. 다시 맞닥뜨리게 돼 있다. 그래서 일상의 루틴으로, 독서나 명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노력을 한다. 감정과 생각이 머물지 않고 흘러나가게 돕는 것이다.

--실패란 어떤 것인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는데 실패는 두렵고 비참한 것이다. 다만 저에겐 후회가 실패보다 훨씬 두렵다. 후회는 보통 한 일보다 안한 일에 대한 것이다.

--(물의를 일으킨) 딸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마땅히 혼나야 한다. 본인이 큰일을 저지른것에 대한 자괴감과 동시에 전혀 예기지 못했던 충격이 있다. 지난 1년간 함께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그 녀석이 잘못된 선택을 내린 것엔 대한 부모의 책임이 크다.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