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하나에 2000만원' 男 보석매장 여는 백화점

유한빛 기자 2021. 1. 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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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백화점 업계가 명품 패션에 관심 많은 남성 고객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호텔업계를 참조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도입하는가 하면, 보석 브랜드도 남성 제품 매장을 별도로 유치한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지난 22일부터 ‘컨시어지 사전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에 입점한 버버리 남성과 투미, 겐조, 지미추, 지방시, 발망, 메종마르지엘라, 발렌시아가 등 18개 브랜드가 대상이다.

대개 호텔에서 제공하는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는 음식점 추천과 예약, 관광 안내, 공연 예매 등 투숙객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뜻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우수고객을 중심으로 쇼핑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우수고객인 MVG에 해당하면 롯데백화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약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오는 2월 중으로 잠실 에비뉴엘과 노원점, 이르면 3월부터는 전 지점에 컨시어지 서비스를 적용할 예정이다. 컨시어지 사전예약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일반 고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사전에 예약한 날짜와 시간에 방문하면 원하는 제품의 재고를 준비하는 등 맞춤 응대하는 서비스로, 시간대별로 최대 2명만 예약을 받는다"면서 "앞으로 명품과 컨템포러리(최근 유행하는 신진 패션 브랜드) 등 30개 브랜드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프라다 워모’ 매장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최근 압구정본점 ‘멘즈 럭셔리관’에 프라다의 남성 전용 브랜드인 ‘프라다 워모’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6월 남성용 명품 패션관으로 새단장한 멘즈 럭셔리관에는 구찌, 발렌시아가, 로로피아나의 남성 매장과 랄프로렌 퍼플라벨 등이 입점했다. 현대백화점은 올 상반기 안에 돌체앤가바나를 포함한 해외 명품 브랜드 2~3개를 추가로 입점시킬 계획이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올해 상반기 안에 프라다와 불가리 남성 매장을 별도로 열 예정이다. 보석 전문 브랜드인 불가리가 남성용 보석과 장신구 매장을 별도로 여는 것은 처음이다. 커플링으로 유명한 불가리의 ‘비제로원’ 반지는 소재에 따라 700만~2800만원 정도다. 남성용 시계는 알루미늄 소재의 경우 300만~500만원대지만, 악어가죽 스트랩이나 백금이나 로즈골드 등 소재가 달라지면 1000만~2000만원대로 가격대가 높아진다.

갤러리아는 셀린느, 디올, 펜디 등 유명 해외 브랜드의 남성 매장을 별도로 마련하는 한편, 지난해 하반기 남성용 패션 편집숍인 ‘지스트릿 494 옴므(G494H)’를 새 단장했다. 이탈리아 3대 정장 브랜드 중 체사레 아톨리니(Cesare Attolini)와 키톤(Kiton)을 들여왔고, 마르니와 라프 시몬스 등의 남성 제품도 판매한다.

복잡한 쇼핑을 선호하지 않는 남성 고객들의 특성을 감안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의 유명 패션과 잡화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았다. 편집숍 안에 별도로 마련한 VIP 공간에서 옷을 입어보거나 다과 등을 즐기면서 제품들을 둘러볼 수도 있게 꾸몄다. 이탈리아·프랑스 등 브랜드 본고장의 재단사가 치수를 측정해 정장이나 구두 등을 주문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서울 압구정갤러리아백화점 ‘지스트릿 494 옴므(G494H)’의 VIP 공간.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유통업계가 해외 명품 브랜드의 남성 제품군을 강화하는데는 국내 시장이 그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국내 남성복 시장은 성장세가 더딘 반면, 남성 명품 패션시장은 급성장했다. 지난 2010년 6090억원이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는 1조1041억으로 거의 두 배로 커졌다. 같은 기간 일반 남성복 시장은 11조2633억원에서 12조4148억원으로 10% 성장하는데 그쳤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남성 명품 의류시장은 2030세대 사이에서 꾸준히 (명품 의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명품 의류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루이비통의 남성 의류 신상품을 최초로 공개하고 현대백화점이 구찌 맨즈를 여는 등 백화점의 명품 의류 공간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거나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의 명품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단기간에 고객을 끌어들여 외형은 키울 수 있지만 백화점의 이익은 낮아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명품 브랜드는 임대료수수료율 자체가 낮고 백화점 사업 구조상으로도 매출이 (명품 브랜드로) 집중되는 것은 부담이지만, 소비 양극화에 따라 경기 불황에도 명품 소비는 늘어나는 추세를 거스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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