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성폭력 피해자들 향한 조롱 넘쳐나..그만 괴롭혀라"
[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지현 검사(48‧사법연수원 33기)가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언급하면서 "(성폭력) 피해자들 좀 그만 괴롭혀라"고 쓴소리를 했다.
25일 서지현 검사는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음해가 넘쳐난다"라며 이같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서 검사는 "벌써 3년 전"이라며 "생각을 한번 정리해볼까 하던 중 매번 성폭력 관련 소식을 들을 때마다 어질어질해진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더는 성폭력이 만연하지 않는다 하기에는 여전히 관공서, 정당부터 피해자 집안까지 성폭력이 넘쳐나고, 더는 여성들이 성폭력을 참지 않는다고 하기엔 여전히 많은 여성이 차마 입을 열지도 못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서 검사는 "더는 이 사회가 가해자를 옹호하지 않는다 하기엔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음해, 살인적 가해가 넘쳐난다"라며 "또 이 글에 '박원순 시장 때는 가만히 있더니'라는 조롱 글이나 달릴 것"이라고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7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일각에서는 서 검사를 향해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서 검사는 "뻔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누구 편인지 입을 열라 강요하는 것에 응할 의사도, 의무도 없다"라고 대응했다.
서 검사는 지난 3년간의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해 "가해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적도, 사과한 적도 없으며 2차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고발 역시 전혀 수사가 되지 않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징계 시효가 오는 30일까지지만 검찰은 어떠한 징계도 하지 않고 있으며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는 '정치하려고 한 일' 혹은 '인사 잘 받으려고 한 일'로 치부한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끝으로 그는 "나는, 검찰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라고 되물으며, "제발 피해자들 좀 그만 괴롭히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전날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지난해 10월 '포스트 심상정'으로 당 대표에 취임한 지 3개월여만이다.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은 "충격과 고통이 컸다"라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이날 정의당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당원 여러분과 국민께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리게 됐다"라며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배복주 정의당 젠더인권본부 부대표는 "김종철 대표가 지난 1월 15일 저녁 여의도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과 당무상 면담을 위해 식사자리를 가졌고 면담 종료 후 나오는 길에서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라며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은 고심 끝에 1월 18일 젠더인권본부장인 저에게 해당 사건을 알렸고 그 이후 수차례에 걸친 피해자-가해자와의 면담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라고 해당 사건을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라며 "가해자인 김종철 대표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추가 조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 당규 제7호 제21조의 선출직 당직자 징계 절차 특례 조항에는 대표단회의의 권한으로 '징계 사유가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징계 사유의 중대성으로 인하여 긴급히 직무를 정지시켜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징계 의결 시까지 잠정적으로 당직의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이에 오늘 열린 정의당 대표단 회의에서는 당 징계 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직위해제를 했다"라고 밝혔다.
배 부대표는 "정의당은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무관용의 원칙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엄중한 처리지침을 갖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2차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이며 피해자 책임론, 가해자 동정론과 같은 2차 피해 발생 시 그 누구라도 엄격하게 책임을 묻고 징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지현 검사는 전 세계적 '미투 운동'이 확산하던 3년 전, "2010년 10월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라고 폭로한 바 있다. 이후 안 전 국장은 서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성추행 혐의는 고소 가능 기간이 지나 적용되지 않았다. 안 전 국장은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을 거쳐 지난해 10월 무죄가 확정됐다.
권준영기자 kjykjy@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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